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 주도권 확보, 미래 생존 전략으로 삼아


 인류에게 움직임(Movement)을 포함한 빠른 이동(Fast Mobility)은 생존을 위한 필수 항목이었다. 남보다 빠르게 이동해야 식량을 먼저 얻을 수 있었고, 싸움에서도 우위를 점했다. 인류 초창기부터 사람보다 발걸음이 빠른 말(馬)이 곧 무기이자 재산이 됐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리고 보다 빠른 이동을 위해 인류는 지속적인 말(馬)의 품종 개량을 시도해왔고, 속도는 점차 빨라졌다.

 


 하지만 말(馬)은 수레 등장 이후 용도에 따라 기능적으로 세분화 됐다. 사람을 태우고 전쟁터에 나가는 말(馬)은 여전히 빠른 기동성이 우선했던 반면 수레를 이끌 때는 속도보다 힘(力)이 주목 받았다. 더 많은 힘을 얻기 위해 견인마의 숫자가 늘어났고, 때로는 힘이 넘치는(?) 말을 별도로 사육하기도 했다.


 그렇게 중세 시대를 거쳐 18세기 증기기관이 등장했다. 증기기관을 발명한 제임스 와트는 사람들에게 기관(Engine)이 만들어내는 힘(力)을 설명하기 위해 말 한 마리가 수레를 견인하는 힘을 가정해 '마력(馬力)'이라는 개념을 고안해냈다. 이후 높은 견인력을 자랑하는 엔진은 동일한 힘을 얻기 위해 말 여러 마리를 묶어야 하는 번거로움을 없앴고, 이른바 '엔진의 시대'로 바통을 넘겻다.

 


제임스 와트 증기 기관 설계도. <출처: 로버트 H. 더스톤, 증기기관 성장의 역사(A History of the Growth of the Steam Engine) 1978 


 하지만 물을 끓였을 때 뿜어져 나오는 증기의 힘을 활용한 증기기관은 불편함이 적지 않았다. 그러자 연료를 엔진 안에서 직접 태워 동력을 얻는 내연기관이 등장했고, 150년 동안 눈부신 발전이 거듭되며 지금에 다다랐다. 


 하지만 역기능도 적지 않았다. 사고로 목숨을 잃는 일이 끊이지 않고, 이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소모할 때 지구를 위협하는 배출가스가 골칫거리로 등장했다. 그러자 사람의 운전 역할을 최대한 줄이는 시도가 이어졌다. 사람보다 기계의 판단이 이동 수단 움직임을 제어하는데 효과적이라는 점이 검증됐고, 운전자를 탑승자로 바꾸려는 시대가 도래했다. 이른바 자율주행 이동 수단의 등장이다. 이와 함께 화석 연료 기반의 내연기관 시대를 끝내고 지속 순환이 가능한 친환경 에너지를 이동의 동력으로 삼으려는 노력도 병행됐다. 최근 전기와 수소 등이 새삼 주목받는 이유다.

 


 이동 수단이 이처럼 두 가지 방향으로 발전할 때 개별 이동 수단의 연결이 더해진 배경은 IT 기술의 역할이 컸다. 사람과 사람이 모바일로 연결되는 것처럼 이동 수단과 이동 수단을 통신 매개체로 활용하면 사고도 줄이고, 효율적인 동력 사용이 내연기관의 배출가스 문제도 해결할 것으로 믿었다. 게다가 연결만 잘하면 이동 수단 제조가 아니라 이동하는 모든 것을 서비스의 도구로 사용할 가능성도 발견됐다. 이동의 궁극적인 경쟁이 '누가 이동 수단을 보다 잘 만들 것인가'에서 '누가 더 좋은 이동 서비스를 제공할 것인가'로 달라진다는 사실이 불변의 진리로 떠올랐다는 뜻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7일, 현대자동차 정의선 수석 부회장이 인도에서 열린 '무브(MOVE) 글로벌 모빌리티 서밋'에서 기조연설을 했다. 그리고 현대차의 미래를 친환경 이동성(Clean Mobility), 이동의 자유로움(Freedom in Mobility), 그리고 연결된 이동성(Connected Mobility) 제공 기업으로 규정했다. 친환경 이동성은 수소전기차를 의미하고, 이동의 자유로움은 자율주행 이동 수단을 뜻한다. 그리고 연결된 이동성은 이동 수단이 아니라 이동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현대차 뿐 아니라 정 부회장의 생각은 모든 이동 수단을 제조하는 기업, 특히 자동차회사가 공통적으로 추구하는 미래 목표다. 그런데 보다 깊은 이면까지 들여다보면 일찌감치 운송 사업에 진출한 포드처럼 현대차 또한 운송 사업을 하겠다는 뜻도 함유하고 있다. 이동 수단 제조사인 만큼 이동이 필요한 모든 곳에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서다. 지금은 여전히 이동 수단 구입을 원하는 소비자에게 자동차라는 이동 수단을 직접 판매하는 게 핵심이지만 점차 제조사가 자동차를 빌려주거나 이동 서비스를 제공하며 비용을 받으면 현재 구축된 다양한 교통 서비스와 겹치기 마련이다. 실제 폭스바겐그룹이 추구하는 공유 서비스 '모이아(MOIA)'의 궁극적인 목표도 모든 이동 시장의 장악이라는 점을 떠올리면 현대차의 미래 전략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얘기다. 

 


현대자동차가 미국 사운드하운드와 공동 개발한 대화형 인공지능 플랫폼 '하운디파이'. 운전자는 음성만으로 차 내 장치들을 간편하게 조작할 수 있고, 차는 탑승객이 필요한 맞춤형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한다. 


 그러나 여전히 걸림돌은 적지 않다. 이동 수단 제조업이 이동 서비스에 진출하는 것은 직접 제조물을 구매한 뒤 사람들을 태워 돈을 받았던 운송 사업자의 몰락을 가져올 수 있어서다. 그럼에도 흐름은 이미 시작됐다. 얼마나 편리하게, 그리고 빠르게 이동시킬 수 있을 것인지 이동 수단 제조 단계부터 고민이 들어가면 이동 서비스의 경쟁력 확보는 시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현대차가 모빌리티 기업이 된다는 것은 자동차 제조가 아니라 제조물을 활용한 운송 사업자로 전환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물결은 그리 흐르고 있으니 말이다.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출처-오토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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