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자동차가 주력 시장인 북미 지역에서 품질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올 들어 제품 결함에 따른 리콜이 잦은 데다 미국 판매 증가세가 주춤하면서 일본차와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

 

 전문가들은 과거 도요타자동차가 그랬듯이 뼈를 깎는 품질 개선 작업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단기간 내 브랜드 인지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 쏘나타·그랜저·제네시스 리콜 잇달아

 

 문제는 연쇄 리콜이다. 올해 리콜 대수는 미국은 물론 국내에서도 수백만대에 달하는 역대 최대 규모다. 리콜의 대부분은 미국에서 먼저 발생한 이후 한국에서도 리콜로 이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30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제네시스 리콜은 미국 고속도로교통안전국(NHTSA)이 예비조사에 들어가 지난 21일(현지시간) 2만7500대를 리콜한다고 밝힌 내용과 동일한 결함이다.

 

 브레이크 잠김방지장치(ABS)에 부식이 발생해 브레이크 성능이 저하될 수 있는 문제가 드러난 것으로, 국내의 경우 시정명령을 받은 차량은 작년 3월까지 생산된 제네시스 10만3214대다.

 

 앞서 상반기에도 브레이크 스위치 접촉 불량 등으로 북미 지역에서만 쏘나타 그랜저 등 현대·기아차 190만대가 리콜 조치를 받았다. 국내에선 지난 4월 16만대, 9월 66만대가 추가 리콜에 들어갔다.

 

 쏘나타와 그랜저는 지난 8월 미국에서 에어백 및 서스펜션 결함이 발생해 또 24만대가 리콜을 경험했다. 같은 달 북미에서 구동축 결함으로 리콜한 기아차 쏘렌토 역시 최근 선루프가 부서진다는 소비자 제보가 잇따라 접수돼 NHTSA가 6만4117대를 조사중이다.

 

 특히 올여름 장마철 동안 싼타페 아반떼 등 인기 차종의 누수 문제가 확산, 소비자 불만이 거세진 점을 감안하면 제품 신뢰도 회복이 필요한 시점이다.

 

◆ 미국 성장세 주춤···일본차와 격차 벌어져

 

 올 1~9월까지 현대·기아차의 미국 판매량은 96만여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 감소했다. 미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도요타 혼다 닛산 등 일본차 주요 메이커는 판매량이 평균 10% 가까이 성장한 것과 대조적이다. 같은 기간 시장 점유율도 지난해 9%대에서 8.2%로 가파르게 하락했다.

 

 소비자 반응도 결코 호의적이지 않다. 가장 권위 있는 미국 소비자 잡지인 컨슈머리포트가 매년 발표하고 있는 품질 평가에선 현대·기아차가 내리막길을 타고 있다.

 

 28일(현지시간) 컨슈머리포트가 내놓은 '2013 자동차 브랜드 신뢰도 조사'에서 현대차는 작년보다 4계단 하락한 21위, 기아차는 6계단 추락한 16위를 기록했다. 반면 일본차는 렉서스와 도요타가 1·2위를 석권한 가운데 무려 7개 메이커가 상위 10위에 포함되면서 여전히 저력을 과시했다.

 

 현대차는 올초 컨슈머리포트가 조사한 '2013년 브랜드 평가'에서도 전체 26개 브랜드 중 14위에 그치며 작년 순위보다 3계단 떨어졌다.


 이 때문에 노동 현장에서 부품 등의 품질 점검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양적 성장에 집중해 온 현대차가 품질 관리를 등한시 했다는 것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기계전자산업팀장은 "현대차의 경우 도요타가 겪었던 단기간 고속성장을 하는 과정에서 품질 문제가 발생한 사례와 유사하다"면서 "부품업체의 품질 관리가 소홀해지면 결국 연구개발(R&D) 혁신 역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일본차와의 격차는 더 벌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정훈 기자 lennon@hankyung.com

출처-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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