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가 새로운 플래그십 SUV G4 렉스턴을 출시했다. 올해 판매목표는 2만대 이상이다. 출고가 시작되는 5월부터 8개월 동안 월 2,500대씩 판매해야 달성할 수 있는 숫자다. 국내 대형 SUV 시장 규모를 고려했을 때 상당히 공격적인 목표다.

 

 쌍용차는 G4 렉스턴이 '제2의 티볼리'가 되길 기대한다. 차급은 다르지만 틈새시장을 키워 신규수요를 창출하고 선두자리를 선점하겠다는 복안이다. 시장을 개척하고 새로운 성공모델을 세우겠다는 점에서 회사는 스스로를 '개척자'라고 강조한다.

 

 쌍용차가 티볼리를 투입한 2015년은 이제 막 소형 SUV 시장이 무르익던 시기였다. 2013년 먼저 문을 두드린 쉐보레 트랙스는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고, 이듬해 르노삼성 QM3가 수입 소형 SUV로 연판매 1만8,000대 이상의 기록을 세우며 막 시장에 불을 지쳤다. 이때 쌍용차는 첫 해에만 4만대가 넘는 티볼리를 소비자에게 인도하며 단숨에 소형 SUV 시장의 몸집을 두 배 이상 불리는 데 성공했다. 2013년 1만여 대에 불과했던 시장이 2016년엔 10만대 이상으로 열 배 가까이 성장했다. 그리고 성장의 혜택은 쌍용차가 가장 많이 봤다. 이 기간 티볼리는 5만7,000여 대 판매돼 50% 이상 점유율을 확보했다.

 

 티볼리의 성공 요인은 감각적인 디자인과 풍부한 편의품목 그리고 1,600만원대에서 시작하는 경쟁력 있는 가격 등 다양하다. 영업 현장에선 '제품 구성이 좋았다'고 입을 모은다. 기본 트림에서도 다양한 편의품목을 갖춰 소비자 만족도가 높았다는 설명도 들을 수 있다.

 

 G4 렉스턴 역시 티볼리의 성공방정식을 그대로 따르려는 것으로 보인다. 통상 4,000만원 이상에서 가격이 형성된 대형 SUV 시장에서 시작 가격을 3,350만원으로 상당히 파격적으로 잡았다. 기본 트림에도 앞좌석 통풍시트와 8인치 미러링 멀티미디어 등 선호도 높은 품목을 탑재해 제품 경쟁력을 높였다. 사전 계약 일주일 만에 3,500대 신청이 들어왔다니 초기 반응은 성공적이다.

 

 다만 일각에선 고급 SUV를 지향하는 G4 렉스턴이 소형 SUV인 티볼리와 같은 노선의 전략을 취하는 게 위험요소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특히 저가 트림의 경쟁력을 강조하는 점은 소비자에게 고급 이미지를 심어주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쌍용차의 설명대로 G4 렉스턴이 그동안 중형 SUV나 세단을 타던 소비자가 고급 대형 SUV로 넘어올 수 있는 발판이 될 수 있다. 그런 면에선 가격을 낮춰 진입장벽을 낮추겠다는 판단은 유효해 보인다. 그러나 기존 대형 SUV 이용자나 하이엔드 소비층에게 G4 렉스턴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가격 대비 효용'만을 강조해선 부족하다. 고급차 시장에선 제품 경쟁력만큼이나 브랜드와 이미지가 주는 만족도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지난 25일 회사는 G4 렉스턴의 출시에 맞춰 대대적인 제품 설명회를 개최했다. 디자인과 안전성, 신기술과 주행성능에 대해 각 부문별 고위 임원이 발표자로 나서 신차의 특장점을 알리는 데 공을 들였다. 두 시간 이상 이어진 발표 중 '럭셔리와 프리미엄'을 구분해야 한다는 내용이 인상적이었다. 프리미엄은 단순히 고급스러움만 추구하는 게 아니라 합리적으로 가격 대비 만족도까지 고려하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2001년 쌍용차는 '대한민국 1%'를 강조하며 당시 저가형 짐차 정도로 취급받던 SUV 시장에 '고급'이란 요소를 들여왔다. 대형 고급 세단에 필적하는 가격은 그 자체로 화제가 됐다. 16년 전의 당당함과 지금의 자신감은 성격이 조금 달라보인다. '합리적인 럭셔리'라는 프리미엄의 개념을 시장에 정확히 전달해야 할 필요가 있다.

 


 

안효문 기자 yomun@autotimes.co.kr

출처-오토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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