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축소 신고 혐의로 일본 검찰에 체포된 카를로스 곤 전 닛산(日産)자동차 회장이 체포 전 일본인 사장을 축출하려 했다는 미국 언론의 보도가 나왔다. 곤 전 회장 체포의 배경에 닛산의 경영권을 둘러싸고 곤 전 회장과 일본인 경영진 사이의 갈등이 있었을 것이라는 관측에 힘을 보태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9일 관계자를 인용해 곤 전 회장이 체포 전 사이카와 사장을 축출하려 했다고 보도했다. WSJ는 곤 전 회장이 수개월 전부터 주변에 닛산의 경영진을 쇄신할 계획을 밝혔었다며 11월 말 열릴 이사회에 사이카와 사장의 축출안을 표결에 부치려고 했다고 전했다.

 

 곤 전 회장은 미국 시장의 판매 부진과 검사 부정 문제에 대한 대처 등과 관련해 사이카와 사장의 사업 수완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곤 전 회장이 체포돼 이런 안건은 이사회에 상정되지 못했고, 대신 곤 전 회장 자신이 11월 22일 열린 이사회에서 해임됐다.

 

 프랑스 정부가 지분의 15.01%를 가진 르노는 닛산 주식의 43.4%를 갖고 있고, 닛산도 르노 주식의 15%를 보유하고 있다. 르노는 닛산 주식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닛산은 르노 주식에 대한 의결권 행사가 불가능하다. 사실상 르노가 닛산의 경영권을 장악한 상황에서 닛산의 일본인 경영진들 사이에서는 양사의 자본 관계를 재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르노-닛산-미쓰비시 자동차 3사 연합(얼라이언스)의 수장이던 곤 전 회장은 지난달 19일 일본 검찰에 의해 전격 체포됐고 이후 닛산과 미쓰비시 회장직에서 해임됐다. 곤 전 회장의 체포와 해임을 둘러싸고는 닛산을 르노와 통합시키려던 곤 전 회장 측과 이에 반대하는 일본인 경영진 사이의 갈등이 있었다는 설이 나오고 있다. 곤 전 회장의 체포 직후 사이카와 사장이 기자회견을 열어 곤 전 회장을 강도 높게 비판했고, 사이카와 사장 측이 이미 수개월 전부터 자체 조사를 진행해 검찰 수사에 협조해왔다는 사실이 이런 '쿠데타설(說)'을 뒷받침했다.

 

 한편 일본 검찰은 체포 20여일만인 이날 곤 전 회장을 기소해 유죄 여부가 법정에서 가려지게 됐다. NHK 등에 따르면 도쿄(東京)지검 특수부는 곤 전 회장과 그레그 켈리 전 대표를 곤 전 회장의 보수 50억엔(약 500억4천억원)을 유가 증권보고서에 축소 기재한 혐의(금융상품거래법 위반)로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곤 전 회장은 2015년 3월까지 5년간의 보수가 100억엔(약 1천700억원)이었는데도 이 중 50억엔의 퇴임 후 보수를 유가 증권보고서에 적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와 함께 장년에 걸친 보수 축소 기재를 용인한 책임이 무겁다고 판단해 닛산자동차 법인도 함께 기소했다.

 

 한편 검찰은 곤 전 회장이 작년까지 3년간도 보수를 축소 기재했다는 혐의가 있다고 판단하고 그를 재체포했다. 혐의 내용에 대해 곤 전 회장과 켈리 전 대표는 '퇴임 후 보수는 정식으로 결정되지 않았다'는 취지로 해명하며 부인하고 있다.

 

 

김병규 기자 bkkim@yna.co.kr

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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