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중국 승용차 시장의 성장률이 대폭 둔화했다고 월 스트리트 저널(WSJ)이 11일 보도했다.

 

 중국 자동차공업협회가 이날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자동차 판매대수는 2천888만대로, 전년 대비 3% 가량 증가하는 데 그쳤다. 특히 전체 시장의 85% 이상을 차지하는 승용차의 판매대수도 1.4%의 증가율에 머물렀다. 2016년에 전체 자동차 판매가 14%, 승용차 판매가 15% 늘어났던 2016년과 비교하면 성장 속도가 현저하게 줄어든 셈이다. 세계 최대를 자랑하는 중국 자동차 시장의 고성장 시대가 마감하는 신호로 해석된다고 풀이했다. 다만 2위 시장인 미국에서 자동차 판매대수가 1.8% 감소한 것과 비교하면 나은 성적이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차지하는 중국의 비중은 2007년 10분의 1이었으나 현재는 근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중국의 자동차 시장 전반이 위축된 가운에서도 전기차(EV)가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인 것은 주목되는 부분이다. 이는 국내 자동차 산업 육성과 대기 오염 방지를 위한 중국 정부의 대대적인 지원 정책에 힘입은 것이다. 지난해 중국에서 판매된 EV는 72%가 늘어난 57만8천대로, 14만4천대를 기록한 미국의 EV 판매대수의 4배다. 하지만 전기차가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7%로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애널리스트들은 베이징과 상하이 등 대도시의 시장이 포화됐고 중고차 판매가 급증하는 추세임을 들어 중국 자동차 시장이 앞으로 점진적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중국 자동차공업협회는 올해 자동차 시장의 성장률을 3%로 전망했지만 번스타인 리서치는 2.5%의 성장률을 제시하고 있다. 2017년초 5%에서 7.5%로 인상된 취득세가 올해에는 10%로 오른 것이 당장 1분기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자동차공업협회는 올해 EV 판매대수를 100만대로 예상했다. 그러나 아직은 수요가 공급을 제대로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에 진출한 외국 자동차 회사들은 현지 업체들의 거센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UBS의 폴 공 애널리스트는 "중국 시장에서 쉽게 돈을 벌던 시절은 지났다"고 말했다.

 

 현지 업체로는 지리자동차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지리는 전년 대비 63% 늘어난 125만대를 판매하면서 1위에 올랐다. 여타 토종 업체들도 선전했다. 상하이자동차는 62%가 늘어난 52만대를 판매했고 광저우자동차는 37%가 늘어난 50만8천600대를 각각 판매한 것으로 집계됐다. 중국의 국산차가 전체 승용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16년의 43%에서 지난해에는 44%로 늘어났다. 그러나 중국에는 수십개의 자동차 회사들이 난립해 있고 그 대부분이 어려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외국차 브랜드를 보면 독일차가 20%, 일본차가 17%, 미국차가 12%의 점유율을 나눠 갖고 있다. 미국 자동차 회사들의 지난해 판매 실적은 엇갈렸다. 제너럴 모터스는 4.4%가 늘어난 404만대를 판매하면서 중국에 진출한 이후 처음으로 400만대 돌파 기록을 세웠지만 포드는 6%가 줄어든 119만대에 그쳤다. 미국의 고급차 브랜드는 강력한 성장세를 구가했다. 대표적 프리미엄 승용차인 캐딜락과 링컨의 판매 증가율은 각각 51%와 66%였다.

 

 한때 중국 시장에서 1위를 달렸던 현대차의 1-11월 판매실적은 한국과 중국의 정치적 긴장 탓에 무려 38%나 줄어들었고 일본차들이 그 틈을 이용해 반사이익을 챙긴 모습이었다. 혼다 자동차는 15.5%가 늘어난 144만대, 닛산은 12.2%가 늘어난 152만대, 도요타는 6.3%가 늘어난 129만대를 기록했다.

 

 

문정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