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신형 제네시스를 독일 뉘르부르크링에서 테스트하고 있는 장면(사진=현대차)

 

 “매우 좋은 엔진을 갖고 있고, 서스펜션이 단단해 안전하다.”

 

 4일(현지시간) 독일 서부 라인란트팔츠주에 자리잡은 뉘르부르크링 서킷의 직진주로. 테스트 드라이빙 경력 25년인 제프 헤므룰레 씨가 현대자동차의 2세대 제네시스(개발명 DH) 시험차를 시속 200km/h로 달리고 난 뒤 내린 평가다.

 

 조수석에 앉아 타 본 신형 제네시스는 양산 직전의 테스트 4륜구동 차량. 직접 운전을 해 보지 못해 아쉬웠지만 하체의 강성은 여느 독일 프리미엄차에 못지 않은 느낌이었다.

 

 무게중심이 잘 잡혀 코너를 돌 때의 지지력이 예사롭지 않았고 비가 부슬부슬 내려 젖은 도로였지만 제동력도 수준급이었다.

 

 고속주행 때의 승차감과 실내 정숙성 등 감성적인 부분도 1세대 제네시스에 비해 개선됐다.

 

 현대차는 세계에서 가장 혹독하기로 유명한 뉘르부르크링 서킷과 바로 맞닿은 곳에 유럽기술센터를 세우고 신형 제네시스를 테스트해 왔다.

 

 지난 3월부터 제네시스 시험 제작차들을 가지고 유럽형 주행 특성을 다듬어 왔고 현재 막바지 시험과 튜닝중이다.

 

 센터 설립과 뉘르부르크링 테스트를 통해 현대차는 유럽에서 직접 체득할 수 있는 유럽만의 특징적 주행기술을 뽑아 내는데 주력해 왔다.

 

 줄여서 링(ring)으로도 불리는 서킷은 BMW,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폭스바겐 등 주요 유럽 메이커가 차량테스트를 하는 곳이다. 여기서 테스트한 게 곧 마케팅 전략이 되기도 한다.

 

 이곳은 또 포뮬러 원 독일 그랑프리, 유럽 그랑프리, 슈퍼바이크 월드 챔피언십 등 국제 모터스포츠 경기와 뉘르부르크링 24시, 뉘르부르크링 1000km와 같은 내구 레이스가 연중 열린다.

 

 서킷은 크게 북쪽의 노르트슐라이페(Nordschleife)와 남쪽의 GP-슈트레케(GP-Strecke)로 이뤄져 있다.

 

 특히 20.8km의 노르트슐라이페 서킷은 300m에 달하는 심한 고저차와 73개의 코너, 급격한 내리막길, S자 코스, 고속 직선로 등으로 구성돼 있다.

 

 유럽에서 개발하는 차량은 기본적으로 뉘르부르크링 서킷을 4주에서 6주 안에 총 480회 완주해 1만 km를 주행해야 한다.

 


독일 뉘르부르크의 현대차 유럽기술센타 전경(사진=현대차)

 

 이대우 현대차 유럽기술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이 서킷을 고속으로 1만km 주행한 차량은 일반도로에서 18만km를 고속 주행한 것과 맞먹는다”며 “제네시스도 이 시험을 거쳤다”고 설명했다.

 

 서킷에서는 시험기간 동안 제네시스의 승차감, 조종 안정 및 응답성, 서스펜션 특성과 같은 주행 성능은 물론 차량 내구성능과 파워트레인 동력 성능 등을 점검했다.

 

 현대차는 여기서 나온 제네시스의 시험 평가 결과를 유럽기술연구소와 남양연구소 등 유관 부문에 전달해 차량 개발에 바로 반영시켰다.

 

 물론 한계상황을 주로 시험하는 뉘르부르크링의 테스트가 전부가 아니다.

 

 스웨덴 알제프로그에서 눈길 등을 달리는 혹한지 시험을, 스페인 그라나다에서 는 에어컨 성능, 엔진 쿨링 등 혹서지 시험을 통과했다. 오스트리아 그로스로 코너에서는 제동성능을 확인했다.

 

 이처럼 유럽 여러 나라의 현지 도로 시험을 통해 전통적으로 유럽 브랜드의 대형 세단만의 특징으로 알려진 유럽형 주행감성과 승차감 및 핸들링(R&H) 성능을 제네시스에 담기 위해 노력했다.

 

 이는 제품 기획 단계에서 유럽의 고급 대형세단과의 직접 경쟁을 염두에 두고, 경쟁 유럽차들의 다이내믹한 주행 성능을 넘어서는 차를 개발하겠다는 목표를 세웠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또 세계 최고 수준의 주행 성능과 내구성을 확보하기 위해 유럽 외에도 영암 서킷, 미국 모하비 주행시험장 등 다양한 실도로 시험을 거쳤다.

 

 1세대 제네시스가 북미시장을 중심으로 현대차의 고급차 시장 진입의 선봉장 역할을 한 데서 나아가 2세대 제네시스는 기존의 북미에다 유럽 고급차 시장도 정조준하고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 책임연구원은 “유럽발 기술 진보와 강화된 유럽 감성이 가져올 변화가 향후 신차에서 드러날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기택 기자

출처-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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