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역발상’으로 위기를 돌파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모두가 후발주자의 불리함을 말하며 비관할 때 과감하게 중국시장에 들어가 10여년 만에 빅3의 자리를 차지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정 회장의 전매 특허인 ‘역발상’은 유럽시장에서도 유감 없이 발휘했다. 수요가 5년째 줄어 들던 지난해 유럽 목표치를 대폭 높여 이를 달성한 것.

 

 나아가 정 회장은 독일산 프리미엄차가 국내 고급차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시점에 오히려 제네시스로 유럽 고급차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중소형 모델의 판매확대와 함께 브랜드 인지도도 높이겠다는 것이다.

 

유럽 고급차 시장 공략=국내시장 방어

 

 정몽구 회장은 지난달 유럽법인을 방문해 "현대차의 대형 세단 중 처음으로 제네시스를 유럽에 내 놓는 만큼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다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현대기아차가 유럽시장에서 그 동안 선전을 펼쳤지만, 브랜드 인지도가 뒷받침되지 않아 성장세가 주춤하고 있음을 지적하며 제네시스를 통한 브랜드 혁신을 주문했다.

 

 중소형차 브랜드에 머무는 한 유럽 시장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 경쟁에서 뒤쳐질 수 밖에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는 BMW, 메르세데스-벤츠 등 유럽 고급차 브랜드들이 국내에서 판매를 확대하는 것에 대한 대응전략이기도 하다.

유럽시장서 제네시스가 통할 경우 국내시장에서 ‘독일 프리미엄차의 대항마’로서 제네시스의 가치를 재평가 받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이런 결정이 쉬운 것은 아니다. 미국 고급차시장에서 상당 지분을 얻었던 토요타의 프리미엄 브랜드인 렉서스가 유럽시장에서 실패한 것에서 알 수 있듯 위험부담도 크다.

 

역발상으로 유럽서 아시아 브랜드 중 1위

 

 그렇지만 토요타가 못했다고 해서 현대기아차도 어렵다고 볼 수만은 없다.

 

 현대기아차는 유럽시장에서 10위권인 토요타를 제치고 아시아 브랜드 중 선두를 달리고 있는데 이 또한 정 회장의 ‘역발상’ 경영의 산물이다.

 

 정 회장은 토요타 등 아시아 브랜드가 전통적으로 고전했던 유럽시장에 생산거점을 마련하고, 현지화 모델을 출시할 것을 지시하며 유럽 시장의 문을 두드렸다.

 

 기아차는 2007년 슬로바키아 질리나에 연산 30만대 규모의 공장을 짓고 현지 전략 모델인 씨드를, 현대차는 2008년 체코 노소비체에 역시 연산 30만대의 공장을 세우고 i30를 내놓았다.

 

 그 결과 유럽 자동차 시장이 1823만대를 기록한 2007년을 기점으로 6년 연속 감소세를 보이는 동안 현대기아차는 매년 판매 드라이브를 걸며 점유율을 높여 왔다.

 

 i30와 씨드는 유럽 재정위기가 한창일 때 현대차와 기아차의 핵심 모델로 떠오르며 유럽이나 일본 메이커의 동급차를 따돌렸다.

 

 반면 2008년과 지난해를 비교할 때 마쓰다(-49%) 혼다(-46.8%),피아트(-39.2%) 토요타(-30.3%) 등 일본계와 유럽계 경쟁업체들은 판매가 급감하며 몰락하다시피 했다.

 

 이런 까닭에 정 회장의 역발상이 만용일지 혹은 진정한 용기일지는 시장이 결과를 말해 줄 때까지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강기택 기자
출처-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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