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이 지난해 GM이 한국에서 철수할 것을 예상했으면서도 관련 대책을 마련하기보다는 보유 지분에 대한 '출구전략'에 고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산업은행이 지난해 7월 작성한 '한국지엠(주) 사후관리 현황' 보고서를 보면 산업은행은 "해외시장 철수 단계적 실행, 자체생산 축소, 수입판매 증가, 기타 구조조정 움직임 등 철수 징후"가 증가하는 추세라고 진단했다.

 

 산업은행은 "GM의 최근 수년간 해외 철수 흐름으로 볼 때 글로벌 사업재편 전략이 '선택과 집중'으로 선회"하는 것이 확실하다고 봤다. GM은 호주(2013년), 러시아(2014년), 유럽(2017년), 남아프리카공화국(2017년) 등에서 철수를 결정했다. 특히 GM의 지분처분제한 기한 만료, 산업은행의 주주총회 특별결의 일부 해제 등으로 GM이 지분을 매각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다고 판단했다.

 

 GM은 2002년 10월 대우차 공장을 인수할 때 향후 15년간 경영을 유지하겠다는 약속으로 이 기간 지분을 매각하지 않겠다는 조건에 동의했다. 또 당시 주주간 계약서를 통해 산업은행은 '회사 총자산의 20%를 초과하는 자산을 처분·양도할 경우'에 대한 비토권을 확보했다.

 

 산업은행이 이 보고서를 작성할 당시는 GM의 지분처분 제한이 풀리고 산업은행의 비토권이 만료되는 시기를 3개월 앞둔 시점이었다. GM의 철수를 저지할 수단이 사라지는 시기임에도 산업은행의 관심사항은 보유 지분의 매각이었다.

 산업은행은 보고서에서 "GM 지분 매각제한이 해제되는 2017년 10월 이후에는 본행도 출구전략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며 "향후 제반 매각여건 등을 감안해 매각 방향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썼다.

 

 산업은행은 한국GM의 주식 7만706주(지분율 17.02%)를 보유한 2대 주주다. 국책은행으로서 기업 구조조정 역할을 맡은 산업은행이 GM의 한국시장 철수에 따른 국내 자동차산업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걱정하기보다는 '잿밥'에만 마음이 가 있었던 셈이다. 보고서 어디에도 GM 철수에 따른 '후폭풍'을 염려하는 문구는 없었다. 다만 소수 주주로서 GM의 협조 없이는 한국GM의 경영을 통제하는 것이 어렵다는 언급이 여러차례 나온다.

 

 

구정모 기자 pseudojm@yna.co.kr

출처-연합뉴스

 

 

 

<본 기사의 저작권은 연합뉴스에 있으며,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