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보레 디젤 엔진이 좋다'라고 하면 의아하게 생각할 소비자가 적지 않을 것이다. 미국 브랜드인 쉐보레가 디젤 경쟁력이 있을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사람도 적지 않다. 그러나 GM의 유럽 시장을 담당하던 홀덴을 중심으로 개발한 디젤 엔진은 현지에서 '위스퍼 디젤'이라 불릴 정도로 정숙성 면에서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이런 평가를 기반으로 쉐보레가 힘 좋고 조용한 디젤 엔진을 앞세워 준중형 세단 시장에서 점유율 늘리기에 나섰다. 젊은 소비층의 지지율이 높은 쉐보레인 만큼 생애 첫 차를 고려하거나 '펀 드라이빙(Fun Driving)'을 추구하는 2030 취향 저격에 나선 것. 쉐보레 올 뉴 크루즈 디젤을 시승했다.

 

 ▲디자인&상품성

 가솔린 트림과 비교해 큰 변화는 없다. 트렁크 우측에 자리 잡은 TD 엠블럼으로 디젤차임을 확인할 수 있는 정도다. 쉐보레 패밀리룩인 듀얼포트 그릴은 날카로운 눈매와 함께 다소 공격적인 인상을 완성한다. 낮게 가라앉는 보닛과 매끈한 지붕선은 쿠페를 연상케 한다. 전체적으로 역동성을 강조한 건 준중형 세단의 주력 구매층이 젊다는 걸 반영한 결과다.

 

 

 신규 델타 플랫폼은 올 뉴 크루즈의 상품성을 끌어올리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크기는 길이 4,665㎜, 너비 1,465㎜, 너비 1,805㎜, 휠베이스 2,700㎜로 이전보다 길이는 25㎜, 휠베이스는 15㎜가 늘었다. 약점으로 지목되던 실내 공간이 확실히 넓어졌다. 차체를 키우면서 패키징도 개선한 효과다. 그러면서 무게는 110㎏ 줄었다.

 

 

 넓어진 공간은 개선된 소재로 감쌌다. 시트와 실내 곳곳을 감싼 가죽 소재는 보는 즐거움만큼이나 몸에 닿는 촉감도 좋다. 공간 활용도를 높인 만큼 실내에서 주는 만족감도 수준을 높였다. 그러면서 세미 버킷 형태의 앞좌석 시트는 주행의 즐거움을 강조하는 성격을 드러낸다. 적당한 쿠션이 꽤나 안정적으로 몸을 다잡아준다. 

 

 

 디젤 트림을 출시하면서 앞서 지적 받았던 편의품목도 개선했다. 뒷좌석 전용 하단 에어벤트와 2열 열선시트를 추가한 것. 넓어진 실내공간을 앞세워 '패밀리 세단으로 충분하다'는 걸 강조한 만큼 뒷좌석 탑승객을 위한 품목을 추가했다.

 

 ▲성능

 유럽에 GM 디젤 프로덕트 센터가 개발을 주도한 1.6ℓ 디젤 엔진은 3세대 6단 자동변속기와 맞물려 최고 134마력, 최대 32.6㎏·m의 성능을 발휘한다. 연료 효율은 복합 기준 ℓ당 16.0㎞로 인증 받았다.

 


 

 1.6ℓ 디젤 엔진은 앞서 말리부와 트랙스 등을 통해 소개된 것으로 이미 성능과 정숙성에선 인정을 받은 바 있다. 크루즈 디젤의 공차무게는 1,365kg, 1마력이 감당할 무게는 10㎏ 수준으로 가볍고 날렵한 움직임을 보장한다. 여기에 소음진동 억제는 나무랄 곳이 없을 정도다. 정차 상태나 저속 구간에서 디젤차 특유의 진동과 엔진소음이 신경을 거스르지 않았다. 기본 적용된 오토 스톱&스타트 기능은 실내 정숙성과 함께 효율 개선의 효과도 가져왔다.

 

 

 일부 소비자들은 쉐보레에 적용되는 국산 변속기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기도 한다. 북미에선 이미 크루즈를 포함한 주력 차종에 9단 변속기가 올라갔다는 소식도 있다. 그러나 한국지엠은 국내에서 생산되는 신형 6단 자동 변속기에 대한 자신감을 강하게 드러낸다. 정체가 심하고 도심 주행이 잦은 한국 주행 환경에선 초기 반응 속도가 빠른 6단 변속기가 다단변속기보다 장점이 많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6단으로도 충분히 부드러운 주행감을 느끼도록 개선했다고 강조한다.

 

 디젤차인 만큼 연료효율에 관심이 쏠리게 된다. 19인치 타이어를 장착한 시승차로 고속화도로와 산길을 포함한 150㎞ 정도를 달린 결과 ℓ당 13~14㎞ 대 연료효율이 트립 컴퓨터 상에 표시됐다. 시승 코스를 감안했을 때 나쁘지 않은 수치로, 일반적인 주행 환경에선 표시효율 만큼 충분히 누릴 수 있으리라는 판단이다. 

 


 

 새로운 차체는 달리기 성능에서도 강점을 발휘한다. 굽이진 산길에서도 몸놀림이 안정적이다. 디젤 엔진의 높은 토크와 맞물려 경사로에서도 거침없이 달릴 수 있다. 그래서 가속페달을 더 깊게 밟고 싶어진다. 수동 모드를 활용하면 더 과감하게 차를 몰 수 있다. 4,000RPM이 넘어가면 시프트업이 일어나며 알아서 변속기 단수를 높인다. 일반 도로에서 이 정도 세팅이라면 충분히 재미있게 운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엔진 자체의 진동소음 억제도 훌륭하지만 오토 스타트/스톱 기능은 여전히 유효하다. 정차 상태에서 굳이 디젤엔진의 떨림을 감수할 필요가 없어서다. 정속 주행 중에서도 엔진음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을 일은 없었다. 다만 노면에서 올라오는 소음은 조금 거슬린다.

 

 전반적인 주행 감각은 생각 이상으로 가솔린과 큰 차이가 없었다. 전륜구동 디젤차인 만큼 앞쪽에 실리는 무게가 상당할텐데, 거동에선 그런 느낌을 받지 못했다. 스티어링 휠을 조작하는대로 운전자가 의도한 만큼 차가 명민하게 반응했다.

 

 ▲총평


 주행품질의 만족도가 가솔린 트림보다 더 높다는 게 개인적인 판단이다. 완전변경을 거치면서 크루즈의 완성도는 한층 높아졌다. 달리기 성능 등 기본기는 물론 편의 및 안전 품목의 구성, 공간 활용성 등은 이전 세대와 비교해 놀라운 수준의 진보를 이뤘다.

 

 그러나 디젤 역시 가솔린과 마찬가지로 가격 정책이 국내 소비자들에게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질 지 의문이 든다. 차는 확실히 좋아졌다. 그러나 경쟁 차종 대비 가격 상승 폭이 너무 두드러지는 게 사실이다. 한국지엠은 하반기 신차로선 이례적으로 올 뉴 크루즈에 강력한 판촉 조건을 내걸고 있다. 그러면서도 '(영구적인) 가격 인하는 없을 것'이라고 못 박는다. 보다 설득력 있는 가격이 출시 초기부터 제시됐다면 강력한 주행 성능 만큼이나 시장에 큰 반향을 불러오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올 뉴 크루즈 디젤 가격은 LT 2,249만 원, LT 디럭스 2,376만 원, LTZ 2,558만 원이다.

 


 

안효문 기자 yomun@autotimes.co.kr
출처-오토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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