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차감, 정숙성 등 강점 한층 강화돼
 -진화한 ADAS 기능, 안전성과 효율 동시에 잡아

 

 렉서스가 7세대 완전변경 ES를 한국 시장에 선보였다. 지난 4월 베이징모터쇼에서 세계최초로 신차를 공개한지 반 년만이다. 일본보다 먼저 국내 출시 일정을 잡을 정도로 회사는 공을 들였다.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ES가 많이 판매되는 시장이어서다.

 

 

 신형 ES는 국내에서 하이브리드 단일 파워트레인으로 판매한다. 한국 시장에서 '하이브리드 리딩 브랜드'란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수년간 공을 들여온 렉서스다. 판매볼륨이 가장 큰 ES를 하이브리드에 집중, 경쟁 브랜드와의 격차를 더욱 벌려놓겠다는 게 회사 복안이다. 가솔린 엔진의 부재를 하이브리드만으로 잘 메울 수 있을지 신형 ES 300h를 직접 체험해봤다.

 

 

 ▲디자인&상품성


 차 크기는 길이 4,975㎜, 너비 1,865㎜, 높이 1,445㎜, 휠베이스 2,870㎜다. 기존 6세대보다 길이와 너비가 각각 75㎜와 45㎜ 늘었다. 휠베이스도 50㎜ 연장했다. 매끈한 실루엣을 강조하는 한편 고급 세단의 덕목인 실내 거주성을 개선하기 위한 선택이다.

 


 

 7세대 ES의 변화가 극적으로 다가오는 곳은 전면부다. 패밀리룩을 상징하는 고유의 '스핀들 그릴'이 한층 커지고 과감해졌다. 정교하게 제작된 세로형 그릴 패턴은 렉서스 브랜드 최초로 적용한 디자인 언어다. L자형 주간주행들을 적용한 헤드램프와 함께 날카롭고 감각적인 인상을 자아낸다. 렉서스가 신형 ES에 적용한 디자인 컨셉트는 '도발적인 우아함'이다. 다소 밋밋했다는 기존 ES에 대한 평가를 뒤집기 위한 시도다.

 


 

 측면은 최근 자동차 디자인 추세에 발 맞춰 매끈한 쿠페형 실루엣을 표현했다. 경쟁사들이 내놓은 스포츠 세단 컨셉트의 차들과 비교해 역동성이 두드러지진 않지만 심심한 이미지는 많이 벗어낸 모습이다.

 

 디자인 변화의 바탕엔 토요타의 신규 플랫폼 GA-K가 자리 잡고 있다. 앞바퀴굴림 세단을 위해 새로 개발한 차체다. 차체와 파워트레인을 동시에 새롭게 만들다보니 개발 과정에서 우여곡절이 많았다는 후문이다. 현행 캠리와 플랫폼을 공유하지만 고급감은 단연 ES가 앞선다는 판단이다.

 

 구조 변경에 따른 혜택은 넓어진 공간이다. 뒷좌석 공간은 물론 트렁크 용량도 커졌다. 배터리의 위치를 트렁크 하단에서 뒷좌석 시트 쪽으로 옮겼다. 신형 ES는 골프백 4개를 한 번에 싣고 달릴 수 있을 정도로 트렁크 용량을 확보했다.

 

 

 실내는 편안하고 고급스럽다. 도어 트림과 센터 콘솔 등을 감싼 가죽의 질감이 만족스럽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새 차임에도 주름이 살짝 잡혀있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입체감을 살리면서도 부드러운 촉감을 유지하기 위한 시도다. 렉서스는 특별한 마감 방식을 '비스코텍'이라 부른다.

 

 가장 와닿는 개선점은 시트다. 처음 운전석에 앉으면 생각보다 시트가 짧다고 느껴진다. 그러나 엉덩이가 시트 안쪽까지 깊게 자리 잡도록 설계해 불편함이 없도록 했다. 오히려 시트가 몸에 꼭 맞는 느낌을 주며 착좌감이 한층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시승이 악천후 속에 진행돼 평소보다 긴장했지만 피로도는 적었다.

 


 

 실내 공간의 구성은 운전자 시야 확보에 초점을 맞췄다. 높이는 낮아졌지만 전방 시야는 오히려 넓어졌다. 전반적인 레이아웃도 수평으로 구성했다. 널찍한 공간감을 제공하는 한편 운전에 집중하도록 한 구성이다. 계기판은 7인치 TFT LCD 모니터로 시선의 이동을 최소화하며 필요한 정보를 운전자에게 전달한다. 디스플레이는 12.3인치로 널찍하다. 터치 방식을 지원하진 않는다. 렉서스 특유의 리모터 터치 인터페이스를 이용해야 한다. 

 

 

 ▲성능


 파워트레인은 직렬 4기통 2.5ℓ 가솔린 엔진과 전기 모터, 무단변속기(CVT)의 조합이다. 시스템 총 출력은 218마력, 최대 토크는 22.5㎏·m다. 연료효율은 복합 ℓ당 17.0㎞(도심 17.1㎞/ℓ, 고속도로 17.01㎞/ℓ)을 인증 받았다.

 


 

 ES는 정숙성면에서 이전 세대에도 이미 인정을 받았다. 신형 ES는 이전보다 더 조용해졌다. 가속페달을 부드럽게 밟는다면 출발 가속부터 시속 100㎞ 전후까지 엔진음 때문에 귀가 거슬릴 일이 없을 정도다. 기존 하이브리드나 전기차의 경우 엔진소음이 배제된 만큼 외부 소음이 두드러지는 경우가 종종있다. 7세대 ES는 흡음재 적용 범위를 넓혀 풍절음과 노면 소음 차단에도 공을 들였다. 신형 ES의 공기저항 계수는 0.26, 숫자 이상으로 효율은 물론 정숙성 개선 효과를 체감할 수 있었다.

 

 

 도발적인(?) 디자인과 달리 주행 감각은 기존과 크게 달라진 건 없다. 부드럽고, 편안하며, 조용하다. 서스펜션은 앞 뒤 각각 맥퍼슨스트럿과 더블 위시본이다. 흔들림은 적지만 부드럽고 편안하게 움직인다. 코너링에서 좌우 롤링이나 제동 상황에서 쏠림은 크지 않다. 스티어링휠도 묵직하다. 편안한 차는 출렁거린다는 선입견을 없애기 충분한 움직임이다.

 

 주행모드는 에코, 노멀, 스포츠 등을 지원한다. 에코와 노멀에선 반응이 나긋나긋하다. 가속페달을 밟아도 역동성보단 편안함을 잃지 않는다. 스포츠모드로 전환하면 계기판이 붉은색으로 바뀌며 달리기 실력을 슬쩍 드러낸다. 엔진음도 커지고 힘도 제법 적극적으로 쏟아낸다. CVT는 부드럽지만 명민하게 엔진의 힘을 전달한다.

 


 

 렉서스는 ADAS 기능을 업그레이드하며 '렉서스 세이프티 시스템 플러스(LSS+)'란 이름을 붙였다. 긴급 제동 보조(PCS), 차선 추적 어시스트(LTA), 다이내믹 레이저 크루즈 컨트롤(DRCC), 오토매틱 하이빔(AHB) 등으로 구성한 첨단 안전품목 패키지다. 주간과 야간에 보행자는 물론 자전거 운전자까지 감지, 안전운전을 위해 적극 개입한다.

 

 적응형 크루즈 컨트롤은 안전은 물론 연료 효율면에서도 혜택을 준다. 앞차와의 간격과 상대 속도를 읽어 교통흐름에 사뿐히 몸을 싣는다. 가속과 감속을 부드럽게 하는 만큼 불필요한 연료소모를 최소화한다. 차선유지 보조의 경우 차선 인식이 어려운 경우 앞차의 경로를 추적해 주행할 정도로 진화했다. 경쟁차 대비 좌우 보타가 잦다고 느껴졌지만, 이 역시 렉서스 특유의 고집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연료효율은 기대 이상이다. 100㎞ 남짓한 시승 코스는 막히는 도심과 고속화도로, 구불구불한 시골길 등을 거쳐야했다. 하이브리드는 막히는 길에서 연료효율이 좋아지기도 한다. 회생제동 시스템으로 전력을 충전하고, 저속 구간에서 엔진보다 모터를 적극적으로 사용해서다. 반대로 정속 주행 시 연료효율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크루즈 컨트롤을 적극 활용한 자동차 전용도로에서 신형 ES는 계기판에 ℓ당 20㎞가 넘는 효율을 표시했다. 도로의 특성보다 운전습관에 따라 기대 이상의 효율을 보여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총평


 신형 ES는 현재 렉서스의 경쟁력을 잘 보여주는 차다. 글로벌 시장에서 호평 받고 있는 정숙성과 승차감, 신뢰성이 한층 강화됐다. 최근 추세에 맞춰 ADAS 등 첨단 편의·안전품목도 준수하게 갖췄다. 렉서스는 2000년대 중반 붙여진 '강남 쏘나타'란 별명이 부담스러운 것으로 보인다. '젊은 렉서스'를 표방하는 최근 마케팅 전략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서다.

 


 

 도발적인 디자인, 가솔린을 제외한 과감한 판단에도 불구하고 ES의 강점은 그대로다. 국내 소비자들이 고급 세단에 기대하는 장점을 충실히 갖췄단 이야기다. 운전도 부담 없고, 하이브리드의 강점인 연료효율은 극대화됐다. 최상위 트림의 도입이 내년 1월로 늦춰진 건 의아하지만, ES가 오랜 시간 가꿔온 시장을 지키는 건 물론 렉서스가 원하는 대로 판매외연을 넓히기에 충분한 상품성을 갖췄단 생각이 들었다. ES 300h 럭셔리 플러스의 가격은 6,260만 원(개소세 인하 적용)이다.  

 


 

안효문 기자 yomun@autotimes.co.kr
출처-오토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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