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EV 시장에 또 하나의 차종이 추가됐다. 하지만 이번에는 무게감이 남다르다. 이른바 주력 차종이 전기차로 변신했기 때문이다. 경쟁사들이 별도의 전기차, 또는 경소형차 EV에 치중했을 때 폭스바겐은 그야말로 핵심 차종인 골프에 전기 시스템을 탑재했다. 선호도가 가장 높은 차종에 전기 시스템을 갖춰 틈새를 노리기보다 점차 커져가는 전기차 시장 자체를 이끌겠다는 판단이 작용한 셈이다.

 

 

 최근 주목받는 전기차 대처 전략은 기업마다 천차만별이다. 닛산이나 BMW처럼 상품기획부터 설계, 생산, 판매 및 AS에 이르는 모든 시스템을 별도의 전기차에 맞추는가 하면 이미 상용화 된 하이브리드를 중심으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적극 내세우는 토요타도 있다. 이외 기아차와 쉐보레는 경소형 내연기관을 전기모터로 대체했다. 전기차 자체가 단거리 도심 내 이동수단임에 착안, ‘작은 차 고효율’에 초점을 맞췄다.

 

 이런 상황에서 폭스바겐은 주력 차종의 전기화를 선택했다. 인지도가 높은 차종에 전기 시스템을 넣어 초반부터 대량 판매에 나서겠다는 판단이다. 게다가 생산도 현재 골프 라인에서 함께 만들어 비용을 낮춘다는 심산이다. 이 경우 가격 장벽을 넘을 수 있고, 그래야 제조사와 소비자 모두 '윈-윈'이 된다는 점을 파고 들었다.

 

 ▲디자인

 

 얼핏 보아선 내연기관 자동차와 구분되지 않는다. 폭스바겐이 자랑하는 경량 플랫폼 MQB 기반이어서 큰 변화를 주기 어려웠을 것이다. MQB(Modular transverse matrix)는 폭스바겐의 ‘가로배치 전용 모듈’을 의미한다. 어떤 종류의 엔진이든 가로형 배치 설계라면 적용이 가능한 것으로, e골프도 전기모터 등이 MQB에 맞도록 개발됐다.

 

 하지만 소소한 차이는 분명 있다. 공기저항 감소를 위해 라디에이터 그릴은 폐쇄형으로 바꿔  공기가 차 내부와 직접 맞닿는 면적을 줄였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공기 저항을 적게 받기 때문이다. 또한 휠 형상 및 크기도 바꿨다. 마찬가지로 저항을 줄이기 위한 방안이다. 이처럼 외형에서 미세한 부분의 저항을 줄이기 위한 노력은 기본적으로 주행거리가 향상이 목표다. 전기차는 여전히 배터리 용량의 한계가 분명한 만큼 작은 것 하나라도 저항을 줄여야 조금이라도 사용의 불편함을 줄이는 방안이라는 얘기다. 이는 비단 e골프 뿐 아니라 전기차로 개발되는 대부분의 제품에서 나타나는 공통 현상이다. 이런 노력 덕분에 e골프는 공기저항계수(Cd)를 0.281로 동일 내연기관 차종과 비교해 10% 줄였다는 게 폭스바겐의 설명이다.

 

 

 배출가스가 없는 만큼 머플러가 사라진 점도 특징이다. 또한 친환경차임을 드러내기 위해 그릴에 파란색 라인을 넣어 산뜻함을 더했다. 또한 전력 사용을 줄이기 위해 LED 헤드램프가 적용됐으며, 마찰저항이 적은 저마찰 타이어도 기본이다.

 

 

 인테리어도 전반의 설계는 동일하다. 차이는 계기판이 전부다. 엔진회전계 대신 전력 사용과 회생에너지 저장을 보여주는 충전 표시계로 바뀌었을 뿐이다.

 

 ▲성능

 

 기본적으로 전기모터 최대 출력은 85㎾다. 마력으로 환산하면 115마력이며, 최대토크는 27.5㎏.m다. 최고 시속은 140㎞, 1회 충전 후 주행 가능한 거리는 최저 130㎞에서 최대 190㎞까지로 설명돼 있다. 운전자마다, 그리고 도로 상황에 따라 변화 폭이 비교적 큰 편이다. 배터리는 24.2㎾h 용량이며, 100㎞ 주행을 위해선 시간당 12.7㎾의 전력을 소모한다.

 

 참고로 전기차를 이해하려면 전기 에너지의 특성을 알면 도움이 된다. 전기차는 에너지 종류에서 내연기관차와 현격한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휘발유나 경유 등은 화학에너지로 분류되며, 이들이 엔진에서 열에너지, 그리고 크랭크축을 통해 운동에너지로 변환되는 과정을 거치는 반면 전기는 운동에너지로 직접 전환된다. 이 과정에서 전기 또한 열이 방출되는데, 내연기관보다 열에너지 손실이 적어 화학에너지의 대안으로 꼽히는 셈이다.

 

 

 시승은 시내 주행과 별도로 마련된 공간에서 이뤄졌다. 먼저 시내 주행에 나섰다. 전원을 넣으면 ‘READY’라는 녹색불이 표시돼 주행 준비를 마친다. 변속기를 'D'에 넣고 시내 도로에서 가다 서다를 반복했다. 가속페달을 급하게 밟으면 속도가 급격하게 오르지만 순간 전력 소모량도 많아진다. 그래서 일정 속도를 올려 놓고 페달에서 발을 떼면 전력소모 없는 탄력 주행으로 최대한 속도를 유지한다. 공기저항과 타이어 마찰저항을 줄였으니 탄력 구간도 늘어난다. 내연기관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연료차단 기능으로 여기면 된다. 실제 이 때 전력계를 보면 사용량은 ‘0’에 맞춰져 있다.

 

 변속레버를 'B'로 옮겼다. 동일한 운전을 할 때 확실한 차이점은 탄력으로 운행될 때 전력이 충전된다는 사실이다. 이런 차이는 몸으로도 확연히 느낄 수 있다. 내연기관차에서 마치 엔진 브레이크가 걸리듯 줄어드는 속도가 빠르기 때문이다. 대신 충전이 된다. 전력소모 없이 탄력 주행을 할 것이냐, 아니면 탄력 구간이 조금 줄어도 충전하며 갈 것인가는 순전히 운전자 선택의 몫이다. 교통 상황이 혼잡하지 않은 경우라면 'D' 모드가 유리하지만 정체가 된다면 'B' 모드가 나을 수 있다는 게 폭스바겐의 설명이다. 'D1' 및 D2' 모드는 'D'와 'B' 사이의 중간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시내 주행을 마치고 별도로 마련된 코스로 진입했다. 이곳에선 핸들링을 집중 경험했다. 급가속을 하기도 하고, 좌우로 급격한 흔들림도 일부러 만들었다. 그런데 1,500㎏이 넘는 중량이 좌우로 요동치려는 움직임은 서스펜션이 정확히 제어한다. 골프의 호평 대상 가운데 하나인 운동 성능은 결코 잃지 않은 셈이다. 고속에서 제동력도 확실해서 불안할 필요가 없다. 다만 1,510㎏의 중량이 전력 효율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하지만 폭스바겐은 걱정 없다고 말한다. 탄소섬유를 전혀 쓰지 않은 무게지만 성능을 조금 양보해 전력 사용을 억제했기 때문이다.

 

 ▲총평

 유럽에서 e골프 가격은 3만4,900유로(한화 약 5,110만원)다. 나라마다 다르겠지만 보조금이 없는 순수 가격이다. 물론 부담은 만만치 않다. 그래서 폭스바겐은 100㎞ 주행에 필요한 연료비(전기료)가 3.28유로(한화 4,750원)에 불과하다고 강조한다. 이 기준으로 서울-부산 400㎞를 계산하면 1만9,000원이다. 골프 2.0ℓ 디젤의 국내 고속도로 효율 기준의 비용과 비교할 때 절반에 불과한 수준이다. 유럽이 한국보다 디젤 연료 가격이 비싸니 차이는 더 벌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배터리 용량 한계에 따른 장거리 주행의 어려움은 약점이다. 그래서 폭스바겐은 연간 30일 렌터카를 무료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유럽 소비자들의 휴가 일수를 감안한 판단이다. 평소 전기차를 타고 다니되 장거리 이동이 필요하면 렌터카로 휘발유 또는 디젤차를 이용하라는 의미다.

 

 

 그렇게 본다면 이용에 어려움은 없어 보이기도 한다. 10.4초만에 시속 100㎞에 도달하는 가속도 역동성을 즐기는 이들에게는 부족하지 않다. 게다가 충전방식도 독일 내에선 표준화 된 방법이 적용됐다. 표준 충전 케이블을 이용하면 2.3㎾ 수준에서 최대 13시간 내에 교류 방식으로 충전되고, 3.6㎾ 전용 충전은 8시간이면 충분하다. 직류를 통한 충전은 40㎾에서 30분이면 80%까지 배터리를 채울 수 있다.
 
 변속모드에 'D'와 'B'가 있다면 주행모드로 '노멀, 에코, 에코플러스'가 마련돼 있다. 내연기관차에 적용된 것과 같은 기능이다. 에코를 선택하면 전기모터의 최대 출력이 70㎾로 줄어들고, 출발 토크도 제한된다. 가속페달의 응답성도 바뀐다. 에코플러스는 모터 출력이 55㎾까지 떨어진다. 최고 시속도 90㎞로 낮아진다. 대신 주행 가능 거리는 그만큼 늘어난다. 전력 효율이 가장 중요한 전기차지만 운전자의 선택 범위를 최대한 넓힌 셈이다. 제조사는 대량 생산으로 최대의 경제성을 확보하되 운행 패턴과 범위는 운전자가 직접 선택토록 한 것, 폭스바겐은 전기차에서도 결국 '선택폭 확대'라는 점을 노린 것 같다는 생각이다. 국내 판매는 내년 5월로 예정돼 있으며, 가격은 아직 미정이다.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출처-오토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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