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와 기아차가 자동차 왕국으로 불리는 미국에서 고급차 시장을 본격 공략한다.

 

 현대기아차는 그동안 미국시장에서 전형적인 대중브랜드로 꼽혀왔지만, 이제는 BMW나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재규어 등 프리미엄 대표 브랜드들과의 시장 경쟁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현대기아차의 이 같은 고급차 시장 공략은 미국 소비자들로부터 “싼 값에 한국차를 샀다”는 이미지를 개선하면서도 장기적으로는 현대기아차의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시키는 역할도 기대된다.

 

 

▲현대차의 플래그십 모델 ‘에쿠스’

 

 현대차는 지난 2010년 말 플래그십 모델인 에쿠스를 미국시장에 처음으로 선보여 한 달만에 196대를 팔았다. 2011년에는 3193대, 2012년에는 3972대를 판매하는 등 판매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에쿠스는 올해들어 8월까지 2135대가 판매돼 작년동기 대비 19%가 감소했지만, 전량을 국내공장에서 생산해 수출한다는 점에서, 또 7~8월에는 생산차질로 인한 영향을 받았다는 점에서 충분히 재도약이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올해들어 10월에는 435대의 에쿠스가 판매돼 월간 최다 판매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이는 2012년 7월 362대 판매 기록을 갈아치운 수치다.

 

 미국 프리미엄 럭셔리카 시장은 월판매 4000~6000대 규모라는 걸 감안할 때, 에쿠스의 시장 점유율을 8~9%로 높은 수준이다.

 

 아우디 A8(12%)이나 재규어 XJ(11.1%), 포르쉐 파나메라(10.1%), 메르세데스-벤츠 S-Class(10.0%) 등의 시장 점유율보다는 약간 낮은 수치지만, 내로라하는 이들 경쟁 모델을 제칠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현대차는 지난 7월에는 미국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디자인과 고급 편의사양을 적용하고, 판매 가격을 3% 인상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에쿠스의 판매는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자동차의 품질력과 디자인이 밑받침 된다면 미국 시장에서도 ‘제값받기 정책’이 통할 수 있다는 얘기다.

 


▲국내서 검증된 디자인과 품질력..‘제네시스’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후륜구동 방식을 적용한 제네시스는 디자인과 품질면에서 이미 국내 소비자들로부터 인정받은 모델이기도 하다.

 

 지난 2008년 미국시장에 진출한 제네시스는 진출 첫 해에 6167대가 판매됐지만, 2009년 1만3604대, 2010년 1만6448대, 2011년 1만8850대, 2012년 2만2980대 등 판매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올해들어서도 지난 8월까지 총 1만6659대가 판매돼 월평균 1500대 정도 꾸준히 팔리고 있다.

 

 현대차는 디자인과 성능을 한층 업그레이드해 새롭게 국내에서 선보인 신형 제네시스에 기대를 걸고 있다. 내년부터는 신형 제네시스가 미국이나 유럽시장에서 최소 3만대 판매는 무난히 달성시킬 것으로 회사 측은 판단하고 있다.

 

 신형 제네시스는 1세대 모델에 비해 스타일과 주행성능, 안전성능 등에서 차별화를 시도한 프리미엄 세단이라는 평가다.

 


 현대차가 추구해온 디자인 철학인 플루이딕 스컬프처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키고, 엔진을 개선해 저중속 영역에서의 성능을 강화시킨 람다 GDI 엔진을 탑재해 경쾌한 가속감과 향상된 체감 주행성능을 제공하는 게 특징이다.

 

 여기에 선회제동 시스템이나 자동긴급제동 시스템, 보행자 충돌시 후드를 들어올려 상해를 최소화 시켜주는 액티브 후드 시스템, 헤드업 디스플레이, 어라운드 뷰 모니터링 시스템 등 최첨단 기술력을 지닌 고급사양이 대거 적용됐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신형 제네시스는 현대차의 기술력을 총 집약한 모델이다”며 “해외시장에서 세계 명차들과 당당히 경쟁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표출한 바 있다.

 

 

▲기아차의 플래그십 모델..‘K900’의 도전

 

기아차 역시 2013 LA오토쇼를 통해 플래그십 모델인 케이나인헌드레드(K900)를 미국시장에서 공개했다. K900는 이번 LA오토쇼에서 약 900여명이 넘는 취재진이 몰리는 등 관심을 모았다.

 


 후륜구동 방식을 적용한 K900는 북미 소비자들의 취향과 북미 특유의 환경을 반영했다. 디자인은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K9과는 달리 라디에이터 그릴이 완전히 바뀌어 더욱 세련되면서도 고급스러운 인상을 지닌다는 평가다.

 

 여기에 북미시장 소비자들은 프리미엄 차량에는 8기통 엔진이 탑재되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에 이번에 내놓은 K900은 V8 타우 5.0 엔진도 추가로 얹었다.

 

 기아차 측은 내년 1분기 중 3.8리터와 5.0리터급 K900을 미국시장에서 판매를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기아차는 K900가 미국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주요 거점 도시를 중심으로 판촉활동을 실시하고, 슈퍼볼 광고를 중심으로 대대적인 마케팅 활동을 펼친다는 계산이다.

 

 안병모 기아차 미주지역 총괄사장은 LA오토쇼에서 “이번에 미국시장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K900은 디자인이 바뀐데다 미국 소비자들을 타깃으로 한 고급 편의사양이 대거 적용됐다”며 “미국시장에서 연간 5000대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대기아차, 고급차 ‘트리오’의 성공가능성은?

 

 현대기아차가 미국시장에서 에쿠스와 제네시스, K900 등 고급차 ‘트리오’를 잇따라 내놓은 건 현대기아차의 자신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동안 미국 소비자들로부터 “한국차는 품질은 떨어지지만 싼맛에 산다”는 평가를 이제는 해소시킬 수 있다는 시각이다.

 

 이들 현대기아차의 고급차 트리오는 이미 국내 시장에서도 품질력을 인정받았다. 후륜구동 방식을 적용한데다 다이내믹한 주행성능은 자동차의 본고장인 유럽 브랜드와도 경쟁이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다만, 현대차의 경우에는 미국시장에서 어느정도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반면에 기아차는 아직도 브랜드 자체를 모르고 있는 미국 소비자들이 적잖다는 점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끌어올리기 위한 마케팅 전략도 필요하다는 견해다.

 

 디자인과 초기품질, 최첨단 고급 편의사양이 대거 적용돼 시장 경쟁력을 지닌다 하더라도 브랜드 네임밸류가 떨어지면 낭패보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가 미국 고급차 시장에서 성공을 거둘지 귀추가 주목된다.

 

 

하영선 기자 ysha@dailycar.co.kr

출처-데일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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