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수입차 시장의 주력은 유럽이다. 유럽 브랜드의 수입차 시장 점유율은 78%를 넘어섰다. 특히 BMW, 메르세데스-벤츠, 폭스바겐, 아우디, 포르쉐 등 독일 브랜드는 전체의 68%에 이른다. 전통적으로 수입차가 우위를 점하는 고급 세단, 최근 각광받는 고효율 디젤 등이 이들의 무기다.

 

 
 때문에 지난해와 올해 많은 경쟁사가 독일차의 철옹성을 깨기 위한 '킬러 상품'을 앞다퉈 출시했다. 하지만 반응은 냉담했다. '대세론'에 따라 내놓은 차종이라도 점유율 확대는 쉽지 않았다. 해마다 20% 가깝게 성장 중인 시장이지만 개별 브랜드의 명암은 엇갈렸던 셈이다.

 

 그래서 등장한 전략이 틈새 차종이다. 디젤 중형 세단, 디젤 SUV 등 산업수요가 큰 시장보다 규모는 작아도 선점 효과가 뛰어난 특화된 제품이 주목받는다. 대표적으로 푸조·시트로엥(PSA)의 경우 중형 디젤은 독일차에 밀렸지만 푸조 208과 시트로엥 DS3는 출시 이후 꾸준한 판매를 이어가는 중이다. 고효율은 물론 과감한 디자인과 색상을 선택하는 데 부담이 없다는 점도 호재로 작용했다.


 포드의 베스트셀링카는 대형 가솔린 SUV 익스플로러다. 고효율·다운사이징이 대세라지만 익스플로러는 2.0ℓ보다 3.5ℓ가 판매를 주도하고 있다. 디젤 열풍과 다운사이징으로 대변되는 최근 추세와는 반대지만 승차감과 정숙성, 고출력이 주는 여유로움을 원하는 소비층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얘기다. 익스플로러는 이들의 입맛을 적극 공략했다.


 토요타가 2011년 출시한 가솔린 미니밴 시에나는 아웃도어 열풍과 비즈니스 밴 수요와 맞물려 시장에 안착하는 데 성공했다. 후발주자인 혼다 오딧세이는 경쟁차 수요를 잠식하기보다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방향으로 시장에 진입했다.


 자동차 시장에서 수입차가 가져오는 순기능 중 하나가 시장 생태계의 다양화다. 개성 있는 차들은 소비자 만족도를 높이고 성장을 이끄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한 해 수십 종의 신차가 쏟아지는 현실에서 인기 차종을 뒤쫓는 제품은 그만큼 생명력이 짧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제 아무리 독일차의 아성이 높아도 세상에 영원한 강자는 없는 법이다. 또 유행은 돌고 돌기 마련이다. 비록 지금은 틈새를 노리지만 '용의 꼬리'보다 '뱀의 머리'가 많아질수록 도로 위 풍경은 달라질 수 있다. 지금 잘 나가는 브랜드를 쫓기보다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게 오히려 나을 수 있다. 이들의 성장에는 남의 시선보다 자신의 만족감에 민감한 소비자 선택이 밑거름이 된다. 과시성 강한 사치재와 자신을 드러내는 수단 사이에서 줄타기 중인 수입차 지위가 발전적 방향으로 나가기 위해선 틈새 차종이 많아져야 한다.

 

 

안효문 기자 yomun@autotimes.co.kr
출처-오토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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