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GTC4 루쏘 T


 수퍼카 브랜드 페라리(Ferrari)는 일상적으로 타고 다니는 데일리카(DailyCar)와는 다소 거리가 먼 것처럼 느껴진다. 고성능 스포츠카를 직장 출퇴근을 위해 타고 다니는 사람들은 흔치 않기 때문이다.

 

 페라리는 그러나 최근들어 시장과 소비자 트렌드에 따라 변화를 추구하고 있는 모습이다. 잇따라 선보인 페라리 캘리포니아 T에 이어 GTC4 루쏘(Lusso) T 등은 스포츠카 뿐 아니라 데일리카로서의 매력을 동시에 지닌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GTC4 루쏘 T는 3.9리터급 8기통 터보 엔진이 탑재됐는데, 스릴감 넘치는 스포츠 주행감을 제공하면서도 그랜드 투어러로서의 스타일에도 적합한 모델이다.

 

 GTC4 루쏘 T는 엔초 페라리가 좋아했던 330GTC에 250GT 베를리네타 루쏘를 따 모델명이 만들어졌다. GTC는 그란 투리스모 쿠페(Gran Turismo Coupe)를, 숫자 4는 4인승 모델을 가리킨다. 루쏘는 고급스러움(Luxury)를 의미한다.

 

 

■ 페라리만의 아이덴티티 강조한 디자인 감각

 


 GTC4 루쏘 T는 슈팅 브레이크 쿠페의 진화된 버전으로 간결한 라인이 포인트다. 복잡한 디자인 구성은 배재하고, 심플한 스타일을 강조해 유려하면서도 시원시원한 감각이다. 멀리서 봐도 페라리 브랜드라는 걸 쉽게 알 수 있도록 페라리만의 디자인 아이덴티티가 그대로 녹아있다.

 

 길게 내려뻗은 헤드램프는 범퍼와 같은 선상에 놓인 라디에이터 그릴보다도 한층 강렬하다. 후드 상단의 캐릭터 라인은 심플한 감각이다.

 


 측면의 웨이스트 라인은 유려하다. 지붕에서 차체 뒷쪽으로 이어지는 유선형 디자인은 패스트백 형상으로 맵시를 더한다. B필러가 밖에서는 보이지 않도록 처리한 윈도우 라인도 눈길을 모은다. 여기에 도어캐치와 에어덕트도 포인트다.

 

 후면에서도 심플한 라인은 유지된다. 둥그런 모습의 리어램프, 고속 주행에서 안정감을 더하는 리어 스포일러, 가로 바 형태의 스톱램프, 디자인적 요소를 더한 리플렉터는 적절한 배치다. 트윈 듀얼머플러는 강력한 엔진 성능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트렁크 공간은 넓지는 않지만, 골프백 하나 정도는 간신히 넣을 수 있는 정도다.

 


실내는 럭셔리하면서도 스포티한 감각이다. 조수석에 위치한 디스플레이를 통해 차량의 주행 속도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듀얼 콕핏(Dual Cockpit) 디자인이 도입된 게 눈에 띈다. 마감재는 알루미늄 등 경량화된 소재를 주로 적용했는데, 공정은 수작업으로 진행된다. 그런만큼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한층 높인다.

 

 

■ 다이내믹하면서도 여유로운 주행 감각

 


 GTC4 루쏘 T는 배기량 3855cc의 V8 터보 엔진이 탑재됐다. 최고출력은 610마력(7500rpm), 최대토크는 77.5kg.m(3000rpm)의 엔진 파워를 지닌다. 안전최고속도는 시속 320km,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의 도달 시간은 3.5초에 불과하다.

 

 시동을 걸면, ‘부릉~부릉~’ 거리는 엔진 사운드는 자연스럽게 심장을 뛰게 만든다. 달리기 본능에 충실한 페라리 브랜드인 만큼 스포츠카로서의 위용을 갖췄다.

 

 액셀러레이터 반응은 민첩하지만, 엔진회전수가 2000rpm 전후의 저회전 영역에서는 정숙감도 맴돈다. 이 수준에서는 데일리카로서 한없이 부드럽고 차분한 감각이어서 시내 주행에도 적합한 모습이다.

 


 가속감은 남다르다. 풀스로틀이 아니어도 페달 반응은 들썩 거리는데, 엔진회전수 3000~5250rpm에서의 토크감은 그야말로 일품이다. 거침없는 주행감은 펀-투-드라이빙의 제맛을 느끼게 한다.

 

 레드존은 7500rpm에서 시작돼 최대 1만rpm까지 가능하지만, 사실 풀액셀로 이 정도까지 달린다는 건 무모한 도전이다. 고속도로의 한계 뿐 아니라 프로 레이서가 아닌 이상 쉽지 않은 일이다.

 

 GTC4 루쏘 T는 민첩해진 반응 속도에서도 운전자의 차체 제어력을 높인 것도 눈에 띈다. 사이드 슬립 앵글에서 뒷바퀴는 앞바퀴에 같은 방향으로 조향된다. 4WS(rear-wheel steering) 시스템 덕이다.

 


 타이어는 피렐리(Firelli) 브랜드가 적용됐는데, 앞쪽은 245mm, 뒷쪽은 295mm의 대형 사이즈로 다르게 세팅됐다. 슬립 현상을 방지하면서도 주행 안전성을 높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패들시프트는 부드러운 촉감이면서도 조작성이 편리하게 세팅돼 스포츠 주행에서 제법 어울린다. 가변 부스트는 고속뿐 아니라 저속에서도 터보 래그를 거의 느낄 수 없는 정도다.

 

 GTC4 루쏘 T의 주행감이나 핸들링 감각은 그야말로 ‘찰떡’을 씹고 있는 것처럼 맛깔스럽다. 고속 주행에서는 수퍼카의 본능을 그대로 이어받은 퍼포먼스를 지녔으면서도, 중저속 주행에서는 투어러, 데일리카로서의 정숙감과 편안함도 갖췄다.

 

 

■ GTC4 루쏘 T의 시장 경쟁력은...

 


 GTC4 루쏘 T는 수퍼카에 속하는 스포츠카이면서도 투어러에 적합한 데일리카로서의 양면성을 지닌다. 중저속 주행에서는 편안한 승차감과 정숙감을 느낄 수 있는데다, 고속에서는 다이내믹한 퍼포먼스를 지녔다는 점에서 매력을 더한다.

 

 다만, GTC4 루쏘 T는 페라리 브랜드가 지금까지 전통적으로 하이엔드 소비자에서 벗어나 일반 대중도 타깃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차별적이다. 그러나 페라리 브랜드가 급변하는 소비자들의 트렌드를 꿰뚫지는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

 


 GTC4 루쏘 T에 적용된 오디오 시스템은 페라리 브랜드의 기대치를 손상시킨다. 오디오를 켜고 음악을 듣느니, 차라리 페라리 엔진사운드를 듣는 게 나을 정도라는 얘기도 나온다.

 

 여기에 GTC4 루쏘 T에는 최근에 선보이는 신차에는 대부분 적용되는 능동형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이 전혀 탑재되지 않은 것도 약점이다. 차선이탈 방지나 전후방 충돌, 보행자 등을 배려한 안전시스템은 취약한 모습이다.

 

 GTC4 루쏘 T의 국내 판매 가격은 옵션 적용에 따라 3억원대 중반부터 시작된다.

 

 


하영선 기자 ysha@dailycar.co.kr
출처-데일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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