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및 플래투닝·전기화·커넥티드 강화
 -TCO 및 편의성 개선 통한 소비자 만족 향상 주력

 

 상용차는 크기와 육중한 무게 탓에 일반적으로 승용차보다 한층 더 높은 성능과 기술력이 요구되는 부문이다. 파워트레인과 차체는 물론 미래 지속 가능성으로 꼽히는 커넥티드, 자율주행, 전기화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쓰임새와 주행 환경이 각기 다른 차종의 목적에 모두 부합하는 기술을 확보하는 것은 과제로 꼽힌다.

 

 이 가운데 독일 상용차 회사 만(MAN)이 지난 3일(현지 시간) 베를린 쇠네펠트 공항에서 2018 IAA 사전 컨퍼런스를 열고 다양한 미래 기술을 공개했다. 여러 기술 중 실제 시승을 통해 선보인 플래투닝과 전동화는 36개국에서 몰려든 언론의 주목을 받기에 충분했다.

 

 

 

 -고속주행 환경 바꿀 플래투닝 시승
 -자율주행 기술 활용한 고효율 군집주행 가능해

 

 이 곳에서 만이 내놓은 미래 기술은 총 보유 비용(Total Cost of Ownership)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제품이 가진 생산성과 효율성에 회사와 소비자의 성패가 달려 있어서다. 특히 플래투닝은 TCO와 직결되는 연료효율, 교통흐름, 안전성, 운전자 지원 등 네 가지를 향상시키는 게 핵심이다.

 

 플래투닝은 장거리 주행을 위해 주로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대형 트럭의 군집 자율주행을 의미한다. 레이더, 라이다, 카메라를 활용한 자율주행이 가능하며 이 정보들은 와이파이를 통해 차대차(V2V)로 연결, 여러 대가 군집으로 운행되도록 한다. 철도의 객차 연결을 떠올리면 된다.

 

 만은 플래투닝을 적용한 TGM 두 대를 공항 유도로에 세웠다. 시스템을 사용하는 방법은 부분자율주행과 비슷할 정도로 간단하다. 차이가 있다면 2대 이상의 차가 상호작용을 하기에 이를 위한 승인 과정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마치 가까운 곳에 있는 두 IT 기기를 블루투스로 연결하는 것처럼 말이다. 플래투닝을 지원하는 두 대의 트럭이 평소처럼 주행하다 뒤 차가 선행 트럭의 후방에 접근, 플래투닝 신청 버튼을 누르면 앞 차의 계기판에 승인 여부를 묻는 메시지가 뜬다.이 때 승인을 확정하면 계기판에 활성화 메시지와 속도, 차간거리가 표시되고 스티어링 휠의 표시등이 파랗게 변한다. 이후 뒤 차는 별도의 운전 조작 없이 앞 차를 일정하게 따라갈 수 있게 된다. 차간 거리는 최소 15m로 설정할 수 있다. 간격을 바짝 붙이지 이유는 제동 거리 확보와 냉각 효율 때문이다. 만약 그 사이를 다른 차가 비집고 들어간다면 플래투닝은 일시적으로 비활성화 된다.

 

 플래투닝을 활용하면 연료 소비는 7~10% 줄일 수 있고 차간 거리 감소를 통해 교통 흐름을 원활히 할 수 있다는 게 만의 설명이다. 실제 만은 지난달부터 물류기업인 DB쉥커와 함께 뮌헨과 뉘른베르크를 오가는 고속도로 145㎞ 구간의 플래투닝 테스트를 진행하면서 정보를 얻고 있다.

 

 현재 만 외에 플래투닝에 앞장 서려는 상용차 제조사는 볼보트럭, 스카니아를 비롯해 여럿이다. 그러나 체계가 각기 달라 향후 이를 통일시키기 위한 방안이 검토되는 중이다. 이를 통해 시스템이 일관성을 갖추면 제조사에 상관없이 플래투닝 기능을 갖춘 모든 차가 기술을 활용할 수 있다.

 


 

 이제 막 상용차에 쓰이기 시작한 어댑티브크루즈컨트롤(ACC)도 체험했다. 승용차는 이미 많이 쓰지만 무거운 대형 트럭은 더 정밀하고 강력한 장치가 필요하다. 시연을 위해 유도로에서 시속 40㎞로 TGM을 주행하던 도중 스코다 옥타비아가 급히 앞으로 끼어든다. 차간 거리가 가까워지자 TGM이 스스로 속도를 줄였고 선행차가 완전 정지하자 트럭도 멈춰 섰다. ACC는 스탑앤고 기능을 포함해 앞 차의 재출발에 따라 같이 속도를 붙였다.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모형을 준비한 여느 테스트와 달리 실제 차로 진행하니 더욱 실감이 났다.

 


 

 -소형 TGE부터 대형 TGM까지…차급 구분하지 않는 전기화
 -배출가스·소음 적어 도심 운행에 최적화

 

 전기화는 자율주행과 함께 상용차도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만은 2012년 전기 상용차 개발에 돌입, 이달부터 전기 밴 'eTGE'를 생산하고 전기트럭 'eTGM'도 상용화할 계획이다. 2020년엔 차세대 전기버스를 출시해 독일 함부르크에서 운행할 예정이다.

 

 eTGE의 외관은 2016년 선보인 내연기관 제품과 다를 바 없지만 모그룹인 폭스바겐의 이미지가 짙다. 특히 반듯함과 간결함을 강조한 얼굴은 사실상 패밀리룩이나 다름없는 모습이다. 이런 외관의 분위기는 실내로 이어진다. 실제 TGE는 폭스바겐 크래프터와 많은 부분을 공유한다.

 

 계기판은 엔진회전수를 나타내는 타코미터 대신 전기 에너지의 공급률과 회생 제동 정도를 나타낸다. 적재 공간은 10.7㎥의 부피로 최대 1t을 실을 수 있다. 배터리 탑재로 무게가 늘어난 만큼 적재량은 소폭 줄었다. 적재 공간 아래엔 36㎾h 리튬 이온 배터리를 얹었다. 가득 전력를 담았을 때 주행가능거리는 160㎞로 7.2㎾ 완속 충전 시 5시간, 40㎾ 급속 충전 시 45분 동안 80%를 충전할 수 있다.

 

 시동은 버튼 식이 아닌 키를 돌려 거는 방식이다. 그러나 전기로 움직이는 만큼 전원을 켠다는 표현이 보다 적절하다. 전진 및 후진은 일반 자동변속기 방식의 레버로 이뤄진다. 엔진을 대신한 모터 성능은 최고 136마력, 최대 29.6㎏·m로 122마력급의 디젤 TGE와 비슷한 수준이다.

 

 묵직하게 출발하는 감각은 비교적 가벼운 승용 전기차와 사뭇 다르다. 총 중량 3.5t의 차체는 조용하고 부드럽게 속도를 올린다. 최고 시속은 90㎞에 묶었다. 다소 느리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도심 운행을 지향하는 차의 성격상 문제될 건 없다는 판단이다. 회생제동시스템은 개입 여부를 알 수 있을 만큼 차의 속도를 줄이지만 이로 인한 거부감은 적다.

 

 

 eTGM은 TGM 26t 6×2 카고를 기반으로 한다. 만은 해당 제품이 도심에서 다용도 물류로 사용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차체 안팎으로는 내연기관 제품과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굳이 찾아낸다면 연료탱크 대신 프레임 바깥쪽을 채운 배터리다. 적재함 표시가 없었다면 구분하기 힘들 정도다.

 

 실내도 계기판 외에 디젤 TGM과 큰 차이가 없다. 변속은 센터콘솔의 다이얼로 제어한다. 차체가 무거워진 만큼 가속은 폭발적이진 않지만 느낌은 마치 지하철이 속도를 붙이는 것 같다. 모터 성능은 최고 264㎾(359마력), 최대 316㎏·m에 이른다. 배터리는 1회 충전 시 최대 180㎞를 달릴 수 있는 용량을 갖췄다. 차체는 무겁지만 스티어링 휠이 가볍고 승차감 위주의 설정이 이뤄져 운전하기가 쉽다. 감속할 때엔 회생 제동 시스템이 먼저 개입해 에너지를 즉각 회수하며 브레이크 조작을 줄인다. 만은 이 차를 오는 가을부터 오스트리아의 지속 가능 물류협의회 소속 9개 회사에 제공해 시범 운영에 나설 예정이다.

 

 

 만이 보여준 상용차의 미래는 소비자와 시대가 요구하는 것 이상으로 지금보다 고차원적이다. 그리고 그 역량을 세상에 알릴 시점이 멀지 않았음이 확인됐다. 오는 9월말 하노버에서 열릴 상용차 국제 모터쇼(IAA)에선 보다 구체화 될 것이다. 행사에 참가하면서 유독 eTGM에 붙은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우리는 먼저 갈 것이다(Wir fahren dann schon mal vor)"라는 짧은 문구 만으로도 이들의 미래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구기성 기자 kksstudio@autotimes.co.kr

출처-오토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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