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행거리 확장 택시, 전기차 전환 시 기대 효과 높아
 -전세계적 도입 움직임 확대...설득력 있는 수익성 모델 필요

 

 전기차는 이제 더 이상 낯선 이동수단이 아니다. 전기모터만으로 움직이는 배터리전기차(BEV)의 강점은 명확하다. 주행 중 배출가스가 전혀 없다는 압도적인 친환경성이 가장 강력한 무기다. 각국 정부가 전기차 구매자에게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전기를 만드는 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에 대한 논란은 있지만 에너지를 만들어 자동차에 활용했을 때 내연기관보다 효율이 높다는 점에서 미래의 방향성으로 읽히기도 한다.

 


2013년 르노삼성은 처음으로 SM3 Z.E.를 전기택시로 공급했다. 
 

 전기차 보급 활성화를 위해 각국 정부는 일반 소비자에게 보조금 등을 지원하는 한편 관용차, 버스 등 대중교통, 택시 등 주행거리가 긴 이동수단에 전기차를 투입한다. 특히 업계에서는 전기택시의 성공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탑승객들에게 효과적으로 전기차 경험을 제공하는 한편, 사업적 측면에서 친환경차 수익성을 검증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한국 택시 일 주행거리 평균 200㎞...전기차 대체 시 1대당 CO2 연 10t 감소
 -전기 충전요금 LPG 대비 50% 수준, 소모품 교체·정비비용 저감 효과도

 

 전기택시가 당면한 현실은 서울시가 올해 7월 발표한 전기택시 보급 사업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서울시는 올 하반기 전기택시 100대를 도입하고, 2025년 약 4만 대의 전기 택시를 운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올 8월 기준 서울시 개인택시 등록대수가 4만9,000여대란 점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숫자다.

 

 이 같은 서울시의 제안은 현행 전기차의 성능이 많이 개선됐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실제 전기차가 본격적으로 시장에 등장한 2010년대 초중반 당시 1회 충전 후 주행 가능거리는 100㎞ 전후에 불과했다. 일 평균 200㎞ 이상 달리는 국내 택시 시장의 여건 상 초기 전기차의 성능은 역부족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서울시가 전기택시로 선택한 차종인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의 최장 주행가능거리는 406㎞, 르노삼성차 SM3 Z.E는 213㎞로 영업 택시용으로 운행하기에 충분한 숫자다. 게다가 내년에는 아이오닉과 마찬가지로 400㎞ 정도의 1회 충전 주행거리를 확보한 기아차 쏘울 EV, 닛산 리프 EV 등도 택시에 투입될 전망이다.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 전기모터로 움직이는 소형 SUV로 최근 서울시 전기택시 보급사업 대상으로 선정됐다. 
 

 이처럼 전기택시 보급으로 기대할 수 있는 환경개선 효과는 상당하다. 현재 국내 택시 시장에서 주력으로 자리잡은 쏘나타 LPG의 경우 제원표 상 1㎞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43g, 일 평균 주행거리를 200㎞로 계산했을 때 연간 택시 한 대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는 10t을 넘어선다. 서울시의 계획대로 2025년 4만대의 택시가 전기차로 전환되면 연간 40만t 이상의 이산화탄소 저감 효과를 거둘 수 있다.  

 


2018년형 르노삼성 SM3 Z.E.는 주행가능거리를 213㎞로 확장한 게 특징이다. 
 

 동시에 택시 사업자들이 전기택시를 운용하며 거둘 수 있는 이익은 연료비와 유지비 등이다. 완성자 업체들은 현재 유류비와 택시모델의 연료효율 등을 고려했을 때 전기차의 연료비가 LPG차의 30~50% 수준이라고 설명한다. 여기에 전기차는 내연기관 대비 부품수가 적고, 엔진오일 등의 소모품 교체가 필요 없어 유지비는 1/3 수준이라고 강조한다.

 

 배터리 내구성에 대한 검증도 이미 끝났다. 르노삼성에 따르면 대구에서 전기택시 실증 실험 결과 약 15만㎞를 운행한 전기차의 배터리 성능은 새 차의 90% 수준으로, 별도 교체 등이 불필요하다.  

 

 

 -프리미엄 브랜드, 고급 전기택시 통해 소비자 경험 확보
 -태국, 전기택시 도입으로 여행객 인식 개선 효과도

 

 그런데 역사를 거슬러 오르면 인류 역사상 최초 택시는 전기차라는 주장이 있다. 물론 논란은 있지만 역사적으로 최초 택시는 1896년 아메리카전기차가 미국 뉴욕에서 운영한 전기택시를 지칭한다. 마차가 일반적인 이동 수단이었던 19세기 말 아메리카전기차는 판매 확대를 위해 뉴욕시에 200여대의 전기차를 택시로 운영했다. 당시 전기택시는 조용하고 편한 고급 이동수단으로 상류층의 호평을 받았다. 비록 주행거리와 충전시간 등의 단점 때문에 내연기관에 자리를 내주긴 했지만 전기택시가 사회에 준 충격은 대단했다.

 

 21세기에 권토중래한 전기택시는 후발 주자들에게 기회로 찾아왔다. 특히 일찌감치 전기차에 활발히 투자한 중국의 전기차 굴기가 두드러진다. 중국은 연간 2,800만대에 달하는 거대한 자동차 내수 시장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수출 시장에선 존재감이 미미하다. 스웨덴 볼보를 인수한 지리자동차 등이 최근 글로벌 자동차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지만 유럽과 미국, 일본과 한국 등 자동차 선진국에 비해 상품성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BYD는 영국에 전기택시를 판매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전기택시 분야의 글로벌 선두업체로 중국 BYD를 주저 없이 꼽는다. 올해 4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EV 트렌드 코리아 2018에 참석한 류 쉬에랑 BYD 부사장이 밝힌 전기택시 수출물량은 8만대를 훌쩍 넘어섰다. 영국과 홍콩의 전기택시는 이미 BYD가 점령했다. 우루과이는 물론 우리나라에도 BYD 전기택시가 진출했거나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프리미엄 업체들은 고급택시 시장에서 전기택시의 성공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고급택시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폭 넓은 브랜드 체험 기회를 제공하는 건 물론 전기차 기술을 실증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여서다. 유럽 시장에서 시범적으로 전기택시를 선보였던 재규어는 올해초 구글의 자회사인 웨이모와 손잡고 2020년까지 전기차 I-페이스를 활용한 자율주행 전기택시 2만대를 투입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택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전기택시를 통해 해소하려는 시도도 나타나고 있다. 관광객들에게 낡은 차와 바가지 요금으로 악명 높은 태국의 택시시장은 최근 전기택시가 투입되면서 체질 개선이 한창 진행 중이다. 태국의 주요 공항과 관광지에선 'VIP 택시'를 표방하는 전기택시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차종은 BYD의 전기차 E6가 주를 이룬다. 현지 택시업체들은 전기택시가 조용하고 깨끗하며, 정확한 요금으로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이동할 수 있다며 적극적인 홍보에 나서고 있다.

 

 

 -전기택시 보급, 아직은 정부 지원에 의존하는 구조
 -자율주행차 시대, 전기택시 확대 가속화할 전망

 

 이런 상황에서 서울시는 택시사업자가 코나 일렉트릭과 SM3 Z.E 구매할 때 적지 않은 보조금을 책정했다. 덕분에 실질적으로 지불해야 할 전기차 구매가격은 각각 2,200만~2,400만원 대와 1,100만원 대다.

 

 결과적으로 전기택시는 세 가지 측면을 가지고 있다. 기업에게는 전기차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단이며, 정부는 한정된 예산으로 배출가스 저감 효과를 톡톡히 볼 수 있고, 사업자는 비용절감으로 수익으로 가져갈 수 있어서다. 특히 정부가 친환경차 보급 정책으로 전기택시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자명하다. 전기차 1대가 내연기관 10대의 배출가스를 줄여주니 말이다.

 

 

안효문 기자 yomun@autotimes.co.kr

출처-오토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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