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이 파사트 GT를 통해 한국에 돌아왔다. 지난 2월 출시된 새 파사트는 유럽형 버전으로 베스트셀러 SUV 티구안과 함께 폭스바겐의 기반 재건에 나서게 됐다. 비록 과거에 들여왔던 북미형보다 크기가 줄었지만 유럽산 제품을 선호하는 국내 흐름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이다. 물론 가솔린을 선호하는 소비자를 위한 북미형 파사트도 오는 하반기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은 두 종류의 파사트를 만날 수 있는 유일한 시장이 될 전망이다. 이에 앞서 먼저 국내에 발을 디딘 파사트 GT를 알아봤다.

 

 

 

 ▲디자인&상품성


 외관은 낮고 넓은 구조와 예리한 곡선 등의 브랜드 디자인 정체성을 고루 갖췄다. 전면부 수평형 그릴은 오래전부터 폭스바겐 얼굴에서 볼 수 있었다. 그러나 헤드램프와 이어지는 최신 디자인은 요즘 화두가 되는 '연결성'을 강조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보닛의 라인을 따라 꺾이는 그릴 처리는 별 것이 아님에도 세련된 이미지를 만드는데 일조한다.

 

 측면의 전형적인 3박스 세단 실루엣은 더욱 유연해졌고 차체 아래에 두른 크롬 몰딩은 차를 더 길어 보이게 한다. 캐릭터 라인과 어긋난 테일램프, 트렁크 리드가 만나는 곳에선 묘한 긴장감이 느껴진다. 여러 면 처리에서 느껴지는 섬세함은 차급 이상으로 와 닿기도 한다. 후면은 뺄만할 것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간결하다. 후방 카메라까지 브랜드 로고 내부에 숨길 정도로 군더더기 하나 없다.

 

 

 실내는 외관의 수평형 그릴을 대시보드에도 적용한 분위기다. 에어컨 송풍구와도 이질감 없이 어우러지면서 자연스럽게 도어 트림으로 이어진다. 시선이 좌우로 퍼지면서 널찍해 보이는 효과까지 얻었다. 깜깜한 센터페시아, 기하학적인 버튼들, 다소 저렴해 보이는 일부 트림 소재는 영락없는 폭스바겐의 실내 구성이다. 나파 가죽 시트 곳곳에도 가로형 디자인의 쿠션이 몸을 감싼다. 패밀리 세단답게 안락함을 지향한 착좌감을 지녔다. 더욱 만족스러운 점은 운전석에 마사지 기능을 넣었다는 것이다. 어설프지 않게 주무르는 힘이 운전에 대한 피로를 줄인다.

 

 물론 역동성을 반영한 요소도 있다. 스티어링 휠은 직경이 크지 않은데다 아래를 평평하게 폈다. 그 뒤편에는 운전 재미를 돋우는 패들시프트 레버를 숨겼다. 계기판의 액티브 인포 디스플레이는 디지털화했지만 화려한 기교 없이 주행에 필요한 정보를 보여준다.

 

 북미형 파사트보다 휠베이스가 17㎜ 짧지만 실제 체감할 만큼의 공간 차이는 느낄 수 없다. 뒷좌석도 네바퀴를 굴리기 위한 센터터널이 솟아오르긴 했지만 제법 여유 있어 2명의 성인이 앉기에도 불편하지 않다. 적재공간은 586ℓ이 기본이며 4:6 비율의 뒷좌석을 모두 접으면 최대 1,152ℓ까지 늘어난다.

 

 
 

 ▲성능


 2.0ℓ 디젤 직분사 엔진은 SCR 방식을 채택한 탓에 이제 요소수를 주기적으로 넣어줘야 한다. 그러나 폭스바겐 디젤에서 느낄 수 있는, 조금은 걸걸한 엔진음과 호쾌한 힘은 그대로다. 최고출력 190마력, 최대토크 40.8㎏·m의 동력성능은 외모만큼이나 차를 반듯하게 이끈다. 1,900rpm부터 발휘하는 높은 토크는 제법 풍부하다. 엔진과의 호흡이 인상적인 6단 듀얼클러치 DSG는 다단화의 흐름 속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낸다.

 

 인증 받은 효율은 복합 ℓ당 13.6㎞ (도심 12.3㎞/ℓ 고속도로 15.7㎞/ℓ)다. 시내 주행과 간선도로의 스포츠 모드 위주로 주행한 결과는 12.7㎞/ℓ의 평균 효율이 계기판에 표시됐다.

 

 

 승차감은 편안함에 초점을 뒀다. 장거리를 편하고 빠르게 달릴 수 있다는 의미의 'GT'란 이름이 단순히 북미형과 차이를 두기 위해 붙인 게 아니란 걸 스스로 증명한다. 그렇다고 해서 운동성능을 포기한 건 아니다. 독일에서 갈고 닦은 핸들링 솜씨는 북미형과 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물론 예상했던 한계도 정직하게 보여준다.

 

 가장 유용하게 활용한 안전품목은 트래픽 잼 어시스트다. 정체된 도로에서 저속 부분자율주행을 통해 안전은 물론 편의성까지 챙길 수 있다. 이밖에 보행자 모니터링, 긴급 제동, 레인 어시스트, 피로경고 등의 운전자지원시스템도 갖춰 흐름을 따랐다.

 

 

 

 ▲총평


 국내 수요가 많지 않았던 제품이지만 폭스바겐의 재시작을 알리는 첨병의 역할을 맡았다. 디젤로 무너졌지만 다시 디젤로 도전한다는 나름의 상징성과 기존 제품과 다른 색다른 상품성도 갖췄다. 분명 세대교체를 이룬 티구안과 부분변경을 거친 북미형 파사트의 도입과는 양상이 다르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었다. 4,320만~5,290만원에 책정된 비교적 높은 가격. 그러나 수입사의 1,000만원 가격 인하와 5년 또는 12만㎞ 이내의 보증 연장 정책 등이 더해진 덕분에 이제는 현대차 그랜저까지도 겨냥할 수 있게 됐다. 가격은 파사트 GT 2.0 TDI 4모션 프레스티지 5,290만원.

 


 

구기성 기자 kksstudio@autotimes.co.kr
출처-오토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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