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차기 대통령 후보자들이 수송 연료 부문과 관련한 미세먼지 대책을 쏟아냈다. 석탄 발전소를 줄이거나 증가를 억제하는 발전 부문과 함께 국민들 피부에 가장 밀접하게 와 닿는 수송용 연료에 대한 입장도 내놨다. 결론부터 정리하면 LPG차의 사용 규제를 풀고, 경유 값은 필요에 따라 인상 가능성을 검토해보자는 의견이 취합됐다. 하지만 경유 값 인상 이전에 노후 경유차 감소 대책 및 저탄소 에너지원에 대한 보조금 지원(문재인 후보)이 있어야 하고, 경유차를 줄이기는 하되 가격은 신중히 접근하자(안철수 후보)는 공약도 제시됐다. 이에 반해 경유 값 인상을 반대한다(유승민 후보)는 의견과 인상 이전 선행조치가 시행돼야 한다(심상정 후보)는 입장도 표명됐다. '소비자와 함께'라는 시민단체가 미세먼지 대책에 대한 입장을 요청하자 각 후보 진영에서 보내온 답변이다.

 

 일부 후보를 제외하고, 전반적인 답변의 흐름은 미세먼지 대책으로 '경유차 억제'를 지목하고, 이를 위한 정책이 필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그런데 노후 경유차는 지금도 세제 및 보조금 지원으로 신차 교체를 유도하고, 저공해 조치를 하지 않으면 도심 진입이 제한되는 등 운행의 불편함도 주고 있다. 따라서 후보들이 말하는 '선제적 조치'가 과연 무엇인가를 놓고 에너지 업계의 해석은 분분하다. 그 중에서도 'LPG차 수요 제한 완화'는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현재 막혀 있는 5인승 SUV의 LPG 엔진 탑재 금지 항목은 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 짚어볼 역사가 있다. 국내 수송 연료의 개편 과정이다. 지난 1996년 정부는 자동차 연료로 사용되는 휘발유와 경유, LPG의 세율을 조정했다. 이에 따라 휘발유와 경유에 대한 교육세를 신설하며 기름 값을 높였지만 1998년 외환위기가 발생하자 허리띠를 졸라맨 국민들이 상대적으로 세금이 적은 LPG 차를 집중 구매했다. 그 결과 기름에서 걷는 세금이 줄자 2000년 1차 에너지 세제 개편을 마련했다.

 


-1,2차 에너지 세제 개편 잘 살펴야
-경유 값 올린다고 수요 억제될까?

 

 당시 개편의 핵심은 경유와 LPG(부탄)의 세금 인상에 맞춰졌다. 다만, 5년 동안 단계적으로 높여 2006년 7월 이후에는 가격비가 휘발유를 100으로 했을 때 경유는 75, LPG는 60 수준이 되도록 했다. 그러자 반발은 운송업계에서 일어났다. 기름 값 인상을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며 연일 시위를 벌였고, 결국 인상된 경유와 LPG 세금은 보조금 명목으로 되돌려주기로 합의했다. 지금도 버스, 택시, 화물차, 연안화물선 등에 유가 보조금이 지급되는 배경이다.

 

 하지만 그 사이 변수가 하나 나타났다. 2005년부터 세단형 경유 승용차 판매가 허용되면서 또 다시 세제 개편 필요성이 언급됐다. 유럽을 중심으로 탄소배출을 줄이자는 움직임에 한국도 동참, 세단형 경유 승용차 판매를 허용키로 가닥을 잡았다. 하지만 경유 승용차 보급에 따라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 악화가 우려된다는 환경단체의 주장을 수용해 경유 값을 높이되 LPG는 세금을 낮추는 2차 에너지 세제 개편에 착수했다. 당초 2006년 7월까지 휘발유, 경유, LPG 가격을 각각 100:75:60으로 조정하려던 1차 개편안이 2005년 7월부터 수정돼 2007년 7월까지 100:85:50으로 조정됐다.

 

 이처럼 1,2차 에너지 세제 개편은 어디까지나 자동차용 연료의 세금 조정에 초점이 맞추어졌다. 전체적으로 유류세수를 유지하거나 늘리되 환경과 산업을 동시에 고려한 조치였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그러나 세제 개편의 내용을 보면 '인상'만 있을 뿐 '인하'는 없는 게 주목된다. 물론 정부는 LPG의 경우 세금을 내렸다고 주장하지만 현재 논란의 중심이 되는 경유는 1차와 2차 개편 때 모두 세금이 늘어 결과적으로 소비자 가격도 올랐다. 그럼에도 최근 10년 사이 경유 승용차는 270만대가 증가했다. 경유 가격이 오르면 경유 승용차 판매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지만 라이프스타일이 변하면서 수요가 SUV로 몰린 탓이다. 다시 말해 경유 값 인상이 수요를 억제할 것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높지 않다는 뜻이다.

 

 그래서 나오는 얘기가 휘발유 값 인하다. 경유 승용차를 억제하려면 휘발유 가격을 낮춰 경유와 비슷한 수준에 두면 된다. 실제 시장에서 휘발유 가격 인하 효과는 입증된 바 있다. 지난 2014년 가솔린 가격이 크게 떨어지자 자동차회사는 앞 다퉈 가솔린 SUV를 시장에 내놨고, 판매 또한 크게 증가했다. 연료 유지비 차이가 크지 않다면 경유보다 휘발유를 타겠다는 사람이 적지 않다는 증거다. 정부로선 휘발유 세액을 내리면 전체 유류 징수액이 줄어들 것을 우려하지만 자동차 등록대수가 이미 2,100만대를 넘은 만큼 유류세 감소는 미미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다시 말해 경유 값을 높여 미세먼지를 억제하는 것보다 휘발유 값을 내려 미세먼지를 줄이는 게 보다 효과적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대선 후보 어느 누구도 휘발유 세액 인하는 언급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경유 값 인상 카드는 만지작댄다. 경유차 수요 억제를 하려면 LPG 수요 제한 완화만 가지고는 쉽게 해결되지 않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말이다. 따라서 이제는 국민들도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어차피 유류세를 포기할 수 없고, 자동차 판매로 세수를 지속해야 한다면 연료 가격의 균형을 맞춰야 하고, 이 때 균형은 '경유 세액' 인상이 아니라 '휘발유 세액 인하'라는 카드도 있다고 말이다.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출처-오토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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