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범 한국LPG산업협회장, "LPG 가격은 안정세"
 -사용 제한 전면 폐지해도 공급 충분


 "현재 국내 LPG 공급능력을 감안했을 때 수송 부문의 사용 제한을 전면 폐지해도 공급에 전혀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여기에 셰일가스 개발 덕분에 국제 LPG 공급량도 계속 증가하고 있습니다. 향후 가격 인상 가능성이 적다는 얘깁니다. 또 LPG차를 전면 허용해도 급격하게 수요가 이동할 가능성도 희박합니다"

 

 수송용 LPG 규제 완화가 이슈로 떠올랐다. 미세먼지 감축을 위해 정부는 LPG차 확대에 눈을 돌렸다. 환경부는 현재 수송용 유류 중 LPG가 가장 친환경성이 높다며 논의에 힘을 실었다. 정부와 관련 업계가 TF팀을 만들었고, 지난달 말 5인용 RV까지 일반 소비자 구매를 허용했다. 이에 대해 김상범 한국LPG산업협회장(사진)은 이번 개정안에 대해 '아쉽지만 큰 성과'라고 평가했다. 35년 만에 굳건한 빗장이 열린 것이어서 일희일비하지 않고 차근차근 규제완화를 진행해나가겠다는 게 김 회장의 설명이다.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LPG 규제 완화를 반대하던 정부의 입장이 변화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두고 싶습니다. 국회에서도 여야 할 것 없이 LPG차 보급과 규제완화에 강력한 추진 의지를 보이는 만큼 정부에서도 적극적으로 방안을 마련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일반인이 LPG를 연료로 하는 5인승 RV를 구매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번 규제완화가 LPG차 감소폭을 줄이는 브레이크 역할은 일부 하겠지만 증가로 돌리기에는 부족하다고 입을 모은다. 5인승 LPG RV가 없는 만큼 신차가 시장에 나오기까지 1~2년이 소요돼서다. 또한 일각에서는 LPG차 규제를 성급하게 풀 경우 공급량이 부족할 것이란 주장도 펴고 있다.

 

 현재 국내 LPG 공급량은 어느 정도 수준일까? 실제로 LPG차를 전면 허용했을 때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일까? 김 회장은 '아니다'라고 단언한다. "국제 보고서나 언론 등에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국제 LPG공급량은 700만~1,200만t 공급우위에 있습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수요보다 공급이 많아 LPG가 남는다는 것이지요. 정부는 LPG규제를 전면 폐지했을 경우 향후 15~20년 후 최대 251만t까지 수요가 증가할 수 있다고 예측하고 있지만 국내 LPG 업체들의 공급 능력은 당장 현재보다 389만t 추가 공급도 가능한 상황입니다. LPG규제를 전면 폐지한다 해도 공급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겁니다"

 

 LPG는 대표적인 '서민 연료'로 불린다. 승용차의 경우 장애인과 국가 유공자 등 일부만 복지차원에서 LPG차 운행이 가능하다. 택시에 LPG를 허용한 건 대중교통 지원의 일환이다. 정부가 LPG차 규제 완화에 신중한 입장을 취하는 이유는 급격한 수요 증가가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까 우려하는 부분이 크다.

 

 김 회장은 두 가지 이유를 들어 가격 인상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주장한다. LPG 가격이 국내 수요보다 국제 유류 시장의 동향에 따라 움직인다는 점,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면 오히려 LPG 가격이 낮아지는 게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점이다.
 

 "국제 LPG가격은 다양한 변수에 의해 결정됩니다. 산업부는 LPG 수요가 100만t만 증가해도 국내외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런데 과거 사례를 보면 산업부의 주장과 정반대로 LPG 가격 모델이 작동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석유화학산업 시장 호황으로 원료용 LPG 수요가 급증, 국내 수요가 약 170만t 이나 늘었습니다. 그런데 국제 가격은 오히려 22%나 급락했죠. 셰일가스 공급량이 늘어난 게 가장 큰 요인이었습니다. 앞으로도 국제 LPG 가격은 더욱 안정화될 것이란 게 전문가들 의견입니다.

 

 또 미국 셰일가스 업계 관계자들과 만나서 이야기해보면, 한국 LPG 시장의 크기는 아직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정도로 크진 않다고 지적합니다. 국내 LPG 시장이 더 커질수록 가격을 낮출 요인이 존재한다는 의미입니다"

 

 최근 LPG가 각광을 받는 이유는 친환경성 덕분이다. 특히 미세먼지가 국제적인 문제로 떠오르면서 디젤보다 미세먼지가 적게 배출되는 LPG에 각국이 관심을 보이는 추세다. 디젤 강국으로 알려진 독일조차 에너지 수급과 배출가스 관리를 위해 LPG차 보급 확대에 나선 상황이다. 유럽을 중심으로 LPG차를 미래 친환경차로 가기 전 과도기에 현실적인 대안으로 인식하는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LPG가 다른 화석연료와 비교해 얼마나 더 친환경적인지 김 회장에게 물었다.

 

 "환경부가 발표한 자동차 연료별 배출가스 등급을 살펴보면 LPG가 1.86, 휘발유 2.51, 경유 2.77입니다. 숫자가 적을수록 친환경적이란 의미입니다. 또 미세먼지 원인물질 질소산화물(NOx) 배출량은 LPG차가 경유차의 1/93, 휘발유의 1/3분 수준입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ℓ당 환경피해비용을 경유 1,126원, 휘발유 601원, LPG 246원으로 산정하기도 했구요"

 

 최근 김 회장의 고민은 LPG차에 대한 인식 개선이다. 해외에선 수송용 LPG를 '오토가스(Auto gas)'로 부른다. 국내에서도 LPG차에 대한 선입견을 없애기 위해 '오토가스'란 용어의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아직도 'LPG차'라고 하면 힘이 부족하거나 위험하다 등 부정적인 이미지를 많이 떠올리는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LPG차와 관련해 세계 최고의 기술력과 인프라를 보유해 오히려 다른 나라가 부러워하는 LPG차 강국입니다. LPG차 품질도 과거와는 완전히 달라졌죠. 앞으로 LPG차에 대한 인식전환을 위해 '오토가스' 등 명칭 변경과 함께 홍보를 통한 이미지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협회는 물론 업계와 협의해서 LPG차의 장점을 적극 알려 나갈 방침입니다"

 

 인터뷰 말미에 조심스럽게 질문을 던졌다. LPG차가 이렇게 장점이 많은데, 전면적으로 허용하면 LPG차로 인기가 쏠리는 게 아닐까.

 

 "현재 시장에 출시된 차종이 제한적이고, 연료효율이나 시장 규모 등 현실적인 제약이 존재합니다. 많은 분들이 LPG차를 전면 허용했을 때 시장에 큰 충격이 올 것으로 걱정합니다만, 업계에서는 오히려 규제만 푼다고 LPG차 수요가 급격히 증가할 것이라고 보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균형 잡힌 에너지 공급과 소비자 선택권 확대, 국내 자동차 업계 발전을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절실한 시점인 것이지요"

 

 

안효문 기자 yomun@autotimes.co.kr

출처-오토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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