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셰어링이 진화하고 있다. 카셰어링은 무인 차고지에서 스마트폰 앱을 통해 필요한 만큼 편리하게 차를 빌려 탈 수 있는 공유경제 서비스다. 여기에 지난해부터 국내에서 시범적으로 공유차를 다시 대여하는 이른바 '제로카셰어링'이 운영되기 시작했다. 장기렌터카처럼 일정 기간 차를 빌려주되 본인이 차를 쓰지 않을 때 다른 사람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회사는 재대여를 통해 나온 수익금을 제로카셰어링 이용자와 공유한다. 즉, 제로카셰어링 이용자는 자신의 차를 카셰어링에 제공하면서 이용 요금을 할인 받는 셈이다.

 

 -쏘카, 2016년 시즌제로 제로카셰어링 도입
 -장기렌터카보다 저렴, 월 이용료 격차는 점차 줄어

 

 국내에선 쏘카가 지난해 7월 '제로카셰어링'을 처음으로 도입했다. 1년 약정으로 현대차 아반떼(AD) 300대를 제로카셰어링에 투입하고 참여자를 모집했다. 이후 지속적으로 투입 대수를 늘려가 올해 4월엔 아반떼 500대, 티볼리 300대, 투싼 700대, 스포티지 500대 등 2,000대를 추가 배정했다. 쏘카가 운영하는 전체 자동차 대수가 6,600여 대 임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숫자다. 

 


 

 참가자들이 공통적으로 꼽는 제로카셰어링의 매력은 초기 부담이 적다는 점이다. 선수금이나 보증금, 등록세나 자동차세, 보험료 등의 지출이 없다는 것. 장기렌터카 역시 초기 비용이 적다는 점을 부각하고 있지만 제로카셰어링은 장기렌터카에 존재하는 선수금까지 없애 자가운전을 원하는 이용자들의 진입 문턱을 낮췄다. 카셰어링의 주 이용자가 20~30대 젊은 남성층이라는 점에서 초기 부담금 '0원' 정책은 상당한 반향을 불러왔다.

 

 쏘카는 카셰어링 결제 금액의 40%로 월 이용료를 차감한다. 이용자는 본인이 차를 쓰지 않는 동안 카셰어링 투입에 따른 수입의 40%를 월 이용료 등으로 보전한다. 이용자는 앱을 통해 재 대여 이용시간과 요금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데, 이용률 자체는 나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달 말 쏘카가 이용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에서도 내 차를 '오픈'(온라인에 카셰어링 사용 가능하다고 알림)했을 때 성사율이 나쁘지 않다는 응답이 다수를 차지했다는 후문이다.

 

 -카셰어링 재 대여, 기대 이상으로 활발
 -'실질적인 혜택 충분' vs '관리 책임 전가' 의견 맞서

 

 하지만 초기에 비해 실질 부담금이 점차 상승하고 있다는 게 이용자들의 지적이다. 월 이용료가 그만큼 올라서다. 2016년 도입 당시 아반떼 AD 이용요금은 월 19만8,000원었지만 올해 4월 기준 동일 차종을 이용하려면 월 39만8,000원을 지불해야 한다. 회사는 월 이용료 외에 주유비와 하이패스 이용 요금 등을 더해 매월 말일 청구한다. 아반떼 외에 티볼리(44만8,000원/월), 투싼과 스포티지(49만8,000원/월) 등 액면가만 놓고 보면 장기렌터카와 비슷하거나 다소 비싸다.

 

 또 도입 초기엔 수익을 5:5로 나누다가 최근엔 회사가 이익을 더 가져가는 구조로 바뀌었다. 이로 인해 지난해 쏘카는 도입 초기 이용자의 1/3이 재 공유를 통해 월 이용료 실질 부담금 '0원'을 달성했다고 밝혔지만 이용자들은 25~30% 정도 할인 효과를 누리는 데 그친다고 말한다. 

 


 

 이보다 큰 문제는 이용자들의 공유차 관리 스트레스가 상당하다는 점이다. 월 이용료 할인으로 감내하기엔 장기렌터카와 비교해 이용자가 신경 써야 할 일이 너무나 많다는 것. 여기에 카셰어링 업체들이 자동차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진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특히 문제 발생 시 대응 측면에선 아쉬움이 많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1기에 참여했던 한 이용자는 "제로카셰어링은 결국 주차장 등 영업에 필요한 제반 사항을 이용자에게 전가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영업 시간에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 공동으로 대응하려는 게 아니라 이용자 본인에게 떠넘기려는 인상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일반적인 카셰어링은 관리 책임이 회사에 있다. 제로카셰어링 역시 일정 부분 회사가 관리한다. 월 4회 정도 외부세차를 지원하고, 사고 발생 시 일반 카셰어링과 동일한 절차를 거쳐 수리 등을 진행한다. 그런데 실내 세차 비용은 회사가 원칙적으로 부담하지 않는다. 이용자들 중 다수는 '아침에 차 문을 열 때 가장 긴장된다'고 말하는데, 각종 먼지와 쓰레기는 물론 담배꽁초 등도 적지 않게 발견된다고 말한다.

 

 사고 발생 시 대처에서도 미흡한 측면이 드러났다. 다른 회원에게 차를 대여했다가 사고가 난 경우 제로카셰어링 이용자는 어떤 지원을 받을 수 있을까. 리스나 렌터카와 달리 대차 서비스는 기대하기 어렵다. 다른 곳에서 카셰어링을 이용할 수 있도록 쿠폰을 지급하는 정도다. 동일 차종을 원하는 시간에 이용할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

 

 카셰어링 전반에 관한 문제들도 제로카셰어링 이용자들에겐 부담으로 다가온다. 비회원 및 미성년자가 내 차를 이용하다 문제를 일으키진 않을지, 외부인이 거주지 주변 주차장을 오가며 이웃들이 불편함을 겪진 않을지, 외부 사용자가 할인쿠폰을 사용할 경우 내가 받는 수익이 줄어들지는 않을지, 기름값은 계속 떨어지는 데 주유비에 반영이 잘 되는지 등 회사가 명확한 해결책을 제시해야 할 사항이 적지 않다는 게 이용자들의 주장이다.

 

 보험연구원이 최근 공개한 '카셰어링 확산의 문제점과 제도개선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카셰어링에서 발생한 대물배상이 149.6%로 일반 개인용 자동차 사고발생률 13.8% 대비 10배나 높았다. 렌터카 대물배상 사고발생률 24.2%와 비교해도 6배나 높은 수치다. 사고율 저감을 위한 노력과 함께 꼼꼼한 사후 관리가 필요한 이유다.

 

 쏘카 관계자는 "공유경제의 가치를 극대화하고 소비자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주기 위해 지난해부터 시즌제로 제로카셰어링을 운영하고 있다"며 "6번째 시즌을 성공적으로 론칭하며 소비자들의 관심과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고, 이용자들의 의견에 적극적으로 귀 기울여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개선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안효문 기자 yomun@autotimes.co.kr
오아름 기자 or@autotimes.co.kr
출처-오토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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