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터키 이즈밋 공장 생산라인에서 근로자들이 유럽 전략 차종인 신형 ‘i10’을 조립하고 있다. 현대차 제공

 

“쿵…쾅…쿵….”

 

 지난 7일(현지시간) 찾은 현대자동차의 터키 이즈밋 공장. 공장 입구에 들어서자 2300t짜리 거대한 프레스가 연신 위·아래로 움직이며 후드(지붕), 도어 등 차체 각 부위를 찍어냈다. 현대차의 유럽 전략 차종인 i20와 신형 i10의 ‘뼈대’를 만드는 작업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뼈대는 조립공정, 의장공정(시트, 전장부위 등을 차체에 부착하는 작업)을 거쳐 완성차로 탄생한다. 신현두 이즈밋 공장 생산관리담당 차장은 “지난 4월 생산규모를 연산 10만대에서 20만대로 증설하는 공사를 마치면서 이즈밋 공장 전체에 활기가 넘치고 있다”고 귀띔했다.

 

 현대차의 이즈밋 공장이 유럽 시장 공략의 전진기지로 탈바꿈하고 있다. 이 공장은 체코 공장과 함께 현대차가 유럽에 둔 생산기지로, 1997년 문을 열었다. 현대차 해외 공장 가운데 가장 역사가 오래된 곳이지만, 그동안 현대차 그룹 내에서 주목받지 못했다. 공장 생산시설이 노후화된데다 생산규모도 다른 공장에 비해 작았기 때문이다. 이곳 생산량은 올해 초까지 연 10만대로 체코 공장(30만대)의 3분의 1에 불과했다.

 

 그랬던 이즈밋 공장에 활기가 돌기 시작한 건 올해 4월부터. 현대차는 ‘양적 성장’보다 ‘질적 성장’을 추구해야 한다는 정몽구 회장의 지시에 따라 유럽에 신규 공장을 짓는 대신 이즈밋 공장을 증설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맞춰 지난 4월 말 이 공장 생산 규모를 연산 10만대에서 20만대로 늘렸다. 올 연말까지는 10만대 수준을 유지한 뒤 내년 초부터 본격적으로 20만대 양산 체제를 가동할 예정이다. 현대차는 공장 증설에 맞춰 내년까지 550여명의 현지 근로자를 더 채용하고, 현재 주야 2교대인 근무시스템을 주야 3교대로 전환해 ‘풀(full) 가동’ 체제를 갖춘다는 방침이다.

 

 생산라인도 대폭 보강했다. 기존보다 생산성이 30% 이상 좋은 2300t짜리 프레스 기기를 새로 설치하고, 차체 용접 로봇을 대거 투입해 용접 자동화율을 종전 65%에서 100%로 높였다.

 

 진병진 이즈밋 공장 공장장(이사)은 “새 설비를 대거 투입하면서 HPV(차 한 대를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도 현재 27시간에서 내년에는 19시간 정도로 단축할 수 있을 것”이라며 “2015년엔 현대차 해외공장 가운데 최고의 생산성 수준인 15시간 정도로 HPV를 낮출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생산라인 보강과 함께 주력 전략차종도 이곳에 투입됐다. 현대차 그룹에서 2010년부터 양산하기 시작한 i20에 이어 올해 9월 신형 i10을 이곳에서 생산하기로 결정한 것. 신형 i10은 유럽 소형차 시장을 겨냥해 현대차가 올해 새로 선보인 모델이다.

 

 현대차는 기존 i10 모델은 인도 공장에서 만들었는데, 유럽 시장 공략 속도를 내기 위해 신형 i10은 이즈밋 공장에서 생산키로 방침을 정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내년 10월에는 i20 후속 모델인 i20 GB(프로젝트명)를 이즈밋 공장에서 만들기로 했다. 진 공장장은 “이곳에서 만드는 차량의 90%가량은 터키 시장이 아닌 유럽 각 지역에 수출할 물량”이라며 “신형 i20를 연 8만대, i20를 연 12만대 양산한 뒤 판매 상황을 봐 가면서 잘 팔리는 차량 위주로 생산량을 재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럽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소형·준중형 차량 부문에서 현대차 판매량은 8만~9만대 정도로 2%의 점유율밖에 올리지 못하고 있다”며 “이즈밋 공장 업그레이드를 통해 유럽 지역의 소형·준중형 차급 점유율을 5%로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도 이런 점을 감안해 지난 9월 말 이즈밋 공장을 방문해 생산현황을 점검했다. 정 부회장은 당시 “이곳에서 만드는 신형 i10이 경쟁차종인 폭스바겐 업(UP)과 비교해 상품성, 품질이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
출처-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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