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이 최근 불거졌던 올란도 캡티바 단종설을 일축했다. 직접적인 해명을 통해 입장을 밝힌 사례가 극히 적었던 탓에 다소 예민하게 반응한 게 아니냐란 목소리가 적지 않다. 물론 재고 소진을 위한 일시적인 생산 중단이지만 현재의 상황을 감안할 때 또 다시 생산 중단이 나올 수 있다는 위기감이 높아지는 것도 사실이다.

 

 한국지엠은 제너럴모터스(GM)가 대우를 인수한 2002년부터 그룹 내 세 번째 규모의 인력과 설비를 갖춘 글로벌 소형차 중심 개발의 거점 역할을 맡아왔다. 소형차 라인업이 부족했던 GM은 2003년 대우자동차 인수 후 수출에 주력, 출범 1년 만에 연간 생산대수를 전년(37만7,237대)보다 51.4% 상승한 57만1,219대까지 높였다. 당시 내수가 12만7,759대로 16.8% 감소했지만 수출 물량이 두 배 가까이 늘어나 인수 이후 회사는 활기에 넘쳤다.

 

 하지만 매년 늘어나던 수출이 꺾인 것은 근래 2~3년 사이다. 지난 2007년 83만대였던 완성차 수출이 지난해는 절반 수준인 41만대로 감소한 것. 쉐보레가 유럽 내 철수를 선언하면서 한국지엠의 주력 수출 시장을 중앙아시아로 돌렸지만 시장 규모가 유럽보다 작아 생산도 덩달아 줄었다. 결국 초과 생산분의 장기 재고를 막기 위해 생산대수 조절이 불가피했다는 게 한국지엠의 입장이다.

 

 그러나 우려되는 것은 앞으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국내 생산 감소를 극복할 만한 마땅한 해결책이 없어서다. 최근 내수 판매를 끌어올리며 수출 위기를 잠재우는 중이지만 현실적으로 국내에서 점유율의 대폭 확대는 좀처럼 쉽지 않은 일이다. 결국 수출 시장의 부족이 생산 중단을 불러왔고, 이에 대한 마땅한 타개책이 없어 일부 제품의 단종설로 연결된 셈이다.

 

 그렇다면 위기 극복 방안은 없을까? 전문가들은 현실 직시를 조언하고 있다. 노사 모두가 지금의 현실을 공감할 때 극복 방안이 나온다는 것. 현재 글로벌 자동차기업의 흐름은 '현지 생산, 현지 판매'다. 과거처럼 특정 국가에 공장을 지어 다른 나라로 수출하는 것보다 시장이 있는 곳에 공장을 지어 현지 판매를 하는 게 보다 효과적이어서다. 국내 시장의 판매에선 현대기아차가 경쟁일지 몰라도 생산 공장의 경쟁은 GM의 글로벌 모든 공장이라는 의미다.

 

 그런데 비단 이런 조언은 한국지엠 뿐 아니라 현재 국내에 생산 기반을 둔 모든 완성차업체라고 예외가 아니다. 특히 한 때 위기에 빠졌던 르노삼성이 공장 가동율을 회복할 수 있었던 것은 르노-닛산이 북미용 닛산 로그의 생산 지역으로 부산 공장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르노-닛산의 글로벌 여러 공장 간 경쟁에서 부산 공장이 비용과 조립품질, 기타 조건 등이 앞섰다는 의미다.

 

 따라서 한국지엠의 생산 위기 타개 방안도 생산 증대 외에는 없다. 그렇다면 공장의 효율성을 높이고, 비용 절감도 해야 한다. 노사 간 적당한 타협이 아니라 대승적인 위기 타개 방안이 공유돼야 한다는 뜻이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성장이 폭발적으로 늘지 않는 마당에 각 나라 근로자의 일자리가 걸린 공장은 생산물량 확보가 무엇보다 시급하니 말이다. 한 마디로 한국지엠의 생산 경쟁자는 현대자동차 울산 공장이 아니라 GM이 해외 여러 나라에 보유한 공장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그들과 경쟁할 때 생산 물량을 확보할 수 있고, 이럴 때에만 생산이 중단되는 일이 사라질 수 있다. 미국 내 GM 노조가 한국지엠의 생산물량을 미국으로 가져와야 한다고 주장했다는 점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된다.

 


 

구기성 기자 kksstudio@autotimes.co.kr
출처-오토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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