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해킹, 테러악용·사생활침해 위험성 증대
 -자율주행차 시대, 보안기술과 법제 강화로 개인 보호 나서야

 


 

 "글로벌 기업들이 업무용 스마트폰으로 블랙베리를 선호하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가장 안전한 단말기란 인식 덕분이죠. 블랙베리 스마트폰은 해킹사례가 단 한 건도 보고되지 않았을 정도로 강력한 보안성을 검증 받았습니다. 자동차 보안 분야에서 블랙베리가 앞서갈 수 있는 것도 오랜 시간 쌓아온 기술력과 노하우, 그리고 신뢰성 덕분입니다"

 

 외국계 자동차회사 임원들과 인터뷰를 나누거나 해외 출장에서 만나면 흔히 블랙베리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경우를 보게 된다. 삼성과 애플이 주도하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블랙베리는 지금도 나름의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특히 높은 신뢰성을 기반으로 비즈니스 분야의 업무용 단말기로 많은 선택을 받고 있는 게 블랙베리다.

 

 스마트폰 분야와 별개로 블랙베리는 다양한 분야에 IT 보안 솔루션을 제공하는 업체로 이름이 높다. 특히 자율주행(autonomous), 연결성(connectivity) 등 IT와 접점이 많아진 자동차 분야에서 블랙베리의 활약은 눈부시다. 블랙베리 QNX가 제공하는 기술은 40개 이상의 완성차 브랜드와 대부분의 1차 공급사 등에서 사용하고, 이들의 인포테인먼트 소프트웨어 플랫폼은 1억2,000만대 이상의 차에 탑재됐다.

 

 카이반 카리미 블랙베리 테크놀로지솔루션 영업마케팅 수석 부사장(사진)은 자동차 보안의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설명했다. 자동차의 연결성이 강화되면서 보다 많은 편의성을 누릴 수 있게 됐지만 그만큼 이전에 상상치 못했던 위험성 역시 대두되고 있어서다. 무엇보다, 이동 기계로 출발한 자동차는 통신과 보안이 우선 고려된 제품이 아니기 에 태생적으로 보안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앞으로 보다 많은 자동차들이 스스로 움직이고, 여러 사물과 연결될 것입니다. 점점 더 해킹의 위험성에 노출되죠. 테러집단이 차를 해킹한다면 지금보다 적은 위험과 비용으로 전세계에서 테러를 감행할 좋은 무기를 얻게 되는 겁니다. 도로 위를 빠르게 달리는 자동차를 외부에서 원격으로 조작할 수 있다는 자체가 이미 큰 위험이죠"

 

 실제 자동차 해킹을 먼 미래의 이야기로 치부하기엔 현재 노출된 위험이 너무나도 크다. 자동차를 이용한 테러는 굳이 자율주행차가 아니어도 가능하다. 또, 자동차의 보안성은 차종별, 시대별로 천차만별이다. 무엇보다 일반인도 생각 이상으로 손쉽게 자동차를 해킹할 수 있다는 점은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아마존에서 단돈 12달러에 파는 '해커들을 위한 자동차 산업 가이드'란 책이 있었습니다. 스마트폰을 이용해 차를 해킹할 수 있는 네 가지 방법을 소개하는 책인데, 많은 자동차회사들이 진단용으로 사용하는 블루투스 OBD 커넥터를 통해 초심자도 차를 쉽게 해킹할 수 있는 방법이 실려있습니다. 저도 책을 보고 네 가지 방법 중 세 가지를 단 20분 만에 성공해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확실히 오늘날 자동차는 보안을 염두에 두고 개발된 것이 아닙니다, 미래를 위해선 더 안전하게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개인정보 보호에 있어서도 자동차 분야의 취약성과 중요성은 더욱 부각된다. 자율주행차 시대가 오면 사람은 운전에서 해방돼 이동 중 다양한 경험을 누리게 된다. 차 내 공간이 단순한 휴식을 넘어 온라인 쇼핑, 컨텐츠 감상, 통신, 등을 할 수 있는 곳으로 변모하게 된다. 지금도 GPS를 통한 위치정보 공개가 사생활 침해의 요소가 있다지만 자율주행차 시대가 본격화되면 신용카드 등 금융정보, 컨텐츠 이용정보 및 선호도 등도 해킹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자동차 보안 분야는 단순히 차의 정보를 보호하거나 외부에서 차로 침입하는 시도를 막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자율주행차 시대가 오면 탑승객들은 차 안에서 다양한 활동을 할 것입니다. 업무, 쇼핑, 금융, 엔터테인먼트 등 누리는 편의성이 늘어나고, 이럴수록 다양한 보안 솔루션도 필요해질 것입니다. 자동차는 물론 병원, 발전소, 은행 등 다양한 분야에서 보안 솔루션을 제공해온 블랙베리의 전문성이 더 빛을 발할 것입니다"

 

 자동차 제조사들은 지금 여러 가지 과제에 직면해있다. 인구 고령화, 라이드 셰어링 등 차를 직접 구매하려는 수요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 또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익도 낮아지고 있다. 이런 이유로 차에서 얻는 데이터가 새로운 수익원으로 떠올랐고,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마다 앞다퉈 신규 사업부를 신설하고 데이터 처리 사업에 골몰하고 있다. 개인정보 보호 문제가 다시금 자동차 업계에서 부각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완성차 업체들은 구글 등 서드파티가 이용자와 직접 만나는 걸 원치 않습니다. 고객의 데이터를 직접 보유하고, 처리 및 수익 사업을 주도하고 싶어하죠. 이용자들의 각종 데이터를 활용한 사업은 굉장히 규모가 클 것이기 때문에 소비자 보호 역시 중요한 이슈가 될 것입니다. 기업이 가져갈 이윤이 큰 만큼 소비자 권리가 침해될 위험도 높을테니까요"

 

 아이러니하게도 IT 전문가의 입에서 나온 대책은 법 규정의 강화였다. 기술적으론 이용자의 정보를 탄탄하게 보호할 수 있고, 소비자가 모르는 사이에 감쪽 같이 기업이 이용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기술적으로 열세에 있는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선 관련 법규의 강화가 필요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스웨덴에선 소비자가 텔레마케터에게 전화를 받으면 나의 정보를 어디서 얻었는지, 어느 정도의 정보를 가지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만약 회사가 내 정보를 보유하는 걸 원치 않는다면 경찰에 정보 삭제를 요청할 수 있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경찰은 신고를 받으면 철저히 정보를 추적해 회사가 사용하지 못하도록 조치를 취하죠. EU에선 이런 법규가 있어 개인정보를 비교적 잘 보호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이나 한국엔 이런 법규가 없죠. 법 규정은 국가별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지만 자동차 분야에서도 정보보호를 위한 법제화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블랙베리는 자동차 뿐만 아니라 국내 여러 업체들과 폭 넓게 협업관계를 이어왔다. 인터뷰 말미에 자동차 분야에서 한국의 전망을 물었다.

 

 "한국은 블랙베리 뿐만 아니라 자동차 전체에서 중요한 시장 중 하나입니다. 전 세계 어디서나 현대차를 만나볼 수 있고, LG는 자동차회사에 다양한 제품과 솔루션을 납품하고, 삼성은 하만을 인수하며 자동차산업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죠. 따라서 한국 업체들은 앞으로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 포괄적인 영향력을 끼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국 시장에서 오랫동안 활동해왔고, 수년 간 보안전문성 기반으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만큼 좋은 파트너로 함께 성장해나가길 바랍니다"

 

 

안효문 기자 yomun@autotimes.co.kr

출처-오토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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