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자는 목표를 세우고, 리더는 비전을 제시한다." 미국의 시인이자 역사가인 칼 샌드버그의 명언이다. 사람들 사이에서 흔하게 회자되는 리더의 조건이다. 반대로 얘기하면 목표 달성이라는 조직의 당면 과제가 꼭 비전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지난해 수입차 시장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23개 브랜드가 총 15만6,497대를 판매, 전년대비 19.6%의 고공성장을 이뤄냈다. 이에 힘입어 내수 승용 점유율은 12%를 돌파했다. 역시 사상 최고 기록이다. 실제 각사 플래그십 판매량은 이미 세계 상위권 수준이다. 인구 5,000만명에 비춰 대단한 성장이라고 여기는 이도 있다.

 

 그렇다면 수입차 회사에서 일하는 직원들도 본인의 앞날이 밝다고 여길까. 안타깝지만 반대다. 비전이 없다고 판단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기업이 성장하는데 보수가 적어 나오는 말이 아니다. 더 이상 바라보고 올라갈 곳이 없어서다.

 흔히 '월급쟁이의 꽃은 임원'이라고 한다. 오랜 시간 묵묵히 회사 임무에 열중하다보면 언젠가 임원직으로 보상받을 수 있다는 뜻에서 생겨난 말이다. 물론 임원에 오르면 일반직에 있을 때보다 더 많은 책임이 요구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원이 가진 매력은 적지 않다는 게 일반적인 생각이다.

 

 그런데 최근 수입차 업계에 외국인 임원 바람이 불고 있다. 수입차 시장이 성장기에서 성숙기로 접어들며 나타나는 현상이다. 한국 시장 분석이 끝났다고 판단한 본사가 수익 관리를 위해 직접 임원을 파견한다. 효율적인 회사 운영이나 합리적인 의사 결정, 지속적인 성장 등을 도모하기에 효과적이라는 이유에서다. 때문에 한국인 직원의 임원 승진 가능성은 점차 좁아지는 중이다. 

 

 물론 국제적 능력과 감각을 겸비한 외국인 상사의 존재가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브랜드에 대한 이해나 시각은 다양한 경험을 체득한 외국인이 나을 수 있어서다. 하지만 문제는 한번 외국인이 채운 임원 자리가 좀처럼 한국인에게 열리지 않는 데 있다. 일종의 기회 자체가 박탈되는 셈이다.

 

 그렇다고 본사에서 한국 인재에게 다양한 해외 경험을 보장하지도 않는다. 한국에서 능력을 인정받은 직원이 해외 지사나 본사에서 활약한다는 이야기가 드문 배경이다. 이런 이유로 한국인 직원은 격무에 시달리다 때가 되면 직장을 옮기는 게 다반사다. 옮길 자리가 있으면 '대박'이라는 씁쓸한 우스갯소리도 있다.

 

 사실 수입차 규모가 커져도 고용은 크게 늘어나지 않는다. 한국 내 고용 창출을 사회 기여로 여기는 기업의 경우 신입 사원을 거의 뽑지 않는다. 신입보다 경력직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력직도 업계에서 돌고 돌 뿐, 고용 총량이 늘진 않았다.

 

 이런 비판에 대해 수입차 회사들은 "규모가 작아서"라는 변명을 늘어 놓는다. 그러나 수입차 시장 상위 회사들의 매출 규모는 국내 중견 기업을 상회한다. 고용 여력 부족이 핑계로 들리는 대목이다.

 

 물론 '평생 고용'은 무너진 지 오래다. 한 기업을 오래 다니는 일이 명예로운 시대도 지났다. 이해에 따라 이직을 거듭하는 '메뚜기족'은 현상을 넘어 일반화됐다. 하지만 여전히 회사의 일을 가족의 일처럼 여기며 일하는 직원이 적지 않다. 그런데 그들이 올라설 자리는 자꾸 사라진다. 성과와 효율을 위해 개인의 희생을 강요받는 격이다.

 


 조직 구성원의 비전은 곧 조직의 비전이다. 목표를 향해 앞만 보고 달려가는 경주마보다 조금 더뎌도 함께 성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런데 현재 우리 수입차 시장을 돌아보면 꼭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시장의 발전과 성숙을 위해 반문하지 않을 수 없는 사안이다. 

 

 

박진우 기자 kuhiro@autotimes.co.kr
출처-오토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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