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6년 르노-닛산의 카를로스 곤 회장이 미래 전기차에 승부를 걸겠다고 했을 때 사람들은 반신반의했다. 충전 인프라도 별로 없는 상황에서 전기차를 하겠다니 그럴 만도 했다. 하지만 7년이 흐른 지금, 전기차를 하지 않는 자동차회사가 없다. 비싼 비용을 낮추는 게 관건일 뿐 거의 대부분의 완성차회사가 전기차 개발을 완료했다. 그리고 판매도 적극적이다.

 

 그 중에서도 한발 앞선 곳은 역시 닛산이다. 판매를 목적으로 전기차를 양산했고, 실제 판매도 가장 먼저였다. 그리고 2009년 미국 타임(Time)은 '최고 발명품 베스트 50'에 리프를 포함시켰다. 이외 2011년 유럽 올해의 차, 올해의 세계적인 차, 일본 올해의 차를 석권했다. 남들보다 한발 앞선 닛산의 선택에 박수를 보낸 결과였다.

 

 하지만 닛산은 한국 땅에 리프를 들이지 않았다. 르노삼성의 SM3 Z.E.가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무르익지 않은 시장의 한계 탓도 컸다. 그런데 최근 BMW가 i3의 한국 도입에 본격 착수했고, 제주도를 비롯한 자치단체와 한국 정부의 보조금 지급이 시작되자 서서히 한국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리프 전기차 한 대를 제주도에 시범 배치해 운행에 들어갔다. 아직은 전시용에 가깝지만 조만간 본격 투입이 결정될 리프를 제주도에서 타봤다.

 

 ▲디자인

 


 무엇보다 전기차는 근거리 도심용이다. 그래서 실용성이 우선이라는 점이 디자인에 적극 반영됐다. 일체형 범퍼와 돌출된 헤드램프는 닛산 고유의 디자인 흐름이지만 뒷모습은 해치백의 형태를 강조했다. 좌우 아래 길게 형성된 리어램프는 첨단 이미지를 드높이는 요소가 아닐 수 없다.

 

 

 

 인상적인 부분은 역시 인테리어다. 계기반은 2단으로 구성돼 상단은 속도계로 활용되고, 스티어링 휠 너머는 배터리 전력 잔량과 각종 주행정보를 표시하는 정보창으로 구성된다. 스티어링 휠에는 오디오 볼륨 조절 스위치 등의 기능 버튼이 포함돼 있으며, 센터페시어는 하이그로시 블랙 패널이 고급스러움을 자아낸다.

 

 

 동력이 전기일 뿐 대부분의 기능은 동일한데, 그 중에서도 변속레버가 독특하다. 원형의 레버 상단에는 '주차(P)' 버튼이 있고, 중립 상태에서 운전석 쪽으로 당겨 위로 올리면 후진(R), 아래로 당기면 전진(D)이다.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는 변속레버 아래에 위치해 있다.
 
 ▲성능&승차감

 


 많은 사람들이 전기차에 대해 궁금해 하는 것은 가속성능과 효율이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시내도로를 주행하며 가속페달을 깊게 밟았다. 28.5㎏.m에 달하는 전기모터의 최대토크가 가속페달을 조금 깊게 밟는 순간 여과 없이 발휘된다. 시속 30㎞로 주행하다 페달을 깊게 밟으면 순식간에 속도가 80㎞에 이르고, 시속 100㎞를 쉽게 넘긴다. 전기차의 가속력에 별 다른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배경이기도 하다. 내연기관의 경우 최대토크가 발휘되는 엔진 회전 구간이 있지만 전기차는 그렇지 않다. 전력이 공급되는 순간부터 최대 토크가 전달되기 때문이다. 경형 전기차가 고성능 스포츠카와 단거리 경주를 벌일 때 짧은 구간이라면 앞설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많은 사람들이 전기차의 동력성능을 언급할 때 배터리 용량을 표시한다. 하지만 내연기관에 비유하면 배터리는 연료탱크에 해당된다. 연료탱크의 용량을 키우면 연료는 많이 담을 수 있지만 중량부담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래서 배터리도 무작정 용량을 키우지 않는다. 그리고 전기모터는 엔진에 해당한다. 전기모터의 힘과 전력효율이 곧 엔진의 성능과 연료효율인 셈이다.

 

 리프의 배터리 용량으로 언급되는 '24㎾h'의 리튬 전지는 90㎾ 이상의 출력을 가진다. 이 말을 쉽게 설명하면 리튬과 이온 소재를 활용해 배터리를 만들었고, 해당 리튬-이온 배터리는  시간당 24㎾의 전력을 저장하거나 내보낼 수 있으며, 이 때 최대 90㎾ 이상의 힘으로 전기에너지를 전기모터로 보낼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이렇게 전기모터로 보내진 전기에너지는 최대 회전력이 28.5㎏.m에 달하는 모터를 돌려 바퀴를 구동하게 된다. 따라서 전기차도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내연 기관의 연료 분사량이 증가해 효율이 떨어지는 것처럼 전력소모가 많아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전기차의 연료탱크인 배터리는 어떻게 채울까. 전기에너지로 충전하면 된다. 리프도 앞 범퍼 중앙에 380V 이상의 고압과 220V 가정용 전력을 충전할 수 있는 곳이 만들어져 있다. 220V 가정용으로는 7시간 정도 꽂아 놓았을 때 배터리가 모두 채워지며, 급속을 이용하면 30분에 배터리의 80%까지 채울 수 있다. 동일 차종이라도 운전자마다 주행 중 연료효율이 제각각인 것처럼 리프도 경제 운전을 하면 최장 160㎞ 이상을 달릴 수 있다. 물론 그 이상이 될 수도, 이하가 될 수도 있다. 내연기관 자동차도 사람마다 다르듯 말이다.

 

 승차감은 부드럽다. 리프 자체가 역동성이 강조된 제품이 아닌 만큼 편안함이 우선이다. 직물 시트는 질감이 좋은 편이고, 브레이크 페달에 반응하는 속도 또한 준수한 편이다. 특정 항목이 뛰어나기보다 에너지만 전력일 뿐 승차감이나 기타 조작 방식은 전혀 어색함이 없다. 모터 회전 소음이 크지 않아 주행 중 타이어와 노면이 마찰하면서 나오는 주행소음(road noise)과 공기저항에 따른 풍절음(wind noise)이 느껴지지만 조용한 것은 사실이다. 외부 소음을 상쇄할 만한 엔진소리가 없어 나타나는 상대적 현상이기 때문이다.

 

 ▲총평

 최초의 양산 전기차답게 리프는 실용성이 매우 강조된 차다. 곳곳에 마련된 수납공간은 도심용 쇼핑에 적합토록 고안됐고, 작은 시프트레버는 앙증맞다. 남성과 여성 등 소비의 주 타깃을 구분하지 않았지만 순수 전기차는 아직까지 도심에 적합하다는 점에서 여성 소비자 취향에 가깝도록 배려한 점은 시승 내내 느낀 대목이다. 가볍게 좌우로 돌려지는 스티어링 휠, 큰 힘을 주지 않아도 반응하는 각종 페달 등 감성이 그렇다는 얘기다.

 

 리프의 한국 판매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그러나 판매 여부는 '확정' 쪽으로 기울고 있다. 전기차로는 국내에서 가장 앞선 제주도에 시범 배치한 것도 판매를 염두에 두고 있어서다. 현재 5,000만원 조금 넘는 해외 시장 판매 가격도 경쟁력 있다. 국내에서 공급되는 경형 전기차도 5,000만원에 육박해서다. 리프의 공간 활용성과 성능 등을 감안하면 말이다.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출처-오토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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