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이 저물고 있다. 결과로 보면 한국차는 국내외 누적 생산 1억대, 수출 금액 746억 달러로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전기차 시장이 본격 열렸고, 수입차는 15만 시대를 맞았다. 마치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처럼 달렸다. 

 


 아쉬운 점도 물론 있다. 관심을 모았던 국토부 급발진 원인 규명은 끝내 이뤄지지 못했고, 표시 효율을 놓고 산업부과 국토부의 갈등도 불거졌다. 정부가 외친 튜닝 산업 활성화는 실질적인 제도 마련보다 관계 부처의 '아전인수(我田引水)'를 목격해야 했다. 연말에는 한국지엠이 또 다시 철수설에 시달려야 했다.

 

 그 중에서도 개인적으로 가장 아쉬웠던 일은 현대기아차에 대한 소비자 불신이 대단히 높았다는 점이다. 현대기아차에 대한 반응은 건전한 비판을 넘어 맹목적 비난으로 변질됐다. '모든 욕은 현대기아차로 통한다'는 말이 생겨났을 정도다. 전혀 상관없는 일에도 현대기아차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찾는 일이 어렵지 않았다.

 

 올해 현대기아차의 내수 승용 점유율은 70% 아래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수입차 점유율은 현대기아차가 내준 만큼 올랐다. 현대기아차의 근간이 내수 시장이라면 안방을 내준 것이나 마찬가지다. 비판과 실적의 연관성을 산술적으로 분석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반(反) 현대기아 정서는 분명 존재하는 것 같다. 

 


 그래서 현대차도 내수 소비자 마음을 얻기 위해 여러 노력을 펼치는 중이다. 서비스 정책을 강화하고, 신차 가격 인상을 억제했다. 소비자 요구에 맞춘 다양한 차종과 패키지도 개발했다. 사회공헌 활동도 활발했으며, 신규 고용 역시 늦추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신뢰회복은 더뎠다. 오히려 진정성을 바라는 목소리만 높아졌다. 해외에서 펼치는 '80개월 무이자 할부', '고급차를 사면 소형차는 공짜', '10년 무상 보증' 등의 문구가 비교 심리를 자극했기 때문이다. 

 

 품질 문제도 마찬가지다. 하부 방청만 해도 내수와 수출의 동일 적용이 비교적 최근이다. 이전까지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해왔다. SUV 싼타페 누수는 소비자 불신이 잘 드러난 사례다. 소비자 리콜 요구가 무리인 것은 알지만 현대차 사과 또한 매끄럽지 못했다. 아반떼 엔진룸에 물이 유입된 일도 마찬가지다. 그러는 사이 미국 내에선 효율 과장으로 4,200억원의 보상금이 준비됐다.

 

 현대기아차가 보유한 '규모의 경제'는 거대한 생태계로 발전했다. 그러나 제 아무리 견고한 생태계라도 어느 한 분야가 교란되면 혼란이 찾아오기 마련이다. 그래서 쏟아지는 비판의 근원적 이유를 찾아 나서기도 했다. 70%에 가까운 독점적 점유율이 시기와 질투의 원인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지나친 해외 점유율 확대 정책이 내수 발목을 잡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해외의 새로운 어장을 개척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내에서 잡은 고기 또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최근 현대기아차가 내부적으로 많은 고민을 하는 중이다. 그 중심에는 국내 소비자 불만 해소가 들어 있다. 단순히 달래는 차원이 아니라 근본적인 이유를 찾아 고쳐나가는 방식이다. 그리고 과정에서 핵심가치로 삼은 건 '진정성'이다. '진실(眞實)'하고 참된 '성질(性質)'을 추구하면 바라지 않아도 사랑받는 기업으로 우뚝 설 수 있다. 이런 진정성이 쌓이다보면 차츰 맹목적 비난도 사라지기 마련이다. 그리고 남아 있는 건전한 비판은 성장의 촉진제로 활용할 수 있다. 이게 바로 비판의 선순환이 아닐까 한다. 그리고 2013년은 악순환의 마지막 고리였기를 바랄 뿐이다.

 

 

박진우 기자 kuhiro@autotimes.co.kr
출처-오토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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