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타임즈가 올해로 창립 10주년을 맞았다. 지난 2003년 국내 최초의 자동차전문 뉴스 사이트로 태어난 오토타임즈는 짧은 기간에 최고의 자동차전문 뉴스매체로 자리잡으며 업계 및 소비자와 호흡했다. 창간 10주년을 기념해 '10년'이란 주제로 자동차 업계의 목소리를 들었다. 첫 번째로 연세대학교 기계공학부 전광민 교수(전 한국자동차공학회장)의 칼럼을 게재한다<편집자>


 한국의 자동차산업은 지난 10년간 눈부신 발전을 했다. 그 사이 현대기아자동차의 누적생산은 3,000만대에서 8,000만대로 5,000만대가 늘었다. 이 같은 급성장에는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와 더불어 자동차산업에 종사하는 다양한 국민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뒷받침됐다. 물론 세계시장이 한국차에 유리하게 전개된 면도 있었다.
 
 하지만 과거보다 중요한 건 앞으로의 10년이다. 지금까지 변화해 온 과정과 현재만으로 대강의 미래전망은 할 수 있지만 필자가 예언자가 아니어서 정확히 점칠 수는 없다. 게다가 미래 모습에는 여러 변수가 존재한다. 하지만 이 글은 낙관적인 관점에서 미래를 전망하고자 한다. 한국 자동차산업이 10년 후에 더 성장하고 번성하기 위해 어떤 준비가 필요한 지에 초점을 맞춰 의견을 제시한다.

 


 세계 인구증가와 중국, 인도 등 후발국 경제활동 활성화로 미래 자동차시장은 꾸준히 성장할 전망이다. 10년 후 글로벌 자동차 시장은 연간 1억대를 훌쩍 넘을 것이다. 지금과 같은 한국 자동차산업의 성장세가 계속된다면 현대기아차만도 1,000만대 이상을 생산할 것이고, 한국지엠, 르노삼성, 쌍용자동차까지 합치면 1,300만 대를 상회할 것이다. 부품업체도 이에 비례해 성장이 예상된다.

 

 독일의 폭스바겐이 수년 안에 1,000만대 생산을 돌파할 계획이고, 이미 일본의 토요타, 미국 GM이 1,000만대 정도의 생산능력이 있으니 돌발변수가 없다면 10년 후에는 현대기아차가 이들 회사를 뒤쫓아 생산면에서 세계 4위에 오를 것이다. 그야말로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데, 여기서 이겨내기 위한 전략은 지금부터 마련해야 한다.   

 


 한국 자동차산업이 본격적으로 성장한 시점을 1980년대로 본다면, 그 전에는 일본이나 미국차를 한국에서 조립하는 경험밖에 없었다. 그러니 30년만에 세계 5위 자동차생산 국이 됐다는 사실은 기적에 가깝다. 이런 놀라운 일을 이뤄낸 원동력은 무엇일까. 그리고 어떻게 이런 성장을 계속할 수 있을까. 

 

 한국 자동차산업에 가장 중요한 요소는 사람이다. 1970년대부터 정부의 중공업정책 하에 많은 실력있는 엔지니어들이 배출됐으며, 그 경험은 이미 30년 넘게 지속돼 자동차산업의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자동차관련 기술의 급속한 변화에 따라 새로운 인재 양성이 급선무가 됐다. 최근 자율주행차와 전기차분야 등에서 신기술이 활발히 개발되고 있으며, 해당 분야는 기존 자동차와 다른 특성과 전공이 요구돼 인재양성 대책이 절실한 시점이다.

 


 다음으로 일등상품을 만들어야 한다. 지금까지 한국은 선진업체들을 쫓아가는 '패스트 팔로워(fast follwer)' 입장이어서 이미 나온 자동차보다 조금 더 나은 제품을 내놓으면 충분했다. 그러나 동등한 입장에서 경쟁하려면 경쟁사보다 더 나은 제품을 개발해야 한다. 이른바 '퍼스트 무버(first mover)'의 역할이다. 이를 위해선 단편적 접근만으로는 부족하다. 처음부터 부품업체와 협력해 제품을 종합적으로 개발, 각 부품이 최적의 조건에서 작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품질도 중요하다. 토요타는 생산이 폭증하면서 리콜이 증가했고, 급발진관련 소송으로 고생하고 있다. 최근 현대기아차도 생산이 늘고 다양한 지역에 공장이 위치해 품질문제가 생기기 쉬운 조건이 됐다. 따라서 품질을 더욱 철저히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이 밖에 노사협력의 중요성은 말할 것도 없다. 또 미래 트렌드 예측을 통한 상품기획과 소비자 불만을 조속히 해결해 친근한 기업 이미지를 만들어내야 한다.

 


 필자의 세대는 30년동안 한국 자동차산업이 선진국에 버금갈만큼 성장할 수 있도록 힘을 합쳐 노력했다. 하지만 여기서 그치면 곤란하다. 10년 후 한국 자동차기술이 세계를 선도하도록 좋은 상품을 내놓고, 그 결과로 세계 최고의 자동차산업을 일궈 젊은이들이 신념과 자부심을 갖고 자동차분야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게 바로 '희망'이다.

 

 

전광민(연세대학교 기계공학부 교수, 前 한국자동차공학회장)
출처-오토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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