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지원으로 가닥 잡았지만 마지막은 노조


 한국지엠 사태가 조금씩 해결 방향을 찾아가고 있다. 산업은행의 실사가 시작됐고 필요한 경우 실사 기간이라도 긴급 운영 자금은 우선 투입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혀가는 모양새다. 미국GM이 한국지엠의 회생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면서 산은의 태도 또한 긍정적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물론 실사가 진행되는 동안 예상치 못한 변수가 나올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한국지엠의 지속 가능성이 필요하다는 점에선 미국GM과 산은이 어느 정도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정작 넘어야 할 산은 한국지엠 내부에 있다. 이른바 노사 간 합의다. 제 아무리 외부 지원이 뒷받침되고, 미국GM이 빌려준 돈을 자본금으로 바꾼다 해도 자체 수익 구조를 개선하지 않는다면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이나 다름없다. 제품을 개발하고 만들고, 판매하는 과정에서 수익은 미래 생존의 필수 요소이니 말이다. 

 


 먼저 개발 부문의 이익은 미국GM으로부터 확보해야 한다. 현재까지 미국GM이 한국지엠의 회생 의지를 분명히 밝힌 만큼 개발에 따른 일정한 이익 보장은 반드시 필요하다. 이후 생산 부문은 두 가지가 병행돼야 한다. 수출 차종에 일정 이익이 고정됨과 동시에 생산 비용이 떨어져야 한다. 두 가지 가운데 전자는 미국GM과 한국GM이 당사자이고, 후자는 한국지엠 내부적인 노사 합의가 필요하다. 그런 다음 판매를 적극 늘려 이익을 증대시켜야 하는데, 이는 한국지엠과 소비자 간의 신뢰 회복에 달려 있다. 다시 말해 GM이 언급하는 이해 당사자는 부문별로 다르고, 이들이 모두 합의를 해야만 한국지엠의 미래 지속 가능성이 확보될 수 있다는 뜻이다. 개발 이익은 미국GM과 한국지엠, 생산은 한국지엠 노사, 그리고 판매는 한국지엠과 소비자 간의 관계에서 발생한다는 뜻이다.


 남은 걸림돌 가운데 가장 험로가 예상되는 부분은 한국지엠 내부 노사 합의다. 협상 테이블 논의 과정에서 조정될 수 있겠지만 자칫 한국지엠 내부 문제를 풀지 못해 상황이 악화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뜻이다.


 현재 수익성만 고려하면 한국지엠의 제품 포트폴리오는 불리한 구조다. 주력 차종이 '스파크'여서다. 흔히 우스개 소리로 경차는 10대를 팔아야 대형차 1대와 수익이 같다는 말이 있다. 실제 지난해 한국지엠의 내수 판매에서 스파크는 4만7,000여대로 35%의 비중을 차지했다. 수출에서도 23%를 차지할 만큼 경차 의존도가 높다. 따라서 어떻게든 생산비를 줄이는 게 관건으로 남아 있다. 게다가 내수에서 경차는 소형 SUV에게 점차 시장을 내주는 중이고, 수출도 감소세다. 결국 경차 이외 중대형 차종 판매 확대에만 수익 개선을 의존할 수 없는 구조다. GM 베리 앵글 해외부문 사장이 '의미 있는 노사 관계'를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된다. 생산 비용의 절감 문제는 당사자가 한국지엠 노사이고, 필요하면 한국 정부가 중재자로 나서 달라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나 정부는 민간기업의 노사 관계에 개입할 의지가 없는 만큼 어디까지나 한국지엠 노사가 풀어 나가야 한다.


 그런데 지금의 고통은 비단 한국지엠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위기가 발발하면서 내수 판매는 반토막 났고, 이에 따른 협력업체의 공급이 줄어 어려움이 적지 않다. 게다가 완성차 기업은 정부의 지원 언급이라도 있지만 협력 업체는 직격탄을 맞고 비틀거리는 중이다. 한국지엠 협력사 관계자는 "한국지엠 뿐 아니라 다른 회사에 부품을 공급하는 곳은 그나마 버티지만 한국지엠에만 단독 공급하는 협력사가 꽤 많다"며 "이들이 모두 개점 휴업에 들어가야 할 지경"이라는 하소연을 쏟아내고 있다. 이어 "군산공장 폐쇄로 공급량이 더욱 줄어들텐데, 그나마 지금 들어가는 물량도 내수 판매 감소로 어렵다"는 말을 덧붙인다.


 사실 자동차 제조는 거대한 네트워크 기반의 산업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수많은 부품 가운데 하나만 빠져도 협력사를 포함한 모든 공장이 멈출 수밖에 없다. 엔진에 들어가는 피스톤링 공장이 파업했을 때 현대차는 물론 분야가 다른 협력사까지 공장이 멈춘 게 대표적이다. 그래서 협력사는 언제나 완성차공장의 노사 갈등을 주목할 수밖에 없고, 그들이 기침을 하면 감기가 들고, 완성차가 감기에 들면 몸살로 병원 신세를 져야 한다. 결국 한국지엠이 미래 생존을 담보하려면 내부적인 노사 합의가 가장 중요하다는 얘기가 힘을 얻는 셈이다. 그리고 지금 모두의 시선은 한국지엠 노사의 협상 테이블에 쏠려 있다. 그저 현명한 합의가 도출되기를 바랄 뿐이다.

 


박재용(자동차 칼럼니스트, 이화여대 연구교수)

출처-오토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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