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에서 생산되는 자동차는 같은 가격인데도 판매시장에 따라 안전장치가 큰 차이가 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자동차 안전장치 관련 법규가 미비한 멕시코의 내수시장이나 중남미 국가로 팔리는 자동차는 브레이크잠김방지시스템(ABS)이나 주행안정성제어장치(ESC)가 없고 2개 이상의 에어백도 필요 없다고 AP통신은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러나 같은 자동차가 미국이나 유럽으로 팔려나가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들 지역에 수출되는 자동차는 엄격한 안전 규정을 준수해야 하고 6∼10개의 에어백을 장착하는가 하면 미끄러운 노면이나 험한 길에서 ESC도 잘 작동해야 한다고 멕시코의 한 자동차 생산공장에서 일했던 근로자는 말했다. 그런데도 이들 차량의 판매가격은 같다.

 

 자동차 충돌 등 안전테스트를 하는 업체도 없는 멕시코는 안전벨트 설치 의무 말고는 자동차 안전 관련 법 조항이 없다. 유아용 시트의 안전벨트 설치 규정조차 없다.

 

 멕시코 자동차산업의 허브인 중부 아과스칼리엔테스, 푸에블라 등지에서는 연간 300만대의 차량을 생산한다. 멕시코는 자체 자동차 브랜드 없이도 수 년전 세계 4위의 자동차 생산국에 오르기도 했다.

 

 멕시코에서 두 번째로 많은 차종인 닛산의 베르사는 2개의 에어백밖에 없고 ESC도 없이 1만6천 달러에 팔린다. 이 차종의 가격은 미국에서 6개의 에어백과 ESC 등을 갖추고도 1만4천 달러이다.

 

 안전장치가 크게 없는 차가 내수시장에서 더 비싸게 팔리는 셈이다. 쉐브레 아베오는 미국에서 1만4천달러에 팔리는데 10개의 에어백과 ABS를 갖췄다. 멕시코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이 차는 이러한 안전장치 없이 미국시장 판매가격보다 고작 400달러 정도 싼 값에 판매된다.

 

 멕시코 닛산은 판매시장에 따라 사양이 다른 것은 일반적인 현상이라고 말한다. 선택 사양과 장치, 나라별 판매전략이 다양하고 세금 체계도 국가, 주, 도시별로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여기에 선적이나 운송 비용도 있기 때문에 여러 나라의 시장에서 판매되는 차종들을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작년까지 GM의 멕시코 공장 조립라인에서 일했던 한 기술자는 업체가 안전장치를 추가하지 않음으로써 비용을 절감한다고 고발했다. 이윤을 남기려고 차량에 달아야 하는 에어백이나 ABS 등을 설치하지 않는 방법을 이용한다고 그는 설명했다.

 

 중남미 국가들은 이러한 안전장치를 장착하려면 추가 비용을 들여야 한다. 선진국들에 의무사항인데도 중남미에서는 선택사양으로 판매되는 것이다. 중남미인들은 차량 안전에 대한 교육도 받지 않았을 뿐더러 안전장치가 장착된 차를 사려고 하지 않는 점도 문제라고 GM의 한 근로자는 설명했다.

 

 멕시코에서 인기가 많은 닛산의 한 자동차 모델은 안전벨트만 있고 에어백이 없다. 이 차종은 미국이나 유럽에서 판매조차 안 되고 있다. 중남미 한 차량안전실험업체가 한 실험에서 시속 59㎞로 달리다가 충돌한 결과 운전석 문이 찢기는 등 차체가 심하게 파손되고 운전대가 운전자의 가슴을 강하게 충격했다. 이 모델은 멕시코에서 지난 6년간 대당 1만 달러에 30만대가 팔려나갔다.

 

 멕시코 교통부의 최근 통계를 보면 2011년 5천명의 운전자가 교통사고로 사망, 2001년보다 58% 증가했다. 같은 기간 미국은 자동차 사고 사망률을 40% 줄였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는 운전석 및 조수석 에어백과 ABS를 설치하도록 내년부터 법으로 규정할 예정이다.

 

 

이동경 기자 hopema@yna.co.kr

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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