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 내 충돌시험장. 시속 64km 속도로 달려오던 7세대 쏘나타(LF)가 '쾅~' 하는 소리를 내며 운전석 좌측면 일부(차량 전면부 25%)가 구조물에 충돌했다. 앞부분은 형상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찌그러졌으나 에어백 4개가 작동한 실내 운전석은 전혀 손상이 없었다.

 

 현대차는 이날 LF쏘나타를 실험 모델로 내세워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의 '스몰오버랩' 충돌 테스트를 재현했다. 2014년형 쏘나타가 미국 시판에 나섰을 때 IIHS의 실험 결과를 가정한 것. 이전 YF쏘나타에서 'Acceptable(적합)'을 받았던 충돌 안전성이 'Good(안전)' 등급으로 향상됐다.

 

 현장에 있던 기술연구소 관계자는 "운전석 무릎에어백, 사이드 커튼에어백 등 에어백이 4개가 터진 상태"라며 "지금과 같은 충돌 사고에선 운전자가 안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완성차 업체가 언론을 대상으로 신차 충돌 장면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차가 신형 제네시스 때도 보여주지 않았던 충돌 테스트를 이례적으로 공개한 이유는 동급 최고의 안전성을 확보했다는 자신감 때문.

 

 이날 현대차는 초고장력 강판 비율을 늘리고 핫 스템핑 공법(고강도 접착) 등을 통한 차체 강성을 강화했다는 대목을 강조했다. 경쟁 차종으로 지목한 폭스바겐 파사트도 안전 등급을 받지 못한 스몰오버랩 실험 결과에서 LF쏘나타가 더 앞섰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현대차 관계자는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캠리 등 일본차를 경쟁상대로 신차 개발에 나섰지만, 최근엔 BMW, 아우디, 폭스바겐 등 독일차를 겨냥해서 차를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LF쏘나타의 개발 철학으로 '기본기 혁신'을 내세웠다. 잘 달리고 잘 돌고 잘 멈추는 자동차의 기본에 충실한 차를 만들겠다는 것. 박정길 현대차 설계담당 부사장은 "신형 쏘나타는 자동차 본질에 해당하는 '기본기에 혁신'을 더했다"고 소개했다. 황정렬 상무도 "신차 개발 단계부터 안전성과 주행 성능, 디자인 향상에 주력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흐름인 차체 경량화엔 실패했다. 신차의 공차 중량은 1460kg로 YF쏘나타(1415kg)보다 더 무거워졌다. 초고장력 강판 비율(51%)을 2배 이상 늘린 탓. 이와 관련, 황 상무는 "미국 IIHS의 충돌 테스트에 대응한 데다 연비 향상 장비를 넣다보면 중량이 올라갈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무게는 늘었어도 변속기 등 파워트레인 교체와 공기역학 설계를 통해 2.0 모델 기준 표시연비(12.6㎞/ℓ)는 일부 개선했다.


 LF쏘나타는 2.0 및 2.4 두 종류의 엔진이 나온다. YF쏘나타를 출시한 후 없앴던 2.4 엔진이 다시 부활했다. 해외 시장에서 동급 차종으로 분류되는 도요타 캠리와 폭스바겐 파사트가 한국에서 2.5 모델을 주력으로 내세운 것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현대차는 밝혔다. 최근 디젤 세단의 수요가 많아 가솔린 출시 이후 디젤 모델도 내놓을 예정이다.

 

 현대차는 이달 말로 예정된 신차 발표회 때 판매 가격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김상대 국내마케팅실장(이사)은 "고객들의 요구사항을 반영해 가격 인상은 최소화할 것"이라며 "좋은 장치 추가, 연비 개선 등을 감안하면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김정훈 기자 lennon@hankyung.com

출처-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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