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적 기부보다 장기적인 사회공헌으로 시작

 -자동차산업 지속하려면 교육도 병행돼야


 잘 알려진 연예인이 등장해 시선을 끌고, 유명 밴드의 록 음악이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그리고 사고 싶은 욕망을 자극하듯 멋진 영상과 완성차에 구름처럼 사람들이 몰려든다. 그래서 모터쇼는 늘 화려함으로 치장되는 게 일반적이다. 2018 부산모터쇼도 예외는 아니다. 거대함, 화려함, 신선함을 주기 위해 참여 기업마다 적지 않은 비용을 들여 무대를 꾸미고, 최대한 많은 손님을 맞기 위해 시선 끌기에 나선다.


 그러나 지난 7일, 모터쇼 현장 내 작은 공간에서 손으로 꼽아도 될 만큼 적은 사람들이 모여 의미 있는 제휴를 선언했다. 한독상공회의소가 이끄는 사회공헌 프로그램 '아우스빌둥(Ausbildung)'에 만(MAN)트럭버스코리아가 참여한 자리다. 모인 사람의 면면은 손꼽히는 자동차회사 최고 경영인이지만 이들은 규모에 개의치 않고 서로를 격려하며 아우스빌둥의 확대를 반겼다.


 '아우스빌둥'은 독일에서 시작된 학업 연계 직업 교육 프로그램이다. 기업이 필요한 인재를 학교가 맞춤형으로 양성하고, 그에 필요한 교육 비용은 기업이 부담하는 방식이다. 이후 교육을 수료하면 기업이 정규직으로 채용, 일자리를 제공하는 사회공헌이다. 프로그램을 주도하는 한독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시작은 자동차 부문이지만 앞으로 미용과 요리 등 이른바 직업 세계의 다양한 분야와 연계시킨다는 목표"라고 강조한다.

 


한독상공회의소 김효준 회장이 부산모터쇼에서 아우스빌둥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여러 아우스빌둥 프로그램 가운데 국내에 도입된 것은 자동차 정비 부분을 중점적으로 다루는 '아우토 메카트로니카'다. 그래서 참여하는 기업 또한 BMW그룹코리아, 벤츠코리아, 만트럭버스코리아 등 3곳이다. 지난해 3월 처음 도입된 후 90명의 학생이 참여해 독일 현지와 동일하게 기업 현장의 실무 훈련과 학교의 이론 교육이 결합된 3년 간의 과정이 진행되는 중이다.


 무엇보다 아우스빌둥이 주목받는 이유는 교육의 질적 부문이다. 기업이 필요한 인재를 선발하되 졸업과 동시에 현장 적용이 가능한 수준의 교육이 이뤄지고 있어서다. 참여자는 양질의 일자리를 얻을 수 있고, 기업 또한 맞춤형 인재를 미리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윈-윈(WIN-WIN)'이다. 게다가 사회에 꼭 필요한 분야의 직업 교육이 목표라는 점에서 한국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물론 국내에서도 산학 연계 직업 프로그램은 곳곳에서 전개된다. 한국연구재단은 2022년까지 사회맞춤형 산학협력선도대학육성사업을 진행, 전국 각 대학을 선정해 산업계가 요구하는 맞춤형 인재를 양성하는 중이다. 또한 일부 마이스터고교를 중심으로 산학협력이 진행돼 다양한 분야의 진출이 활발하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여전히 학교 중심의 교육이어서 현실과 동떨어진 측면이 적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에 반해 아우스빌둥은 교육 기관만 학교일 뿐 인재 양성에 필요한 비용은 물론 이들을 인재로 길러내는 사람들조차 아우스빌둥 프로그램을 이수한 사람들이다. 최근 배출된 31명의 테크니션들의 경우 독일 현지에서 파견된 아우스빌둥 전문가로부터 총 100 시간의 트레이닝 양성과정을 이수하고, 필기와 실기로 구성된 시험을 통과해 선발됐다. 이들이 한국 내 아우스빌둥에서 학생을 지도하는 만큼 실질적인 직업 교육이라는 뜻이다. 독일 현지와 동일하게 이론교육 30%와 실기 70%를 3년간 교육 받으면 곧바로 직업을 갖게 된다. 


 사실 아우스빌둥의 한국 내 시작은 '작은' 움직임이다. 그러나 현실적인 대안을 찾는 독일의 교육 방식이 국내에 접목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의미는 상당하다. 또한 참여 기업은 복지기관이나 봉사단체에 이익의 일부를 기부하는 사회공헌보다 아우스빌둥 자체가 '국가-기업-개인' 등의 요구를 모두 충족시킬 수 있는 사회공헌 프로그램인 만큼 적극적이다. 어차피 한국 사회에 공헌을 해야 한다면 일시적인 기부보다 장기적이고,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접근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판단에서다. 화려함 속의 작은 행사였지만 그 어느 곳보다 아우스빌둥 참여 선언 자리가 빛났던 배경이다.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출처-오토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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