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자동차회사 혼다는 1960년대 창업자 혼다 소이치로가 "다른 누군가에게 의존하는 것을 거부한다"고 할 만큼 기술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그러던 혼다가 이제 높은 연구개발 비용 부담 때문에 전기차와 자율주행의 핵심 기술을 외주화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해 3월 혼다의 부분 자율주행 SUV가 카메라와 센서로 장애물을 감지해 충돌을 피하는 테스트에서 실패했다. 8개월 뒤에 혼다 신형 시빅이 같은 테스트에서 거의 만점을 받았지만 문제를 해결한 것은 혼다 엔지니어들이 아니었다. 차량에 독일 부품업체 로버트보쉬의 센서를 단 덕분이다.

 

 외주 결정은 일본의 콧대 높은 회사 가운데 하나였던 혼다의 문화에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났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WSJ은 지적했다. 혼다는 엔진에서 서스펜션암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기술을 자체 엔지니어들이 설계해왔다. 하지만 지금은 기술의 급격한 변화로 더는 자급자족을 하기 어려워졌다.

 

 이에 대해 불평의 목소리도 있다. 혼다의 연구개발 부문에서 20년간 일하다 2016년 퇴직한 쓰루 히데아키는 "혼다는 바꾸지 말아야 할 것을 바꾸고 있다"면서 독특한 제품을 만드는 것은 "혼다의 영혼"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자동차 제작사들은 전기차와 자율주행에 들어가는 신기술을 개발하는 데 필요한 막대한 투자비의 부담을 안고 있다. 비용을 줄이기 위해 대부분은 보쉬, 콘티넨탈, 덴소 같은 굴지의 부품업체나 인텔 자회사 모빌아이 같이 작지만 첨단기술을 보유한 기업에 의지하고 있다.

 

 하치고 다카히로 혼다 사장은 "일본 업체인지, 미국이나 유럽 업체인지 관계없이 최고의 기술이 있는 회사와 일하고 싶다"고 인터뷰에서 말했다.

 

 혼다는 중국 검색엔진 바이두와 자율주행차 지도 기술 개발을 위해 계약을 맺었다. 중국 스타트업인 센스타임(상탕커지·商湯科技)으로부터는 자율주행차 카메라 소프트웨어를 도움받는다. 소프트뱅크와는 운전자의 감정을 읽어 반응하는 차량을 함께 만들기로 했다.

 

 정식 이름이 '혼다기술연구소공업'인 혼다가 아웃소싱으로 전환하자 독자적으로 기술을 개발한다는 정체성에도 변화가 생겼다. 혼다의 유명한 제품으로는 GPS가 민간에 쓰이기 전에 만든 내비게이션이나 연료를 적게 쓰고 배출가스는 줄인 CVCC 엔진 등이 있다. 이 엔진을 1972년 공개할 때 당시 엔진 개발 부문을 책임졌던 야기 시즈오는 "혼다가 모든 것을 스스로 했다"고 강조했었다.

 

 많은 일본인에게 혼다는 일본을 세계 2차대전 이후 산업 강국으로 탈바꿈시킨 독창성과 자부심을 나타낸다. 그러나 지금 일본 제조업체들의 한국과 중국 기업들에 대한 질적 우위는 점점 줄어들고 있으며 복잡한 자율주행차를 만드는 데 필요한 소프트웨어 개발은 실리콘밸리와 유럽에 뒤져있다.

 

 야스이 유지 혼다 자율주행차 수석엔지니어는 혼다의 자율주행 시스템에서 자사 엔지니어들이 만든 소프트웨어는 일부분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동차 제작사들은 어떤 것들을 개발하는데 집중하고 부품업체는 다른 것들을 만든다"면서 "우리는 변하지 않았다. 변한 것은 혼다가 모든 것을 직접 하는 것은 비효율적이 됐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구 기자 kimyg@yna.co.kr

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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