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조위원장 선거에서 강성 후보들이 모두 탈락하고 중도·실리 노선의 2명 후보가 결선투표를 치르게 됐다. 기존 강성 노조 파업에 대한 조합원들의 피로도가 누적된 결과로 보인다. 강성 노조에 대한 국민 여론의 곱지않은 시선도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6일 현대차에 따르면 5일 실시된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차기 노조위원장 선거에서 이경훈 후보가 1만9489표(45.4%)로 1위에 올랐다. 하지만 과반 득표를 하지 못해 8262표(19.3%)를 얻어 2위에 오른 하부영 후보와 8일 결선 투표를 벌이게 된다.

 

 현대차 노조 내 현장조직 '현장노동자' 소속 이 후보는 실리 성향으로 분류된다. 2009~2011년 현대차 노조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무분규로 단체협상을 타결했다. 현대차에서 지난 94년 이후 파업을 하지 않은 것은 이경훈 집행부가 유일했다. 현장조직 '들불' 소속으로 민노총 울산본부장을 지낸 하 후보 역시 합리적 중도 성향이다. 중도 실리 노선의 두 후보의 득표 비중만 65%에 육박하는 셈이다.

 

 반면 강성 후보 3명은 모두 3위 밖으로 밀려 결선 투표에 오르지 못했다. 김주철 전 민주노총 울산본부장과 김희환 금속연대 의장, 손덕헌 전 노조 부위원장이 선거에 도전했지만 고배를 마셨다. 김주철 후보가 6195표(14.4%), 손덕헌 후보가 4903표(11.4%), 김주철 후보가 3714표(8.7%)를 얻는 데 그쳤다.

 

 파업에 지친 노조원들이 중도 실리성향 후보에 몰표를 줬다는 것이 현대차와 노조 내부 평가다. 문용문 현 집행부는 2011~2012년 매년 파업을 벌였다. 현대차는 2012년 7~8월 28차례에 걸친 노조의 파업으로 8만2,000여대의 생산차질로 1조7,000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올 들어서도 3월부터 5월까지 12차례의 주말특근 거부로 1조7,000억원의 생산차질을 빚은 데 이어 8~9월에도 15차례 파업으로 5만여대를 생산하지 못해 1조원이 넘는 손해를 입었다.

 

 강성 노조에 대한 국민 반감이 갈수록 높아졌다는 점도 이번 선거결과에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올해 노조는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에서 대학 미진학 자녀 기술취득지원금 1000만원과 조합활동 면책특권, 정년 61세로 연장 등 사회 통념에서 벗어난 요구를 남발했다. 이 같은 요구조건은 올해 임단협에서 모두 떨궈졌지만 강성 노조에 대한 비난 여론을 되돌리기는 힘들었다.

 

 노조 차기 집행부가 합리적인 성향으로 사실상 바뀌며 현대차 노사 관계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강성에서 중도·실리로 성향이 바뀌며 임단협의 흐름도 달라질 수 있다"며 "하지만 일단 앞으로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정준 기자

출처-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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