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친환경을 이야기하는 시대다. 자동차 분야에 있어서는 특히 그렇다. 아주 작은 차부터 슈퍼카까지 친환경은 이미 흐름을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강박관념 지경까지 이르렀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소비자에게 친환경차는 '연료 효율이 좋은 차'로 인식되는 게 일반적이다. 친환경차가 실제 지구 환경에 기여하는 측면보다 주머니 사정에 영향을 미치는 유류비 절감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어서다. 그러나 친환경차의 절대조건은 바로 '탄소 배출량'이다. 그래서 최근 유럽 등지의 모터쇼 현장에선 효율보다 탄소 배출량에 집중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탄소 배출의 주범이 자동차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현재 친환경차의 대표 주자는 단연 하이브리드다. 엔진 배기량을 줄이는 대신 전기 모터를 결합해 부족한 동력을 보조하고, 작은 엔진으로 연료 소모와 탄소 배출을 줄인다. 근거리 저속 운행 시에는 전기 모터만으로 주행이 가능해 이른바 '제로 에미션'을 실현할 수 있다.

 

 

 혹자는 친환경의 대표로 전기차를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전기차는 아직 절대적인 숫자가 부족하다. 모든 사람이 아무 제약 없이 이용 가능한 것도 아니다. 전기차가 성장 중이지만 현실에서 하이브리드에 비견될만한 규모도 아니다. 충전 방식의 국제적인 규격이나 인프라 구축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산더미다. 

 

 토요타 프리우스는 친환경 대표인 하이브리드 중에서도 대표 격이다. 상징성 또한 대단하다. 시작은 할리우드 스타들의 친환경 동참에서 비롯됐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카메론 디아즈, 엠마 왓슨, 제시카 알바 등 이름만 들어도 황홀한 스타들이 모두 프리우스를 운행한다.

 

 

 프리우스는 세계 최초 양산 하이브리드 제품으로 지난 1997년 첫 선을 보였다. '앞서 가는' 뜻의 라틴어에서 따온 이름만으로도 하이브리드에 있어 가장 최전방에 섰다는 자신감이 서려있다. 토요타는 프리우스를 개발하면서 세계적으로 1,000건 이상의 특허를 출원했으며, 미국에서만 292건의 특허를 확보했다.  


 2004년 출시된 2세대 프리우스는 새로운 하이브리드 시너지 드라이브 시스템이 탑재됐다. 하이브리드 시너지 드라이브는 주행 감각과 연료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인 시스템으로, 이를 통해 토요타는 미국에서만 프리우스를 67만대 이상 판매했다. 

 


 한국에는 지난 2012년 3세대 제품이 처음 소개됐다. 고효율, 실용적인 공간, 자동 주차 보조 시스템(IPA), 스티어링 휠 터치 컨트롤 등 첨단 기능도 마련됐다. 국내 표시 효율은 복합 기준으로 ℓ당 21㎞다. 친환경 차의 척도인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당 77g이다. 국산 1.6ℓ 가솔린 엔진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당 130g에 육박하니 프리우스가 얼마나 친환경인지 새삼 알게 된다. 

 

 이런 프리우스를 일본 오키나와에서 시승했다. 이미 한국에서도 숱하게 경험해 본 프리우스였지만 현지에서 만남은 더 특별했다. 오키나와는 일본에서도 대표 친환경 지역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친환경 대표인 프리우스와 오키나와의 만남인 셈이다.

 


 

 오키나와는 일본 최남단에 있는 섬으로, 19세기 중반까지 '류큐'라는 단일 정부로 존재하던 곳이다. 한국과 중국, 일본을 오가며 중개무역을 하던 류큐는 일본 막부 시대에 사쓰마번의 침공으로 일본 속령으로 편입된다. 이후 일본은 1872년 대내외에 류큐가 자신들의 속령임을 전파하고, 1879년 류큐 정부를 해산시키고, 그때부터 오키나와 현의 역사가 시작됐다. 지리적인 이유 때문에 2차 세계 대전 때는 전쟁의 포화 한 가운데 위치했으며, 그만큼 한도 많이 맺혀 있는 곳이다. 전쟁 이후에는 아시아 최대의 미군 주둔지라는 지위(?)를 얻기도 했다.  

 


 

 오키나와의 중심지로 여겨지는 나하 시는 국제공항이 위치해 외지인이 가장 많이 모이는 도시다. 특히 국제거리 번화가가 유명하다. 때문에 교통 체증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인데, 길도 좁아 매우 복잡한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하지만 이런 번잡할 지역일수록 프리우스의 장점은 오른다. 저속 구간에서 모터 단독으로 주행하는 빈도가 높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도심 정체 구간에선 기름을 전혀 쓰지 않는다. 당연히 이산화탄소도 나오지 않는다. 이를 위해선 배터리 충전이 필수인데, 평소 엔진이 가동될 때 충전되거나 주행 중 제동력에 의해 채워진다.

 


 

 도심을 빠져나오면 우리나라 제주도의 느낌이 물씬하다. 그 때마다 엔진과 모터를 번갈아 사용하며, 템포를 조절한다. 첨단 전자 장비를 연상케 하는 변속 레버나 계단 형으로 이뤄진 전자식 계기판들은 또 다른 눈요기다. 

 

 오키나와 고속도로는 딱 하나다. '오키나와 자동차 전용도로'라는 이름이 붙어있다. 오키나와 본섬의 중심지와 북부를 이으며, 총 길이는 60㎞에 조금 못 미친다. 전 구간의 통행료는 900엔, 우리나라 돈으로 약 9,000원 수준이다. 오키나와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 중 하나인 '츄라우미 수족관'에 가려면 나하 시에서 해당 도로를 이용하는 것이 가장 빠르고 쉽다.

 


 

 하이브리드가 가진 속설 중 하나는 언덕길을 오르는 게 힘들다거나 고속 주행이 힘들다는 점이다. 그러나 프리우스는 '파워 모드'를 채택, 단점을 상쇄했다. 일반 내연기관차의 주행 모드인 '스포츠'를 연상시킨다. 파워 모드를 발동하면 엔진은 늘 가동되는 상태가 된다. 1.8ℓ 가솔린 엔진은 최고 89마력을 내는데, 여기에 모터의 힘이 더해져 시스템 총 출력은 99마력에 이른다. 고속 주행에 아무런 무리가 없다.

 


 물론 일반 주행 모드에서도 힘은 전혀 부족하지 않다. 아주 편안한 주행이 이어진다. 오키나와 자동차 전용도로 제한 속도는 시속 80㎞, 우리나라 도심 고속도로와 다르지 않다. 평소 과격한 운행을 하는 운전자가 아니라면 성능에 큰 불만이 생기지 않는다.

 


 

 오키나와는 산길도 꽤 많다. 오르고 내리는 일과 구불구불한 길이 많다. 그럼에도 요리조리 잘 움직인다. 때문에 운전이 꽤 즐겁다. 시승차는 의식하지 않고 운전했는 데도 최고 ℓ당 28㎞에 이르는 효율을 냈다.

 


 

 실용성도 우수하다. 작은 차지만 적재공간이 꽤 넓다. 항공기 수하물 제한을 간신히 만족하는 트렁크를 실었는데, 공간이 남는다. 심지어는 옆으로 펼 수 있을 정도다. 국내에서 프리우스가 사커맘에게 인기 높은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프리우스를 궁극의 친환경차로 여기는 사람은 거의 없다. ℓ당 100㎞의 효율도 없고, 배출가스가 전혀 없는 전기차도 아니어서다. 그러나 프리우스가 모든 사람에게 '친환경'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었던 이유는 특유의 '친밀감'이다. '하이브리드'라는 용어를 몰라도 '고효율', 그리고 '운전이 쉬운 차'로 다가섰기 때문이다. 덕분에 한국에서도 프리우스 인기는 상당하다. 절대적인 판매량은 국산 하이브리드에 뒤지지만 하이브리드를 상징하는 제품으로는 손색이 없다.

 


 국내 판매 가격은 트림에 따라 3,130만~4,120만원이다. 하지만 가격 이상의 혜택이 많다. 대표적인 것이 하이브리드 세제 지원(최대 140만원)이다. 또 구입 이후에는 환경개선금 영구 면제, 수도권 공영주차장 요금 최대 50% 할인, 지하철 환승주차장 이용 시 주차비 최대 80% 감면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박진우 기자 kuhiro@autotimes.co.kr
출처-오토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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