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년의 명맥을 이어온 혼다 어코드는 미국 시장에서 생산한 일본 브랜드의 첫 승용차로 오하이오 공장에서만 1,000만대 이상이 생산됐다. 중간에 잠시 일본과 유럽 DNA를 담아낸 적이 있지만 대부분 북미 시장에서 수십 년 간 피드백 받으며 진화했다. 그래서 어코드는 엄연한 미국차로 보는 게 일반적이다.

 

 

 덕분에 북미 시장에선 토요타 캠리, 닛산 알티마와 함께 중형 패밀리 세단의 정석으로 여겨지고 있다. 단점을 딱히 꼽기 힘든 '무난함'을 무기로 가장 까다롭다는 북미에서 수십 년 간 지위를 공고히 하고 있다.
  
 어코드는 국내 시장에서도 지난 2008년 혼다코리아의 전성기를 이끈 주역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번에 틈새 제품으로 분류되는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추가한 것은 다소 의외로 여겨진다. 평소 제품 라인업을 보수적로 운영하는 혼다코리아의 전략과 조금 동떨어져 보이기 때문이다. 어떠한 자심감일지 어코드 하이브리드를 시승해봤다.

 

 

 ▲외관


 기존 9.5세대 어코드와 동일하다. 9세대에서 9.5세대로 넘어오며 디자인 경쟁력이 높아졌다는 평가를 받는데, 무난함에서 공격적인 인상으로의 탈바꿈이 주효했다. 특히 전면은 '익사이팅-H' 컨셉트을 적용해 역동성을 담아냈으며, 크롬 장식도 부담스럽지 않고 적절하게 쓰였다.

 

 이번 하이브리드 버전의 경우 전면 그릴과 보닛 라인을 디테일하게 다듬었다고 하지만 육안으로 알아 차리기는 쉽지 않다. 그만큼 9.5세대의 디자인 완성도가 높다는 방증이다. 혼다로서도 하이브리드 차별화보다 가솔린의 연속선으로 여긴다는 의미다. 

 

 

 실내 역시 기존의 것을 유지하면서 디테일만 더했다. 차별성은 하이브리드 전용 계기반이다. 큼지막한 원형 속도계 안에는 동력 흐름과 속도, 효율 등을 표시하는 정보창이 자리 잡고 있다. 애니메이션과 컬러의 조합이 적절해 각종 정보가 눈에 잘 들어온다.  

 

 ▲성능


 파워트레인은 앳킨슨 사이클 방식의 2.0ℓ 4기통 i-VTEC 가솔린 엔진과 전기모터의 조합이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에는 총 2개의 모터가 동원됐는데 하나는 주행에, 다른 하나는 전기를 만드는 데 쓰인다. 시스템 총 출력은 최고 215마력이고, 전자제어식 무단변속기인 e-CVT와 결합해 효율은 복합 ℓ당 19.3㎞을 확보했다. 

 


 

 탑승 전 스타트 키로 원격 시동을 걸었다. 시동이 걸렸는지 여부를 알 수 없을 만큼 고요하다. 하지만 조용함과 달리 움직임은 출발부터 굼뜨지 않다. 전기모터가 저속에서 풍부한 토크를 지원하기 때문이다. 다른 하이브리드의 경우 보통 출발에서 가속까지 경쾌함이 이어지지 않지만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조금 다르다. 엔진이 제 역할을 시작하자 쭉쭉 뻗어나간다. 2개의 모터 중 하나가 지속적으로 개입하기 때문이다. 어코드 3.5 못지 않다.  

 

 CVT는 직결감이 다소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옛날 이야기다. 특히 어코드 하이브리드에 적용한 e-CVT는 엔진 직결 클러치를 적용해 큰 이질감 없이 동력이 바퀴에 바로 전달되는 느낌이 든다.   

 

 

 EV모드는 시속 50㎞ 이하에서 자동 전환되는데 시프트 레버 옆 버튼을 눌러 직접 활성화 시킬 수도 있다. 이 순간 만큼은 순수 전기차가 된다. 단, 급가속을 하거나 배터리 충전량이 부족하면 모드가 자동 해제된다. 실제 오전 출근길 정체가 심한 올림픽 대로에서 EV모드는 정말 유용했다. 사용한 거리만큼 연료를 절약할 수 있으니 자꾸만 버튼을 누르는 재미가 쏠쏠하다. 하이브리드의 특징을 고성능과 고효율로 본다면 정체되고 복잡한 도로에선 고효율의 특징이 여과없이 묻어난다.

 

 변속레버를 'D'아래 'B'에 놓으면 회생제동을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면 엔진브레이크가 강하게 걸리는 것을 체감할 수 있다. 'B'모드를 사용하는 만큼 역시 효율이 좋아지는 구조다. 

 


 

 조용하고 부드러운 승차감은 어코드의 명성 그대로다. 전기모터를 주로 사용하는 저속은 물론이고 시속 100㎞ 고속주행에서도 정숙성 만큼은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급가속시 엔진음과 모터소리의 조합이 듣기에도 좋다. 

 

 어코드의 제동력은 이미 정평이 나있다. 신형에는 회생 제동 효율을 위해 전자식 브레이크를 탑재했다. 물론 전자식으로 제어하지만 작동은 유압식이다. 제동시 바퀴를 꽉꽉 움켜쥐는 느낌이 전달되는 게 몸으로 느껴진다. 제동력을 어코드의 강점 중 하나로 꼽는 매니아들이 많은데 하이브리드라고 예외는 아니다. 

 


 

 우측 차선 변경시 실내 디스플레이에 우측 사각지대를 띄어주는 '레인워치', 스마트폰 무선충전시스템, 애플 카플레이 등 각종 편의안전품목 역시 어코드 3.5와 같다. 

 


 

 ▲총평


 하이브리드는 시장에서 더 이상 틈새 차종이 아니다. 다소 높은 구입 가격에 대한 부담은 각종 인센티브와 유류비 절감으로 상쇄가 가능하며 정체가 심한 도심주행에서 가치와 실용성이 높다는 점은 하이브리드의 진입장벽을 낮추는 요소로 널리 알려지고 있다.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기존 어코드의 감성을 조금도 해치지 않으면서 하이브리드의 장점을 잘 녹여냈다. 특히 효율만이 아닌 주행에서도 하이브리드의 존재감이 확실하게 드러나는 점도 인상적이다. 40여년 간 닦은 노련미에 세련된 하이브리드 감성을 제대로 살려낸 느낌이다. 가격은 4,320만원이지만 하이브리드 구매 보조금 100만원과 개별소비세, 교육세 취득세 등 세제혜택도 기억해야 할 요소다.  

 

김성윤 기자 sy.auto@autotimes.co.kr
출처-오토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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