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이익의 상충, 일자리 확대 어려워


 한국에서 자동차공장이 연 이어 들어섰을 때는 1990년대 중반이다. 1995년 삼성자동차(現 르노삼성자동차)가 부산공장을 지었고, 이듬해는 대우차(現한국지엠)가 군산공장을 완성했다. 비슷한 시기 현대차도 아산공장을 만들고 생산에 들어갔다. 불과 2년 사이 100만대 생산 시설이 한국에 들어선 셈이다. 내수 판매가 100만대가 채 되지 않았을 때이고 이미 울산과 광주, 부평, 창원, 평택에 생산 공장이 있었던 만큼 당연히 추가 생산되는 완성차의 주력 시장은 해외였다. 상대적으로 선진국 대비 낮은 임금과 가격 대비 성능 좋은 국산 부품이 개발되면서 한국의 자동차 생산은 이후 비약적인 증가를 기록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2001년 294만대였던 생산은 2007년 400만대를 돌파했고, 2011년에는 465만대로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 이후부터다. 465만대였던 생산은 2015년 455만대로 줄었고, 지난해는 411만대까지 축소됐다. 주력 시장인 해외에 현지 공장이 설립되면서 국내 생산이 점차 줄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수출도 2001년 150만대에서 2012년 317만대로 정점을 찍고, 지난해는 253만대까지 내려왔다. 이를 두고 여기저기서 한국 자동차산업이 위기라는 진단이 쏟아져 나오는 중이다. 그도 그럴 것이 해마다 줄어드는 생산과 달리 비용은 자꾸 높아지니 추가 공장 설립이 어렵다는 뜻이다.  


 기본적으로 기업이 제조물을 만들고 팔아 이익을 내는 것은 당연한 숙명이다. 그 돈으로 미래를 대비한 재투자를 하고, 근로자의 임금을 지급한다. 그래서 이익을 남기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가 활용된다. 먼저 제품을 많이 파는 방법이다. 또한 판매할 때 이익이 많은 제품에 치중하고, 세 번째는 비용 절감이다. 대부분의 기업은 세 가지를 동시에 추구한다. 한 가지 방법보다 모두 사용하는 게 이익을 극대화시킬 수 있어서다.

 

 그런데 예상보다 판매가 저조하거나 경쟁이 치열해 고수익 차종에서 낮은 수익이 발생할 때가 있다. 더욱이 제조 과정에서 비용 절감도 크게 하지 못할 때도 있다. 이 경우 이익이 줄고 위기에 직면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그래서 기업은 언제나 세 가지 방법을 적절하게 섞어 위험의 크기를 줄이는데 집중한다.  

 

 

 1990년 후반 이후 국내에 완성차 공장이 설립되지 않은 것은 두 가지 이유에서다. 먼저 해외 시장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상대 국가가 관세 등으로 장벽을 세웠을 때를 대비해야 했다. 대표적으로 미국, EU, 중국이 꼽힌다. 그래서 미국에 공장을 지었고, 유럽과 중국에도 공장을 세웠다. 그런데 현지 공장을 가동한 결과 국내에서 만드는 것보다 비용이 적다는 점이 매력(?)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어차피 현지에서 판매할 제품이라면 현지에서 직접 생산하는 게 유리해졌다. 일종의 비용 절감 효과가 생긴 것이다.


 그러자 위기를 느낀 국내 공장의 근로자들이 해외 생산 확대에 제동을 걸었다. 해외 생산이 늘면서 일자리에 대한 위협을 느꼈기 때문이다. 해외 공장과 생산성 경쟁은 하지 않는 대신 해외 물량을 늘리려면 국내 공장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종의 해외 생산 확장에 브레이크를 건 셈이다. 그리고 해외 생산이 많았어도 여전히 국내 공장의 수출 물량이 200만대를 넘는 상황에서 공장 가동이 멈추면 손해가 막심한 만큼 기업은 이를 수용했다. 대신 해마다 높아지는 비용 부담이 국내 생산 공장의 추가 설립 가능성을 원천 봉쇄하는(?) 결과도 이어졌다. 쉽게 보면 국내 공장을 지어 일자리를 만드는 것 자체가 위험이고, 이는 곧 '미래의 손해'라는 인식마저 확산시켰다. 최근 일부 자치단체가 임금 일부를 보전하고 공장 부지까지 제공하며 완성차 위탁 생산 공장 설립을 제안한 것도 비용 부담을 느낀 기업의 고민을 덜어 일자리를 만들어내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하지만 공장이 추가로 생기면 기존 국내 공장의 일감이 줄어들 수 있어 근로자는 반대했고, 실제 성공 가능성도 별로 없다.

 

 

 그런데 문제는 정부도 이런 고착화 된 구조를 쉽게 깰 수 없다는 점이다. 선거의 표심(票心) 때문이다. 임금을 조금 낮추는 대신 국내 공장 설립을 통해 일자리 증가를 호소하는 순간 기존 공장 근로자는 정권을 적으로 간주한다. 이 경우 많은 표(票)가 사라지고, 강한 반발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 또한 표의 무게는 '국민'이라는 의미로 같을 수 있지만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돈의 무게는 표와 다르다는 점에서 일자리 투자를 강력히 밀어붙일 수도 없다. 자본금을 투자하는 것은 기대 수익이 있을 때 실행되는 게 기본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은 지금처럼 고비용 구조가 정착된 상황에선 최대한 임금 인상을 억제하고 채용을 줄이되 부족한 일손을 자동화로 대체하는 게 미래 비용 갈등을 줄이는데 효과적이라고 판단한다.


 이처럼 국내 갈등이 산적한 상황에서 미국이 완성차 관세율을 높이겠다고 방침을 천명한 것은 한 마디로 국내 자동차산업에 폭탄을 던지는 것이나 다름없다. 미국이 실제 관세율을 높이면 기업은 생존을 위해 국내 물량을 미국으로 넘길 수밖에 없고, 노조는 강력하게 이를 반대할 것이며, 정부는 중재자 역할을 하다 표심 행방을 따를 뿐이다. 이 경우 기업의 비용 부담 증가가 요구될 수도 있고, 노조에게는 비용 감소가 요청될 수도 있다. 당연히 둘의 이익이 부딪치며 갈등은 점점 심해질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 양측의 양보가 없으면 공장은 다시 멈추게 되고, 현재의 손해는 높아질 뿐이다. 돌을 던진 곳은 미국이지만 싸움은 한국 내에서 벌어진다. 그리고 어떻게든 해결 방안이 마련되겠지만 이 또한 근본 처방이 아니라는 것은 너무나 잘 안다. 원인이 '비용과 생산성'인데 이 부분은 건드리지 못한 채 표심 때문에 다른 방법을 찾을 수밖에 없어서다.


 흔히 불가능한 것과 가능한데 하지 않는 것을 구분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국내 자동차 생산 경쟁력에 대한 논의는 가능하지만 하지 않는 영역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논의조차 하지 않으면 미래 또한 불투명해진다. 이대로 가면 한국의 자동차 생산은 내수 물량만 남겨질 수 있어서다. 그리고 이미 진행되고 있으며, 알면서도 모두가 애써 모른 척 할 뿐이다.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출처-오토타임즈

 

 


<본 기사의 저작권은 오토타임즈에 있으며,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