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유럽기술연구소에서 자동차의 주행성능과 내구성을 테스트하고 있는 모습(사진=현대차)

 

 자동차 메이커들이 신차를 하나 개발하는 데는 통상 4년의 시간이 걸린다. 지금 나오는 신차들은 이미 4년 전부터 개발을 시작했다는 얘기다.

 

 그래서 신차 농사를 망치면 4년 농사를 망치는 것이고 만회하는데 최소 4년이 걸린다.

 

 신차 개발은 일반적으로 제품기획, 디자인, 설계, 시작차 제작, 시험평가, 파이롯트, 양산 및 출시의 순으로 진행된다.

 

 디자인 설계 못지 않게 시험평가가 중요한데 4년 동안 영하 40도, 영상 60도 등 극한의 조건에서 내구성을 테스트하고 대략 2만여 개의 부품을 점검한다.

 

 현대기아차의 신차평가는 크게 5가지의 기본 성능을 평가하고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내구, 동력, 충돌, NVH(소음과 진동), R&H(승차감 및 핸들링) 등이 그것이다.

 

 최근 들어 현대기아차는 성능의 절대값을 높이는 데서 나아가 감성적 요소에 대한 평가를 강화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R&H에 가장 공을 들이는 게 그 예다.

 

 사실 내구품질이나 동력성능, 충돌안전 같은 경우 계량화하기 비교적 쉬워, 과거 패스트팔로어(Fast-follower) 입장에서는 단기간에 격차를 좁힐 수 있는 중요한 요소였다.

 

 하지만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스티어링의 정교함과 매끄러운 주행성능 등 감성적인 R&H 성능을 높여 운전자에게 보다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느낌을 전달하는 게 필요하다.

 


현대차 유럽기술연구소 전경(사진=현대차)

 

 특히 현대차의 2세대 제네시스는 유럽 대형차 시장을 겨냥하고 있는 만큼 독일 뉘르부르크링 서킷과 현지 시험장 등에서 시험과 튜닝을 통해 유럽 감성의 주행성능을 높이는 게 절대적이었다.

 

 기아차 K9의 경우에도 개발 기간 중 R&H 시험과 개선을 위해 500회가 넘게 서스펜션을 교체, 튜닝했었다.

 

 NVH 역시 과거에는 소음과 진동을 최소화하는 데만 힘썼다면, 현대기아차의 최근 경향은 불쾌한 소음은 줄이고 배기음처럼 자동차 특성을 살린 소리는 활용하는 쪽으로 방향이 바뀌었다.

 

 동력성능도 최대출력 경쟁에서 벗어나 실용영역에서의 실질적인 마력 개선을 추구하고 있다.

 

 신형 제네시스도 최대출력 갱신보다 저중속에서의 토크를 강화해 실용 영역에서의 가속 성능을 높이는 쪽으로 엔진 성능을 개선했다.

 

 이러한 신차의 기본 성능을 평가하기 위해 현대기아차가 하고 있는 실차 시험은 수십 가지에 달한다.

 

 크게 ▲기능특성시험, ▲주행로시험, ▲현지도로시험 등으로 분류할 수 있는데, 이 모든 시험을 통과하지 못하면 어떤 차도 출시되지 못한다.

 

 기능특성시험은 직경 8.4m 팬에서 시속 200km의 바람을 일으켜 고속주행시 차량의 영향을 시험하는 풍동시험이 대표적인 사례다.

 

 영하 40도에서 영상 60까지 온도 제어를 통해 공조시스템과 부품의 항온 기능성을 보고 시간당 70mm의 강설과 150mm의 강우조건을 재현해 차량 기능을 살피는 환경시험도 있다.

 

 주행로시험은 고속주회로, 범용시험로 외에, 울퉁불퉁한 타일이 박힌 노면 때문에 일반도로보다 100배의 충격이 전달되는 벨지언로, 빗길 눈길 조건을 재현하는 저마찰로 등이 그 예다.

 

 결국 신차의 완성도는 시험의 완성도에 달려 있고 현대기아차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축적된 노하우 등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갖췄다.

 

 그리고 그 모든 현대기아차의 역량을 쏟아 부은 게 신형 제네시스다. 제네시스는 모두의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현대기아 역사상 가장 혹독한 시험을 거쳐 탄생을 준비하고 있다.

 

 뉘르부르크링 서킷과 유럽 각지의 도로 외에도 국내서 남양연구소의 풍동, 환경 등 온갖 기능특성시험과 주행로 시험을 거쳤다.

 

 고속주행이 가능한 영암 F1 서킷과 전국의 고속도로는 물론 강원도 대관령, 지리산 노고단길, 주요 도심 주행 등 다양한 실도로 시험을 마쳤다.

 

 미국 모하비 주행시험장에서는 작년부터 시작해 최근까지 약 1년여 동안 약 20여 대의 시험 제작된 제네시스를 테스트했다.

 

 이 기간 신형 제네시스는 고속주회로와 크로스컨트리시험로, 내구시험로 등 총 누적거리 160만 마일(약 260만 km)의 모하비 주행시험장 극한 내구 테스트를 모두 통과했다.

 

 이제 남은 것은 유럽과 북미에서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와 일전을 벌이는 것이다. 무모해 보이지만 그동안 무모함을 현실로 만들어 왔던 현대차의 도전이라서 결과는 지켜봐야 할 듯 하다.

 

 

강기택 기자

출처-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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