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중국 촉나라 제갈량이 군령의 엄격함을 보여주기 위해 명령을 어긴 부하 장수 마속(馬謖)의 목을 벨 때 눈물을 흘렸다. 그만큼 마속을 아꼈지만 군령의 엄중함을 보여주기 위한 지도자의 냉정한 판단이었다. 훗날 사람들은 제갈량의 행동을 본받기 위해 '읍참마속(泣斬馬謖)'이라는 고사성어를 만들어냈다.

 

 #2. 또 다른 이야기는 조선 시대로 거슬러 오른다. 유교가 숭상되고, 불교가 억제되던 때에 승려는 천민 계급으로 전락했다. 승려는 사찰을 유지하기 위해 종이를 만들었고, 제반 잡역을 도맡았다. 이들을 '사판승(事判僧)'으로 불렀다. 반면 산속에 은둔하며 참선으로 불교를 잇는 승려는 '이판승(理判僧)'이라고 했다. 고려 시대 백성들의 추앙을 받던 승려들이 하루 아침에 최하 계급으로 밀려난 것을 비유해 '끝장'을 의미하는 '이판사판(理判事判)'이 생겨났다.

 

 #3. 세번째는 '갈택이어(竭澤而漁)다. 춘추시대 진나라 문공이 초나라와 접전을 벌이며 불리하게 되자 속임수를 떠올렸다. 그러자 부하 중 한 명인 호언이 문공의 작전에 반대를 하게 된다. 그는 "연못의 물을 모두 퍼내면 물고기를 잡을 수 있지만 물이 없어 훗날 더 이상 잡을 물고기가 없어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무성한 나무를 모두 태워 산짐승을 잡으면 뒷날 잡을 짐승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눈앞의 이익만을 위하면 훗날 큰 화를 초래한다는 의미다.

 

 
 이달 초 LPG 가격이 가파르게 올랐다. 그런데 인상된 현실을 바라보는 시각이 입장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그 중에서도 공급 당사자인 LPG 업계는 '읍참마속'이란 표현을 썼다. 지난 6개월 동안 LPG 가격 인상 요인이 있었음에도 정부의 인상 억제와 경유 택시 도입을 염두에 두고 동결해 왔지만 더 이상 견디기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올리지 않고는 기업이 위기에 처할 상황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그러면서 경유 택시 도입과는 관계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저 읍참마속이라고...

 

 그런데 LPG 가격 인상을 바라보는 택시 업계는 이판사판이다. LPG 공급가격이 ㎏당 99원씩 인상됐고, 덕분에 자동차용 부탄 가격이 ℓ당 1,085원에 도달했다. 충전소 마진을 고려하면 1,100원에 육박한다(오피넷 기준). 정부가 2015년부터 경유 택시에 연료 보조금을 준다고 했으니 경유 택시로 갈아탈 기세가 등등하다. 어차피 경유 택시 도입이 기정 사실이 된 마당에 연료 다변화에 따른 LPG와 경유의 완전 경쟁 체제가 될 때까지 LPG 공급사들이 최대 이익을 낼 것으로 우려한다. 과거 현대차가 기아차를 인수한 뒤 독점적 지배 사업자로 우뚝 서자 수입차가 시장을 잠식하기까지 가파르게 이익을 추구했던 것과 같다.

 

 하지만 LPG 소비자들은 '갈택이어(竭澤而漁)'를 떠올린다. 공급사들이 가격을 올리면 기존에 타던 LPG차마저 버려야 될 판이기 때문이다. 장애인들의 재산 가치 보전을 위해 5년 넘은 LPG차는 누구나 살 수 있지만 지금처럼 LPG 가격이 오른다면 구매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는 곧 LPG 사용량 감소를 의미하고, LPG 업계로선 잡을 소비자가 점차 사라지는 격이다. 나아가 택시 사업자가 공급사 만큼 요금을 올리면 승객도 감소한다. 

 

 이처럼 LPG 가격 인상 해석은 제각각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어디까지나 소비자 입장이다. 소비자 시각에서 보자면 수송용 LPG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택시 사업자와 몸이 불편한 이들에게 가격 인상은 LPG 업계의 공격적 전략이 아닐 수 없다. 경유 택시 시장의 빗장 풀기가 시작된 만큼 최대 이익을 향한 노젓기가 시작된 것이나 다름이 없어서다. LPG 공급사들은 '읍참마속'이라지만 소비자는 '이판사판'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읍참마속의 기업은 이익이라도 남는다지만 이판사판의 소비자는 비용만 증가한다. 읍참마속의 심정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왜 하필 1월이었을까, 그것도 1일에 말이다.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출처-오토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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