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 도쿄와 미국 LA, 중국 광저우에서 모터쇼가 일제히 개막했다. 비슷한 시기에 국제 모터쇼가 한꺼번에 열리는 것은 흔치않은 일로, 더욱이 세 지역은 모두 자동차 산업에 있어 중요한 위치라는 점에서 큰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시장 규모가 미국과 중국보다 작은 일본에 대한 집중은 떨어지는 편이었다. 다시 살아나고 있다고는 해도 경기 침체로 인한 내수 부진을 털기엔 아직 부족한 탓이다. 게다가 미국 업체 등이 불참하기도 해, '반쪽' 모터쇼라는 오명도 있었다.
처음부터 한계를 안고 시작한 도쿄모터쇼지만 우려와 달리 알찬 구성이 돋보였다. 참가한 일본 14개 업체, 15개 브랜드가 각종 신차를 쏟아낸 것. 특히 일본의 맹주이자 세계 자동차 업계의 큰 손인 토요타를 비롯, 혼다와 닛산의 전시장이 호평을 받았다.
우선 토요타는 연료전지차 FCV와 전기차 FV2를 비롯해 컨셉트카만 5대를 내놨다. 토요타의 고급 브랜드인 렉서스는 RC 쿠페와 LF-NX 컨셉트를 선보였다. 혼다는 S660과 NSX 컨셉트를 출품하고, N-WGN의 출시도 알렸다. 닛산은 블레이드 글라이더와 리프 에어로 컨셉트를 소개했으며, 미쓰비시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컨셉트 3종, 스즈키는 크로스오버 컨셉트 3종, 스바루는 레보르그 컨셉트, 다이하츠는 신형 코펜을 각각 전시했다.
이 중 도쿄모터쇼에서만 공개된 차도 있다. 렉서스 RC 쿠페와 혼다 S660, 닛산 블레이드 글라이더 등이다. 같은 시기 개막한 LA오토쇼와 광저우모터쇼에는 해당 차종이 등장하지 않았던 것. 특히 렉서스의 경우 북미와 중국이 아주 중요한 시장임에도 불구하고, 간단한 소개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이를 두고 업계는 "이것이 바로 도쿄모터쇼의 경쟁력"이라고 평가했다. 최근 관심이 줄어든 도쿄모터쇼에 대한 분위기 반전을 꾀하고, 내수 시장에서의 집중도 높이겠다는 복안인 것. 단순히 판매에만 신경을 썼다면 일본 업체들은 아마 LA와 광저우에만 집중하면 될 일이었을 것이다.
이는 내년 되풀이 되고 있는 국산차의 내수 홀대 비판과는 전혀 다른 행보다. 실제로 지난해 부산모터쇼에서는 국산차 대부분이 다른 나라에서 사전 공개된 차로 모터쇼를 꾸몄다. 현대차는 2011년 시카고모터쇼에서 선보인 아반떼 쿠페를 출품했고, 기아차는 2011년 프랑크푸르트에서 선공개된 GT컨셉트를 관람객에게 소개했다. 당시 먼저 열린 제네바모터쇼에서 공개된 르노 캡처와 쉐보레 크루즈 부분변경차는 르노삼성차와 한국지엠 전시관의 메인 출품작이었다. 쌍용차만이 유일하게 세계 최초로 XIV-2 컨셉트를 선보였고, 추가로 렉스턴 부분변경차도 내놨다.
올해 서울모터쇼 마찬가지였다. 국산차 대부분이 세계 최초 공개차를 내놓지 않았던 것. 특히 기아차의 경우 같은 기간에 열린 뉴욕모터쇼에 신형 쏘울과 K3 쿱, K5 하이브리드 부분변경차등 다양한 세계 최초 공개차를 전시, 국내 여론의 비판을 받았다. 내수 소비자에 대한 성의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때문에 아쉬움은 더욱 컸다. 내수 침체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과 일본이 전혀 다른 대안을 내놔서다. 국산차 업체들은 줄어든 내수 시장 대신 성장 가능성이 큰 해외를 택한 반면, 일본 업체는 내수에 더욱 공을 들이는 모습이었던 것. 물론 현대·기아차를 제외하곤 해외 자본 업체들이라 여력이 부족한 한계도 분명하다. 하지만 현대·기아차도 내수에는 큰 관심이 없어 보일뿐더러, 자국 모터쇼에 신차를 내지 못하는 국산차 업체를 옹호할 이유는 더더욱 없다.
물론 이윤 추구가 목적인 기업에게 이에 반하는 의사 결정을 강요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어느 시장에서 어떤 신차를 먼저 출시할 것인지에 대한 선택은 전적으로 회사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드시 기억해야할 부분은 내수 소비자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해외 소비자도 품을 수 없다는 점이다. 일본이 내수 소비자를 적극적으로 잡을 때, 우리는 놓쳐버리는 실수를 해서는 안된다는 뜻이다.
오아름 기자 or@autotimes.co.kr
출처-오토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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