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1990년대부터 막대한 손실을 낸 유럽 자동차 시장에서 결국 백기를 들었다. GM은 유럽에서 거의 90년 만에 철수를 추진 중이다.

 

 뉴욕타임스(NYT)는 14일(현지시간) GM이 독일에 있는 오펠(Opel)을 푸조와 시트로엥 차량 제작사인 프랑스 PSA그룹에 팔려고 협상 중이라고 보도했다. 양사가 합의할 경우 유럽을 중심으로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판도가 바뀔 것으로 보인다. GM은 앞서 2013년 12월에는 쉐보레 브랜드를 유럽에서 철수하기로 한 바 있다. 이로 인해 유럽에서 판매하는 쉐보레 차량 대부분을 생산했던 한국GM은 수출에 타격을 입었다.

 

 자동차 리서치 회사 켈리블루북의 애널리스트 레베카 린드랜드는 "오펠은 지난 16년간 돈을 잃어왔다. GM의 수익성을 높이려면 (GM 최고경영자) 메리 배라가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GM은 오펠 매각을 통해 유럽의 출혈을 막을 수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GM은 1999년 이후 오펠에서 200억 달러(약 23조원) 넘는 손실을 냈다. 엑산 BNP 파리바의 애널리스트 도미닉 오브리엥은 오펠 부활에 어려움을 겪은 GM이 시장 상황이 좋을 때 철수하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GM은 1929년 오펠을 인수했었다. 이번 협상이 성사되면 GM은 유럽에서 거의 90년 만에 철수하는 것이다. PSA로서는 오펠 인수로 유럽에서 2위 르노를 앞지를 수 있다. 유럽자동차제작사협회에 따르면 3위 업체인 PSA는 지난해 유럽 시장 점유율이 9.9%이며 6위 오펠은 6.7%다.

 

 오펠은 한때 폴크스바겐의 만만찮은 경쟁 상대였지만 1990년대부터 점유율을 잃어왔다. 폴크스바겐은 가솔린차보다 뛰어난 연비로 유럽에서 인기가 높은 디젤차를 일찍 출시했다. 폴크스바겐이 세계 최대의 자동차회사로 성장하는 사이 오펠은 유럽의 군소업체로 전락했다.

 

 GM과 PSA는 협상 중이라는 사실을 확인하면서도 합의가 이뤄질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GM은 2009년에 오펠을 캐나다 자동차 부품업체 마그나와 러시아 은행 스베르뱅크의 컨소시엄에 매각하려다 막판에 발을 뺐다.

 

 GM과 PSA의 협상은 해고 사태를 우려하는 노동조합의 반대에 부딪힐 수 있다. 강력한 오펠 노조는 이날 합병에 반대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 PSA가 오펠을 인수한다고 하더라도 비용절감이 큰 과제다. 두 회사 모두 판매 대수가 생산능력에 못 미치는데 이들 회사가 위치한 프랑스와 독일에서는 공장을 폐쇄하거나 노동자를 해고하기가 매우 어렵다.

 

 양사는 지난해 르노와 피아트 크라이슬러에 시장 점유율을 빼앗겼다. 게다가 럭셔리카 BMW와 메르세데스-벤츠는 중산층 소비자가 구매할 만한 모델을 늘려 이들 중가 브랜드를 압박하고 있다.

 이날 GM 주가는 4.8% 올랐다. PSA 주가도 4.3% 상승했다.

 

 

김윤구 기자 kimyg@yna.co.kr

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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