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종 시기만 늦춘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닌데, 답답합니다.”

 

 한국GM 창원공장에서 경상용차 다마스와 라보를 만드는 조립1라인 작업자는 한숨을 쉬었다. 한국GM은 강화된 배출가스 규제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다마스와 라보를 올해 말까지만 생산하고 단종할 계획이었지만, 국토교통부와 환경부는 갑작스레 안전·환경규제 적용을 유예해 주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택배, 퀵서비스, 세탁업종 소상공인들이 두 차종의 단종을 막아달라고 정부에 청원서를 제출하는 등 반발한 것이 배경이 됐다.

 

 계속 생산할 수 있는 길이 열렸는데도 창원공장 근로자들의 표정은 밝지 않다. 단종 시기가 불투명해지면서 회사가 신규 설비투자 계획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내년 사업계획 수립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한 근로자는 “다른 생산라인으로 재배치 교육을 받고 향후 거취를 결정해야 하는데, 아직까지 결정된 것이 없어 어수선한 분위기”라고 전했다.

 

 정부는 단종 유예 조건으로 환경 및 안전규제 충족을 위한 회사의 신규 투자를 전제 조건으로 내걸었다. 전 차종에 배출가스자기진단장치(OBD)를 장착해야 하는 환경 규제가 내년 1월부터 시행되고, 연말까지는 개선형 머리 지지대와 타이어 공기압경고장치(TPMS), 자동차 안정성제어장치(ESC) 의무 장착 등 세 가지 안전 규제를 충족해야 한다.


 다마스와 라보가 새로운 규제를 모두 충족하기 위한 장치를 개발하려면 1000억원 이상의 투자비와 최소 2년 이상의 개발 기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한국GM 관계자는 “규제 유예로 다마스와 라보를 생산하더라도 신차 가격이 크게 오를 수밖에 없다”며 “서민형 자동차를 보호하기 위한 대책으로서는 유명무실한 조치”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정부가 서민형 상용차의 단종 책임을 기업에 떠넘기기 위해 대책같지 않은 대책을 내놓은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이 정도 혜택을 줬는데도 한국GM이 포기했다’는 책임 전가용이라는 것이다.한국GM으로선 경제성이 낮은 경상용차를 막대한 투자비를 들여 생산할 이유가 없다. 소상공인을 위한 자동차를 살리려면 제대로 된 대책이 나와야 한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

출처-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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