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액티비티 비히클(SAV)은 기존 SUV라는 장르에 BMW의 개발 철학인 '달리는 즐거움'을 이식한 개념이다. 굳이 따지자면 BMW가 만든 마케팅 용어로, BMW SUV 제품군을 지칭하는 말이기도 하다. SAV의 기술적 기반은 BMW의 전자식 사륜구동 x드라이브에 있다. 노면 상황에 따라 전후좌우 구동력을 0%에서 100%, 100%에서 0%까지 능동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이 핵심이다. 최적의 접지력으로 매우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하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X5는 'x드라이브'가 적용된 최초의 SAV다. 지난 1999년 1세대가 나온 이후 2013년 3세대를 맞았다. 2세대와 비교해 디자인을 다듬고, 성능을 개선했다. 어떻게 보면 밋밋한 변화라고 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쉽게 볼 차도 아니다. 오래 묵은 장이 깊은 맛을 내듯 3세대를 거쳐 진화해온 X5 역시 달리는 일에 깊은 맛을 내는 차이기 때문이다. 신형 X5를 바다가 아름다운 남해 일대에서 시승했다.
 
 ▲스타일
 무심코 보면 기존과 비교해 큰 변화를 찾아내기 어렵다. BMW 스스로 X5 디자인에 대해 완성도가 높다고 판단하는 듯하다. 특유의 존재감이 고스란히 3세대에도 이어졌다.

 


 BMW의 상징 키드니 그릴은 여전하다. 헤드램프 형상은 약간의 변화가 보이는데, 3시리즈부터 시작된 최신 BMW 디자인 기법이 사용됐다. 사람에 따라서 호불호가 갈리는 디자인으로 기억된다. 그러나 실제 큰 위화감을 느끼기 어렵다. 얼핏 세단인 5시리즈를 연상케 한다. 안개등은 헤드램프 바로 아래에 위치한다.
 
 인상적인 부분은 범퍼 부위다. 우선 'X'자 라인을 범퍼에 넣었다. 강력함을 표현하는 수단이자 앞으로 X시리즈 범퍼 디자인의 방향성을 설명한다. 냉각을 위한 에어 인테이크는 번호판을 기준으로 상하 2단 구성이다. 범퍼 양 끝에는 바퀴 쪽으로 바람을 빼는 에어벤트를 설치했다. 공기역학 성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공기역학은 오늘날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의 하나로 사용되고 있다.

 


 

 측면 디자인은 상하 두 갈래로 나뉜다. 우선 상단의 경우 뒤로 갈수록 높아지는 숄더 라인이 주목된다. 여기에 리어램프 말단에서 시작되는 선이 하나 더 추가됐다. 가만히 서 있어도 마치 달리는 것 같은 느낌을 주기 위해서라는 게 BMW 설명이다. 굳이 SUV에 이런 디자인 기법이 필요할까 싶지만 주행의 즐거움을 최고 가치로 여기는 BMW라면 이해할 만하다. 측면 하단부는 안정성에 중점을 뒀는데, 차분하면서도 굵은 선으로 상단과 다른 분위기를 낸다. 여기에 전륜 휠 하우스 뒤쪽에는 전면 범퍼 에어 벤트와 비슷한 기능을 수행하는 에어 브리더를 넣어 역시 공기역학 성능을 높였다.

 


 

 후면의 'L'자형 리어 램프는 어느 순간 BMW의 정체성으로 남았다. 신형에도 이 디자인은 유지됐다. 뒤쪽을 위에서부터 3분할하는 수평선은 차를 넓게 보이는 시각적 효과를 낸다.

 


 

 실내는 BMW 고유의 곡선과 직선이 마음껏 사용됐다. 하지만 역시 변화의 폭은 크지 않다. 회사는 최대한 BMW만의 느낌을 내도록 디자인됐다고 강조했다. 세부적으로 모니터의 형상이 기존 센터페시어 삽입형에서 팝업 형태로 바꿨다. 이로 인해 약간 답답하게 느껴졌던 실내 전면이 확 트여 시야가 자유롭다. 센터페시어 형상은 최근 BMW가 채용하는 디자인이 적용됐다.

 


 

 멀티미디어 시스템 i드라이브는 조작 레버에 터치 기능을 추가했다. 내비게이션 목적지 검색 등에 사용된다. 하지만 한글 인식율이 대단히 뛰어나다고 볼 순 없다. 그저 이런 기능이 있다 정도만 알릴 뿐이다.

 


 

 신형에는 특별히 3열 시트가 추가돼 5인에서 7인까지 탑승 가능 인원이 늘었다. 시트는 트렁크 바닥에 수납되며, 크기는 150㎝ 이하 승객이 이용할 수 있게 만들었다. 때문에 거주성이 높지는 않다. 적재 공간은 기존보다 30ℓ 늘어난 650ℓ를 확보했다. 2열 시트를 접으면 최대 1,870ℓ까지 늘어난다.

 


 

 ▲성능
 국내 판매용에는 직렬 6기통 3.0ℓ 디젤 터보를 얹은 30d와 직렬 6기통 3.0 ℓ 디젤 트리플 터보차저 엔진이 장착된 50d가 편성됐다. 이 중 30d가 시승차로 준비됐다. 30d는 최고 258마력, 57.1㎏·m의 성능이다. 효율은 복합 기준 ℓ당 12.3㎞(도심 11.1㎞/ℓ, 고속 14.3㎞/ℓ)다. 변속기는 ZF에서 제작한 8단 자동변속기가 장착됐다.

 


 

 가속 페달을 밟아 차를 움직였다. 초반 가속이 훌륭하다. 토크가 높아서다. 흔히 엔진의 순발력으로 표현되는 토크는 디젤차의 강점으로 여겨진다. 풍부한 토크 덕분에 가속 페달을 밟는대로 나아간다. 덕분에 육중한 몸집에도 움직임은 날렵하다.
 
 곡선 주로에서도 자유자재로 움직인다. x드라이브의 진가가 발휘되는 순간이다. 지능형 4륜구동 시스템으로 부르는 x드라이브는 도로 접지력을 끌어올려 운행 안정성의 극대화를 노린다. 보통 때는 앞뒤 40:60의 구동력 배분을 가진다. 그러나 주행 상황에 따라 구동력은 앞뒤 100:0에서 0:100까지 자유롭게 변한다. 이 때문에 곡선로를 따라 이동할 때 각도 편차가 크더라도 조향에 따라 차체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

 


 

 동시에 추돌 상황이 예견되는 긴박한 상황에서의 탈출도 지원한다. 이 때 함께 작동하는 기능은 다이내믹 스태빌리티 컨트롤(DSC)이다. 상황 인지에서 작동까지 1초가 걸리지 않으며, 이 시간 안에 시스템은 구동력을 프런트와 리어 액슬에 적절히 배분한다. 다양한 센서가 동원된 통합 시스템도 달리는 즐거움을 위해 준비됐다. 장치의 일부분으로 장착된 게 아니라 전체적인 상황에 따라 통제되는 것이 특징이다. 4륜구동과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레인센서도 이런 통합 시스템의 일원으로 존재한다.

 


 

 하지만 100% 완벽할 수는 없다. 물리 법칙에 의한 불확실성 때문이다. 허용 범위를 초과한 중력, 원심력, 관성 등을 극복할 수 없다는 뜻이다. 때문에 BMW도 수많은 실험을 통해 한계를 시속 180km로 정했다. 그 이상 속도에서 x드라이브는 무용지물이다.

 


 스티어링 휠의 반응은 날카로운 편이다. 도로의 굴곡을 잘 따라간다. 다만 패들시프터가 없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기왕에 운동 성능을 강조한 SUV라면 갖춰도 좋을 법했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승차감은 기존보다 약간 부드러워졌다는 인상이다. 이는 X5의 주요 시장인 미국과 중국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유롭고 넉넉한 하체 감성을 원하는 소비자가 많은 것.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도 충격이 거의 없다. 그렇다고 X5의 하체 강성이 물러졌다고 보기도 어렵다. 남해의 해안도로는 코너링 상황이 연속적으로 나타나는데, 이를 통과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하체가 바탕이 되지 않는다면 이런 즐거움은 느낄 수 없을 것이다. 전고가 높은 SUV임에도 차체의 흔들림 없이 도로를 움켜쥐며 돌아나가는 실력이 대단하다.

 


 

 주행모드는 에코 프로와 컴포트 스포츠를 지원한다. 다른 BMW와 차종과 큰 차이가 없다. 재미있는 점은 에코 프로에 추가된 코스팅 모드인데, 시속 50~160㎞에서 가속 페달을 뗐을 때 작동하는 탄력 주행 기능이다. 일반적으로 효율 운행을 위해서는 가속 페달에서 발을 되도록 떼지 않아야 한다고 알려져 있다. 페달에서 발을 내려놓는 순간 엔진에 공급되는 연료가 끊겨(퓨얼 컷) 재가속 시에 오히려 더 많은 연료를 소모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기능은 이런 퓨얼 컷을 없애고, 탄력적인 주행을 가능케 했다. 당연히 효율은 높아진다.

 


 ▲총평
 변화를 추구하면서도 변화하지 않았다. 신형 X5를 두고 이르는 말이다. 디자인, 성능, 효율 등 모든 것이 향상됐지만 가장 근본적인 달리는 즐거움만큼은 그대로여서다. 시승 내내 피부로 다가온 부분은 모든 것을 새롭게 하되, 가장 본질적인 것은 변하지 않았다는 느낌이다.

 


 

 최근 SUV 시장은 경쟁이 치열하다. 사람의 생활방식이 다양해지고, 취향이 변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나를 표현하는 도구로써 자동차를 이용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수입차 시장이 발달기를 지나 성숙기에 들면서 소비자의 이런 경향은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이럴 때 각 제품에 필요한 것은 '남다름'이다. 모든 것이 같다면 굳이 경쟁할 필요도 없다. 그렇게 등장한 것이 SAV라는 개념이자, X5다. 이는 3세대에도 변하지 않는 공식이다.

 


 신형 X5 30d의 가격은 일반형 9,330만원, 7인승 9,790만원이다.

 

 

박진우 기자 kuhiro@autotmes.co.kr
출처-오토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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