-스포츠 주행에 최적화된 쿠페형 SUV
 -개선된 편의 및 안전 품목으로 상품성 높여

 
 X4의 등장은 자연스러웠다. BMW가 X6로 쿠페형 SUV의 성공을 이루자 뒤이어 내놓은 차였다. 시장을 넓히는 데에는 한몫했지만 형 만큼 존재감을 나타내지는 못했다. 별다른 특징 없이 X3의 지붕만 완만하게 내렸다는 인식이 강했다. 그 사이 경쟁사들은 속속 중형급 쿠페형 SUV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고민이 깊어진 BMW는 X4 살리기 프로젝트에 들어갔고 마침내 2018년 2월 2세대 X4가 모습을 드러냈다. 국내에는 작년 가을 출시돼 판매에 들어갔다. 신형 X4는 그동안의 우려를 말끔히 씻어냈다. 스타일링보다 정체성을 바로잡고 속 깊은 차로 거듭났다.

 


 

 X4는 길이와 너비, 높이가 각각 4,750㎜, 1,920㎜, 1,620㎜다. 1세대보다 79㎜ 길어졌고 39㎜ 넓어졌으며 높이는 오히려 4㎜ 줄었다. 낮고 넓은 차체 형상으로 한눈에 봐도 역동적이다. 커다란 키드니 그릴은 강한 이미지를 극대화하고 살짝 거리를 벌린 헤드램프는 균형감이 돋보인다. X4는 옆 모습에서 진가가 나타난다. 도어 핸들 가운데를 지나는 굵은 캐릭터 라인과 부드럽게 내려앉은 지붕선의 조화가 아름답다. 쿠페형 SUV를 선택하는 기준인 듬직하면서도 섬세한 디자인을 잘 표현했다. 
 

 

 뒤는 트렁크 위에 붙인 테일램프가 눈에 들어온다. 가로형의 입체적인 모습은 다른 BMW SUV와 다른 쿠페형 SUV만의 특징을 나타낸다. 곳곳에 넣은 M 스포츠 패키지는 역동적인 감각을 한층 높인다. 공기 흡입구 크기를 키운 앞 범퍼와 커다란 21인치 휠, 파란색 M 브레이크 캘리퍼, 투톤 배기구가 대표적이다. 또 차체 구석구석에 붙은 M 배지는 예사롭지 않은 성격임을 짐작케 한다. 

 


 

 실내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잘 정돈된 버튼은 보기 쉽고 누르기도 편하다. BMW i드라이브 시스템은 완성도가 무르익었다. 구성이 간결하고 반응과 연동성이 빨라 답답함이 없다. 특히 한국형 내비게이션의 실시간 길 찾기 기능은 모바일 어플과 비교해 손색 없을 정도다. 간단한 손 동작만으로 기기를 다룰 수 있는 제스처 컨트롤은 한 단계 진화했다. 다만 기능 활용성을 두고는 여전히 의문이다.

 

 

 여러 단계로 조각낸 뒤 짜 맞춘 시트는 착좌감이 뛰어나다. 크기가 크고 쿠션감도 좋아 장거리 운전에 피로도가 덜하다. 품질은 2열도 마찬가지다. 시트 포지션이 낮고 천장을 깊게 설정해 공간에 대한 부족함은 없다. 다만 누워있는 뒷 유리 탓에 시야가 좁고 뒷 문이 열리는 각도가 넓지 않아 타고 내리기 조금 불편하다. 하지만 부족한 공간을 알차게 활용하려는 노력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도어와 글러브 박스 수납함이 제법 크고 자투리 공간까지 활용할 수 있도록 잘 짜인 센터콘솔도 포인트다. 트렁크는 메르세데스-벤츠 GLC 쿠페보다 25ℓ 넓은 525ℓ이고 폴딩 시 1,430ℓ까지 늘어난다.

 

 

 시동을 걸면 붉은색 디지털 계기판과 패들시프트가 달린 두툼한 M 전용 스티어링 휠이 운전 욕구를 자극한다. X4 M40d는 직렬 6기통 3.0ℓ 터보 디젤 엔진을 넣어 최고 326마력, 최대 69.4㎏.m를 낸다. 일상 주행에서는 M 배지가 무색할 만큼 고요하고 차분하다. 디젤차 특유의 소리나 떨림도 거의 느낄 수 없다. 가솔린을 모는 것처럼 부드럽게 앞으로 나간다. 스로틀을 열고 속도를 높이면 풍부한 출력을 앞세워 경쾌하게 질주한다.

 

 

 운전 모드를 스포츠로 바꾸니 반전 성격을 드러냈다. 스로틀 반응은 예민해졌고 엔진 회전수는 500rpm 이상 껑충 올라갔다. 스티어링 휠 감도는 묵직해진다. 무엇보다 소리의 변화가 크다. 중저음의 바리톤 사운드가 시종일관 귓가를 울린다. 레드존에 가까울수록 소리는 절정을 향하고 변속할 때 들리는 배기음은 흥분을 가중시킨다. 고성능 스포츠카나 핫 해치에서 들을법한 소리를 SUV에서 경험하니 사뭇 새롭다.

 


 

 어댑티브 M 스포츠 서스펜션은 성능이 기대 이상이다. 일반 모드에서는 도로의 결함을 잘 걸러내 편안한 승차감을 구현한다. 반대로 스포츠 모드는 돌덩어리처럼 딱딱해지면서 노면의 흐름을 고스란히 운전자에게 전달한다. 여기에 M 스포츠 디퍼렌셜과 다이내믹 댐핑 컨트롤이 조화를 이뤄 안정적인 움직임에 힘을 보탠다. 직선은 물론 고갯길에서도 균형을 잃지 않고 깔끔한 곡선을 그리며 질주할 수 있다. 반응이 더딘 스티어링과 크고 묵직한 덩치가 거슬리지만 운전의 즐거움에는 큰 방해 요소가 되지 않는다.

 

 

 X4는 더 이상 세련된 디자인으로 주목받는 차가 아니다. 활용성 높은 SUV 틀 안에서 질주 본능을 숨기고 있는 차다. 보닛 속 깊게 잠든 엔진을 깨우는 순간 웬만한 퍼포먼스 세단 못지않은 성능을 드러낸다. 탄탄한 하체 세팅과 똑똑한 변속기, 서스펜션 조합은 미처 알지 못한 또 다른 매력이다. 치열한 쿠페형 SUV 시장에서 X4의 활약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X4 x드라이브 M40d 가격은 9,150만원이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
출처-오토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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