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기아차, THE K9


 그간 고급 세단을 선택하며 K9이 선택지에 오르지 못했던 건 사실이다.

 

 근래의 상황은 조금 다르다. 비록 제네시스에 미치진 못하지만, 출시 이후 부터는 월 평균 1000대 이상이 꾸준히 판매되고 있다. 출시 초부터 부진을 겪던 1세대와는 다른 모습니다.

 

 EQ900와 G80가 노후 모델이라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이는 자동차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일 뿐, 페이스리프트가 어떻고 후속 모델이 언제 나오는지 아는 이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결국 K9이 조용한 흥행을 누리고 있는 건, 그만한 경쟁력이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다.

 

 

■ 과하지 않은..절제된 디자인

 


 둥글둥글한 곡선이 가미된 K9의 헤드램프는 완전히 다른 이미지를 구현한다. 이전 세대는 역동성이 가미됐지만, 신형은 그보단 부드럽고 우아한 이미지를 강조한다.

 

 보다 커진 라디에이터 그릴은 고급차로서의 존재감을 뽐낸다. 위 아래로 조금 더 길었다면 더 웅장하지 않았을까 싶지만, 보여지는 디자인으로도 충분히 기품있다.

 

 측면에서 바라보니 길어진 휠베이스와 더 넓어진 창문이 눈에 들어온다. 그 아래를 따라 흐르는 옅은 포물선의 캐릭터 라인은 중후함을 더한다.

 

 K9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건 뒷모습. 정사각형에 가까운 형태의 테일램프 디자인이 인상적이다. 정말 보수적인 색채를 보이는 디자인 포인트다. 고급차의 주 고객들의 만족도가 높을 것 같다.

 

 크롬의 사용 빈도가 높았던 1세대 K9과는 달리, 신형 K9은 이보다는 차분해진 모습이다. 작열하는 햇빛에 눈이 부실 정도의 크롬이 아닌, 한 톤 정도 낮아 은은한 감각이다.

 

 


■ 외장 디자인의 기조를 잘 따른 구성

 

 버튼은 용도에 따라 배열됐고, 눌러지는 압력 하나하나도 세밀하게 조율된 느낌이다. ‘감성 품질’에 대해서는 일정 부분 논할 수 있을 정도다.

 

 우드 소재와 가죽 등 손이 닿는 부분들의 터치감도 만족스럽다. 스피커 덮개에도 메탈 소재를 적용하는 등, 최고급 소재는 아낌없이 들어갔다.

 

 독특한 형태의 퀼팅 패턴도 눈길을 끈다. 퀼팅은 공정의 특성 상 원료의 손실율이 높지만, 원가는 따지지 않았다는 듯 다이아몬드 패턴이 시트 곳곳을 누비고 있다.

 

 12.3인치 디스플레이는 시인성이 높다. 돌출형으로 설계된 탓에 시야에 방해되는 일도 없다. 인터페이스는 직관적이며, 중앙 콘솔의 컨트롤러, 터치 등 두 가지 방식으로 모두 작동시킬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출발지와 목적지의 날씨를 동시에 보여주는 내비게이션 분할 화면 기능은 항공기를 연상시킨다. 기능의 목적도 충족하지만, 비즈니스 세단으로서의 디테일한 배려도 엿보인다.

 

 2열 좌석은 개별 제어가 가능한 리클라이닝 기능이 적용됐다. 휴식 모드를 선택할 경우 조수석 시트를 앞으로 최대한 밀어낸다. 그럼에도 운전자의 시야는 방해하지 않는다. 키 181cm의 기자가 다리를 꼬고 앉을 정도로 여유 있는 공간이 나온다. 오너드리븐 세단을 지향하지만, 2열의 쇼퍼드리븐 오너들에게도 적합하다.

 

 후석 무선충전포트도 아이디어가 좋다. 스마트폰이 점차 커짐에 따라 차량의 무선충전 패드 사이즈가 맞지 않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데, K9의 2열 무선충전패드는 이를 고려해 덮개를 제거할 수 있도록 했다.

 

 ‘드라이브와이즈’로 명명된 주행보조시스템은 기아차가 가용할 수 있는 모든 기술이 집약됐다는 게 기아차 측의 설명이다. 총 13개의 주행보조시스템을 작동시키는 센서가 차량 전방위를 감싸고 있다.

 

 차로유지보조(LFA), 전방/후측방/후방교차 충돌방지보조(FCA/BCA-R/RCCA), 안전하차보조(SEA), 내비게이션 기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NSCC) 등은 전 트림에 기본 적용됐으며, 후측방모니터(BVM), 터널연동 자동제어 하이빔 보조(HBA), 운전자주의 경고(DAW) 등은 옵션으로 운영돼 가성비도 잡았다.

 

 


■ 중도 보수 성향의 주행감

 

 시승 차량은 최고출력 370마력, 최대토크 52.0kg.m을 발휘하는 3.3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이 적용됐다. 스팅어와 G70을 통해 호평받은 그 엔진과 같다.

 

 하지만 엔진의 회전 질감, 응답성은 부드러움에 집중됐다. 그럼에도 규정 속도 내에서 추월을 시도하다 보면 어느새 저 만치 가있는 속도계에 당황하기 일쑤다.

 

 고급차를 찾는 국내 고객들의 니즈는 정숙성과 승차감에 집중되어있다. 때문에 국산 고급차는 정숙성과 승차감이라는 여건에선 그 어떤 수입차들보다 엄격한 것이 사실. K9도 그렇다.

 

 다소 단단한 느낌이 강조된 제네시스 G80보단 부드럽다. EQ900에 가까울 만큼 보수적이다.

 


 EQ900에 준하는 덩치를 가졌지만, 시내 주행에서의 움직임은 제법 가볍다. 스티어링 휠 자체의 무게감도 제법 가볍게 세팅된 탓에 끼어들기와 가다 서는 상황이 반복되는 도심 주행에선 편리했다.

 

 고속 주행에선 반전이다. 스티어링 휠은 단단해지고 스포츠모드에서의 엔진 응답성은 스팅어의 그것을 연상시킨다. 하체의 세팅은 기본적으론 컴포트함에 집중됐지만, 정신없이 휘청대진 않으며, 일정 수준의 진동은 허용한다.

 

 때문에 코너가 반복되는 와인딩 로드에서도 제법 자신감 있게 운전할 수 있다. 편안히 주행할땐 지극히 보수적인 모습을 보이더니, 출럭을 조금씩 끌어올릴 때 마다 제법 운전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시승차는 사계절용 타이어가 적용됐지만, K9은 옵션 사양으로 여름용 고성능 타이어를 선택할 수 있다. 이런 보수적인 세그먼트에서 제법 재밌는 운전이 가능하겠단 짐작이 가는 이유다.

 

 

■ K9, 고급차이자 기아차의 정수다.

 


 많은 사람들이 K9에 ‘엠블럼 빼고 다 좋다’는 평가를 한다.

 

 다만, 소유주들의 의견은 이와는 다르다. ‘내가 만족하는데 그게 무슨 대수냐’는 이야기다. 마케팅적 용어로 풀어본다면,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자기 주도적 고객들이다.

 

 물론 고급차를 논하며 ‘실용’을 언급하기엔 다소 아이러니다. 마이바흐를 실용적이라서 타는 사람은 없지 않은가. 하지만 기아차가 럭셔리 브랜드가 아니라는 점을 상기시킬 필요가 있다.

 

 제네시스가 좋은 차고, G90가 좋은 차라는 건 인정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K9은 ‘나쁜 차’가 아니라는 것 까지. K9은 매스 브랜드의 고급스러운 플래그십 세단이다. 기아차의 기술력이 응집된 ‘정수’라고 생각한다면 설명이 쉽겠다.

 

 


박홍준 기자 hjpark@dailycar.co.kr
출처-데일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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