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진적으로 경유세 인상 방안 가닥 잡아

 -미세먼지 절감 명분, 비용 부담 최소화 방법도 찾아야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재정특별위원회가 이른바 '경유세' 인상을 추진한다는 방안을 내놨다. 지방선거 이전인 지난해 6월 기획재정부와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에너지세제개편 공청회를 예정했다가 여론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쳐 결국 세율을 인상하지 않기로 결정했지만 다시 경유세 인상을 들고 나왔다. 하지만 경유세 인상과 함께 휘발유 세금도 내려 두 기름의 가격을 비슷한 수준으로 맞추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대외적인 명분은 경유차 구매를 줄여 질소산화물 배출에 따른 미세먼지 감축이지만 반발도 적지 않다.


 현재 기름값 구조는 다소 복잡하다. 원유를 정유사가 해외에서 구매한 후 공장에서 휘발유와 경유를 만들어 출고할 때 교통에너지환경세가 더해진다. 그리고 교통에너지환경세의 15%인 개별소비세교육세, 그리고 교통에너지환경세의 26%인 주행세, 그리고 공급가격부터 세금을 모두 더한 금액의 10%인 부가세가 합쳐지면 정유사 공급가격이 되고, 이를 주유소 또는 대리점이 정유사로부터 구매 후 마진을 붙여 소비자에게 판매한다. 따라서 정유사 공급가격이 오르면 유류세 가운데 부가세가 같이 오르는 구조다.


 13일 기준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휘발유 1ℓ에 부과된 교통에너지환경세는 529원이다. 하지만 세금 부과 근거인 '교통에너지환경세법'에는 475원으로 명시돼 있다. 대통령령으로 475원의 30%에 해당되는 141원 이내 범위에서 올리고 내릴 수 있도록 근거가 마련돼 있는 만큼 현재는 54원을 더 부과하는 중이다. 마찬가지로 경유는 340원이 부과돼야 하지만 법정 세액보다 35원 많은 375원이 더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바꾸려는 것은 기름 종류별 교통에너지환경세의 조정으로 알려져 있다. 대통령령으로 교통에너지환경세의 30%를 조정할 수 있으니 경유의 법정세액 340원의 30%인 102원 내에서 조정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경유세액을 휘발유 수준인 529원에 맞추려면 30%를 모두 높여도 경유의 교통에너지세액이 442원으로 휘발유 대비 87원이 적다. 다시 말해 경유 가격이 리터당 100원이 올라도 공급가격은 1,387원으로(2018년 7월13일 기준 추산) 휘발유의 1,475원보다 낮다는 뜻이다. 그래서 정부는 휘발유 교통에너지환경세의 일부를 내리는 방안을 동시에 추진한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그러자면 휘발유 교통에너지환경세는 법정세액의 증감 없이 475원만 적용해야 두 기름의 공급 가격이 비슷해진다.


 이를 두고 완성차업계에선 벌써부터 계산기를 두드리는 중이다. 앞으로 개발, 내놓아야 할 제품의 유종이 엔진별 수요에 미칠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일부에선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비슷해지면 휘발유차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그러나 꼭 그렇지 않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두 기름을 넣었을 때 주행 가능한 거리는 여전히 에너지밀도가 높은 경유가 길어서다. 따라서 국제 유가가 오르면 오히려 경유차 수요를 늘릴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반면 국제 유가가 하락 평준화일 때는 유지비 부담이 줄어 휘발유차 판매가 증가할 가능성도 높다. 따라서 정부가 미세먼지 저감 차원에서 경유세 인상을 논의하지만 국제 유가에 따라 유종별 선호도가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이번 조치는 세금만 올리는 것으로 보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경유세 인상은 확정적 사실로 굳어지고 있다. 정부는 내년 7월 공개되는 '2020년 세법개정안'에 경유세 인상을 포함시킬 계획이다. 하지만 아직 얼마나 올릴지는 알려져 있지 않다. 민감한 기름 값 문제여서 반발이 적지 않아서다. 특히 경유세를 높이면 소형 화물 등을 운행하는 생계형 자영업자의 유지비 부담이 증가할 수 있어 공론화를 거친다는 입장이다. 실제 유가 보조금을 받는 화물차는 경유세가 올라도 그만큼 비용을 보전받아 문제가 없지만 유가보조금 없는 생계형 자영업자는 적지 않은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어서다. 또한 자동차 부문에서 미세먼지를 유발하는 가장 주요한 원인은 오래된 경유차인 만큼 최근 나오는 디젤차는 그렇지 않다는 주장도 설득을 해야 한다.

 


 -국제 유가 오르면 경유차 수요 늘어날 가능성도 있어

 -기름 값 상한제 같이 도입 검토돼야


 한편에선 이번 경유세 인상 방안은 대기오염 개선에 필요한 비용 마련도 목적에 포함됐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미세먼지 저감정책에 들어갈 재원 확보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실제 정부와 여당은 지난달 국가 연구·개발(R&D) 혁신 방안 당정협의에서 2019년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R&D 예산을 올해보다 339억원 증액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해당 예산을 어디서 조달할 지는 확정짓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기름의 교통에너지환경세처럼 환경 문제 등 특정 사안에만 쓸 수 있는 세금을 주목한 셈이다.  


 결과적으로 휘발유 세액을 내리고 경유 세액을 높여 둘의 가격을 맞추는 방안은 저공해차 지원 예산을 확보하고, 동시에 경유차 수요 억제를 노리는 제도로 해석된다. 그러나 국제 유가에 따라 정책 효과가 반감될 수 있는 만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조언도 잇따르고 있다. 자칫 환경 개선 효과를 얻지 못한 채 기름 값 부담만 늘릴 수도 있어서다.

 


 따라서 최근 기름 값 상한제가 다시 떠오르고 있다. 국제 유가가 크게 오르면 세율을 내리고, 반대인 경우는 세율을 높여 국민들의 기름 값 충격 여파를 줄이자는 제도다. 국가 에너지 공급 측면을 규정한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에 따르면 석유의 수입 및 판매 가격이 현저하게 등락하거나 등락 우려가 있을 때 산업부는 국민생활의 안정과 국민경제의 원활한 운용을 위해 석유판매가격의 최고 및 최저액을 정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또한 대통령령으로 교통에너지환경세의 증감 세율을 탄력적으로 바꿀 수 있고, 산업부가 최저가와 최고가를 고시할 수 있는 만큼 기름 값 상한제는 충분히 도입이 가능하다는 게 관련 업계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 자동차미래연구소 박재용 소장은 "기름 값 상한제 도입이 어려운 이유는 국민들의 조세 저항이라는 얘기가 있다"며 "여기서 조세저항이란 유류세가 떨어질 때는 국민 모두가 반기지만 다시 안정화 돼 세율이 오를 때 생기는 저항"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휘발유와 경유의 판매 가격이 비슷해지면 오히려 제도 도입으로 기름 값 충격을 줄여주는 게 필요하다"면서도 "그에 앞서 경유세 인상은 국민들의 살림살이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만큼 공론화가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출처-오토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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