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두 대의 소형차 앞에 안대를 쓴 150명의 사람들이 모였다. 부축을 받고서야 걸음을 뗀 이들은 차례로 두 차의 조수석에 탑승했다. 어떤 브랜드의 어떤 차종인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운전자 동승석에 앉아 평지, 코너, 유턴, 과속방지턱 등으로 구성된 코스를 주행했다. 소음, 진동, 코너링의 주행감, 주행시 착좌감 등을 비교하기 위해서다.

 

 인테리어를 평가할 차례가 돼서야 눈가리개를 벗었지만 차의 정체를 알 수 없던 것은 마찬가지. 위장막으로 외부를 덮고 실내에 있는 로고를 모두 가렸기 때문이다. 이 상태에서 평가단은 두 차종의 조형미, 고급감, 시트 착좌감, 시야 개방감, 승하차 편의성 등을 살펴봤다.

 

 블라인드 테스트(눈을 가리고 상품을 비교 평가하는 조사)를 통해 시험대에 오른 차의 정체는 기아차의 신형 쏘울과 BMW 미니 쿠퍼다. 기아차가 2세대 쏘울의 출시를 사흘 앞두고 수입차 경쟁 차종과 비교 평가를 실시한 것.

 

 기아차는 지난 22일 서울 광장동 W호텔에서 열린 신형 쏘울의 미디어 발표회에서 블라인드 테스트 결과를 공개하기도 했다.

 

 김창식 기아차 부사장은 "인테리어의 경우 응답자의 74%가, 주행 테스트에선 75%가 쏘울에 만족한다고 평가했다"며 "각각 26%, 4%의 만족도를 나타낸 미니 쿠퍼보다 압도적인 우위를 점했다"고 설명했다.

 

 기아차는 지난 28일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에서 열린 신형 쏘울 미디어 시승회에서도 테스트 결과를 한 번 더 부각시켰다.

 

 정선교 기아차 국내상품팀 부장은 "소비자에게 쏘울을 밝히지 않았을 때 미니 쿠퍼보다 쏘울이 더 좋다고 답한 응답자는 80%가 넘지만, 사전에 쏘울을 밝히고 평가한 결과에선 70%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수입차에 대한 막연한 선호도를 배제시킬 경우 쏘울에 대한 반응이 훨씬 더 좋아졌다는 설명이다.

 

 국내 완성차 업체가 출시를 앞둔 신차를 수입 브랜드 경쟁 차종과 블라인드 테스트를 진행하는 경우는 이례적인 일이다. 이같은 제품 평가는 그동안 음료, 식품, 화장품 등 유통 분야에서 주로 진행돼왔기 때문.

 

 신차에 대한 블라인드 테스트를 진행했더라도 공개적으로 비교 평가 결과를 발표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기아차의 경우 신차 출시와 함께 블라인드 테스트 결과를 언론에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례적인 사전 블라인드 테스트를 통해 신차에 대한 자신감을 표현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같은 자신감은 판매 목표에서도 드러난다. 기아차는 신형 쏘울을 국내와 해외 시장에서 19만대를 판매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국내 판매량의 경우 신차 효과를 앞세워 지난해(6400대)보다 3배 이상 많은 2만대로 잡았다.


 지나치게 높은 목표치가 아니냐는 지적에도 블라인드 테스트를 통해 자신감을 얻었다고 김창식 부사장은 강조했다.

다만 네티즌들은 기아차의 비교 평가에 대해 의구심을 드러냈다.

 

 트위터 아이디 jun***은 "옆좌석에 앉아 주행 성능을 테스트하는 것은 와인을 맛보지 않고 테스트 해보라는 격"이라며 "블라인드 테스트는 이를 진행하는 제조사가 원하고자 하는 데이터를 얻고자 할 때 쓰는 마케팅 기법 아니냐"고 꼬집었다.

 

 또 다른 네티즌 역시 "쏘울이 제대로 된 평가를 받기 위해선 기아차 본인들의 데이터가 아닌 객관적인 기관의 종합적인 평가를 받아야한다"고 지적했다.

 

 

 

최유리 기자 nowhere@hankyung.com
출처-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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