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중형 시장은 참 어렵다고 말한다. 2,000만원대 언저리에서 최대한 상품성을 끌어올려야 해서다. 대당 이윤은 적지만 규모가 커서 경쟁도 치열하다. 경쟁사 입장에선 현대차 아반떼가 마치 높은 산처럼 느껴질 지도 모르겠다.

 

 한국지엠이 야심차게 준비한 올해 신차 올뉴 크루즈는 초반부터 큰 홍역을 치렀다.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지적과 함께 출시 초기 발견된 불량을 잡겠다며 판매 골든 타임을 놓쳤다. 한 달이나 출고를 연기하는 강수를 둔 것. 이 탓에 월 판매 1,800여 대 수준으로 지난해와 비교 해 두 배 이상 올랐지만 여전히 만족스러운 숫자는 아니다.

 

 

 한국지엠이 준중형 세단 시장의 절대 강자 아반떼와 올 뉴 크루즈의 비교 시승행사를 야심차게 준비했다. 국내 서킷 중에서도 고난도로 악명 높은 용인 스피드웨이에서 달리기 실력으로 아반떼와 정면 승부에 나선 것. 이미 지난 2월 대규모 시승회를 했던 만큼 이날 구체적인 상품 구성을 일일이 소개하기보다 아반떼와 성능 비교에 초점이 맞춰졌다.

 

 

-신형 델타 플랫폼, 경량화에 고강성 확보
-올 뉴 크루즈, 몸놀림 한계 높아

 

 2015년 9월 출시된 현대차 6세대 아반떼는 '슈퍼 노멀'이란 메시지를 전면에 내세우며 상품성을 대폭 개선했다. 이후 부지런한 연식변경을 통해 지금도 신선함을 유지하고 있다. 전만적인 상품성 경쟁에선 쉐보레 올 뉴 크루즈가 후발 주자임에도 힘겨워 보이는 게 사실이다. 아반떼는 오랜 시간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준중형 시장을 지배해 온 절대 강자다.

 

 크루즈가 내세운 건 신규 델타 플랫폼의 강성이다. 유럽 오펠이 개발을 주도한 델타 플랫폼은 쉐보레 크루즈 뿐 아니라 GM 산하 여러 브랜드의 신차에 적용되면서 경쟁력을 입증 받았다. 올 뉴 크루즈 역시 새 플랫폼을 기반으로 제작하면서 그 동안 약점으로 지적받던 경량화 부분에서 많은 성취를 이뤘다. 구형보다 길이 25㎜, 휠베이스 15㎜ 늘었음에도 무게는 최대 110㎏ 감량했다.

 


 

 이는 설계 최적화와 함께 초고장력 및 고장력 강판 적용을 27% 확대한 덕분이다. 현행 크루즈의 초고장력 및 고장력 강판 비율은 74.6%에 달한다. 소재 강성이 높아지면서 이전보다 철강을 적게 사용하고, 이를 통해 다이어트에 성공했다. 특히 회사가 내세우는 건 강도 뿐만 아니라 성형에도 유리한 소부경화강(PHS)이다. 뒤틀림 강성을 높이면서 외부 충격에 의한 차체 변형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는 것.

 

 

 운전석 시트 밑에 들어가는 보강재를 시승 전 망치로 쳐보고 드릴로 구멍을 내볼 기회가 있었다. 초고장력 강판을 적용, 운전자 보호를 위해 덧댄 부위다. 면이나 모서리 어디도 사람의 힘으로는 망치 정도의 충격에 변형이 일어나지 않았다. 드릴도 날이 몇 개나 상하고 성인 남성이 온 몸으로 무게를 실어 오랜 시간 힘을 줘야 간신히 구멍이 날 정도였다.

 

 

 크루즈의 단단한 차체는 아반떼와 비교 시승에서 직접 체험할 수 있었다. 급격히 차를 움직이는 슬라럼 코스에서 확실히 아반떼보다 롤링이 적었다. 브레이크를 밟지 않고 급격히 차선을 옮겨 보는 레인 체인지에서도 크루즈가 훨씬 안정적인 몸놀림을 보여줬다.

 

 그렇다고 아반떼가 나쁜 차라는 건 아니다. 슬라럼에서도 초반 가속은 확실히 아반떼가 가뿐했고, 제원표상 크루즈의 성능은 최고 153마력, 최대 24.5㎏·m다. 아반떼 1.6ℓ GDI 엔진은 최고 132마력, 최대 16.4㎏·m의 힘을 발휘한다. 상대적으로 롤링이 크게 느껴졌을 뿐 아반떼 역시 운전이 어렵지 않았다. 오히려 파워트레인 부분에선 크루즈에서 아쉬움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두 차의 움직임은 서킷 주행에서 보다 확연한 차이가 났다. 일일 행사에서는 드물게 서킷을 10바퀴 이상 돌며 두 차의 운동 성능을 체험할 수 있었다. 크루즈는 코너 진입과 탈출 시 자세를 복구하는 능력이 탁월했다. 서킷 공략도 크루즈가 상대적으로 수월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수동 모드에서 최대한 저단을 유지하려는 부분도 스포츠 드라이빙을 즐기는 운전자라면 호평할 요소다.

 

 아반떼는 상대적으로 편안하고 부드러운 승차감에 초점을 맞춘 듯 보였다. 스포츠모드를 세팅했음에도 가속 반응이나 몸놀림이 나긋나긋하다. 반면 재가속 시 응답성이나 속도를 쌓아가는 실력은 만족스러웠다. 수동 모드에서 3단이 잘 들어가지 않고, 고 RPM에서 자동으로 업 시프트를 하는 점이 아쉬웠다.

 


 

 결국 크루즈와 아반떼의 차이는 준중형의 가치를 어디에 두는지 현대차와 쉐보레가 차이를 둔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준중형차는 가격대와 크기 등을 고려했을 때 아무래도 젊은 소비층을 겨냥할 수 밖에 없다. 아반떼는 기존 자동차 업계의 성공 방정식을 충실히 따른 차다. 가격 대비 충실한 구성과 다양한 선택지로 소비자 만족도를 높이는 방향을 선택했다. 크루즈는 기존의 상품성을 개선함과 동시에 운전을 즐기는 젊은층을 위해 정교한 몸놀림을 무기로 앞세웠다.

 

 시장에 다양한 성격의 제품이 경쟁한다는 건 소비자에겐 긍정적인 일이다. 쉐보레는 기존의 방식을 답습하기보다 새로운 무기를 앞세워 시장 공략에 나섰다. 올 뉴 크루즈의 강점은 분명해보인다. 이제 필요한 건 소비자들을 끌어당길 수 있는 매력적이고 설득력 있는 마케팅이다.

 

 

 

안효문 기자 yomun@autotimes.co.kr

출처-오토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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