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란 투리스모(Gran Turismo)는 장거리 주행을 염두한 고성능 차종을 뜻한다. 스포츠카 DNA가 뚜렷한 포르쉐가 1세대 파나메라를 세상에 내놨을 때 많은 사람들은 반신반의했다. 승차감과 주행성능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자칫 포르쉐만의 특징이 묻힐까 염려하는 목소리도 작지 않았다. 그러나 2009년 출시 후 2세대로 접어든 파나메라는 현재 SUV 카이엔과 함께 포르쉐 판매를 견인하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오히려 주력으로 여겨질 만큼 성장했다. 국내에 들어온 2세대 파나메라 4S를 강원도 평창 일대에서 시승했다.

 

 ▲스타일

 


 2세대 파나메라는 '롱 노즈-숏 테크'라는 쿠페 특징을 더욱 강조했다. 윈드실드는 이전보다 뒤로 젖혀져 앞쪽 실루엣을 더 길게 만들었다. 뒤쪽 유리도 이전 세대보다 넓어졌고, 트렁크 리드도 새로 디자인돼 평평한 후미가 더욱 두드러진다. 전체적으로 이전보다 노면에 착 붙는 느낌이 강하다.

 

 

 공기 흡입구는 상당히 커졌다. 리어 스포일러도 마찬가지. 고성능을 짐작케 하는 요소다. 발광체가 두 개로 분리된 헤드램프는 앞뒤로 길어지면서 '개구리 눈' 같던 인상이 옅어졌다. 주간 주행등은 공기 흡입구와 확실히 분리된 데다 크기도 커져 존재감이 뚜렸해졌다.

 

 

 실내에서는 포르쉐의 고집이 곳곳에 보인다. RPM표시계가 중앙에 위치한 5실린더 계기반은 포르쉐의 대명사와 같다. 과거 엔진 소리를 들으며 수동 변속을 하던 시절의 유산이다. 패널 하단에 숨겨진 컵 홀더도 반갑다. 센터페시어와 천정을 가득 채운 각종 버튼은 시각적으로 멋지지만 편의성은 평가가 갈릴 것 같다. 익숙지 않다면 쓰고자하는 기능을 사용하기 위해 한참 헤매야할 지 모른다. 대신 한 가지 기능을 사용하는 데 여러 단계를 거칠 필요가 없다는 장점도 있다.

 

 

 버킷 타입의 시트는 적당한 쿠션으로 몸을 감싼다. 푹신하진 않아도 안정적으로 자세를 잡아주니 피로도가 덜하다. 기울기나 등받침 등 세밀한 조정이 가능해 내 몸에 꼭 맞는 시트 포지셔닝을 잡을 수 있다. 고급 가죽으로 마감돼 촉감도 훌륭하다.

 

 

 

 ▲성능

 2세대 파나메라의 동력계는 바뀌었다. 4S의 경우 기존 V8 4.8ℓ 엔진에서 V6 3.0ℓ 바이터보 엔진으로 교체됐다.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엔진 다운사이징은 이제 최상위 차종에서도 흔한 일이다. 문제는 포르쉐에 대한 세간의 기대치가 높다는 데 있다. 성능이 떨어진다면 그건 포르쉐가 아니기 때문이다.

 

 

 제원표에 따르면 신형은 최고 420마력, 53.0㎏·m의 성능을 낸다. 연료효율은 복합기준으로 ℓ당 8.1㎞. 다운사이징을 통해 연료효율이 18% 개선됐다. 더불어 최고 출력은 20마력, 최대 토크도 약 2㎏·m 증가했다. 특히 최대 토크가 발생하는 엔진 회전 영역이 1,750~5,000rpm으로 조정, 저회전 영역에서도 충분한 힘을 끌어낼 수 있게 됐다.

 

 체감상 느껴지는 파나메라 4S는 힘이 넘치되 진중하다. 스티어링 조작감, 가감속 페달 조작감 모두 묵직하다. 출발 가속도 날카로움보다 넉넉한 힘으로 지긋이 밀어낸다는 느낌이 강하다. 그렇다고 해서 결코 둔하다고 여기면 오산이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데 4.8초면 충분하다. 7단 자동변속기는 명민하게 반응하고 변속 충격도 없다.

 

 동승한 기자와 우스갯소리로 "이 차는 내비게이션 없으면 안되겠다"는 말을 주고받았다. 길을 헤맬 걱정보다 단속 카메라가 두려워서다. 차 내에서 운전자나 동승자 모두 도무지 속도감을 느끼기 어렵다. 가속 페달을 힘주어 밟지 않았음에도 순식간에 제한 속도를 넘어버린다. 추월을 위해 1차선에서 속도를 올리니 서킷에서나 봄직한 속도가 계기반에 표시된다.

 

 

 서스펜션도 인상적이다. 노면의 상태를 정확히 전달하면서 운전시 피로감도 적다. 지금도 많은 국내 운전자들이 출렁거리는 승차감을 선호하지만 오히려 적당히 단단하면서도 충격을 잘 걸러주는 서스펜션이 운전시 피로도가 적다. 고속주행에선 안정감을 주고, 비교적 큰 차체임에도 구불구불한 산길에서 자세를 잘 다잡는다.

 

 포르쉐에 따르면 브랜드 특유의 역동성과 안락함을 공존하기 위해 서스펜션에 많은 변화를 줬다. 포르쉐 액티브 서스펜션 매니지먼트(PASM)는 각 댐퍼의 유체 흐름을 개별적으로 조절한다. 제동을 더 부드럽게 하고 승차감도 향상하기 위해서다. 여기에 댐퍼 제어 소프트웨어와 에어 스프링을 재조정했다. 역시 승차감 향상을 위한 조치다. 전방 서스펜션 섀시도 더 커지고 탄탄해져 운전자를 편안하게 해준다는 설명이다.

 

 

 보다 역동적인 주행을 위해 스포츠 모드와 스포츠 플러스 모드가 준비돼 있다. 와인딩 코스에서는 스포츠 플러스 모드를 선택했다. 각종 전자장치가 적극적으로 개입하며 안정적인 코너링이 가능케 한다. 속도에 조금 욕심을 내자 뒷바퀴 타이어가 비명을 지르며 미끄러지지만 안정감이 흐트러지진 않는다. 당황하지만 않으면 바로 자세를 바로 잡는다.

 

 스포츠 플러스 모드와 함께 배기음 제너레이터를 활성화하자 배기음이 더욱 풍성해진다. 저속에서는 베이스를 연상시키는 둥둥거리는 맥동음이 실내를 가득 채운다. 굳이 음악을 틀지 않아도 잘 튜닝된 엔진과 배기 사운드가 귀를 즐겁게 한다.

 

 

 ▲총평

 고속도로와 와인딩 코스를 포함 100㎞ 정도를 주행했지만 피곤함을 느끼지 못했다. 옆 사람과 대화를 나누기가 힘들어지면 조금(?) 속도가 과하다는 증거다. 넘치는 힘과 명민한 반응, 두근거리는 배기음 덕분에 운전이 지루할 틈이 없다. 연료효율이 뛰어난 편은 아니지만 100ℓ에 달하는 연료 탱크 덕분에 먼 길을 떠나도 주유소가 보이지 않아 불안감을 느낄 일은 적을 것 같다. 기름값 걱정만 없다면 장거리 운전에 최적인 차다. 가격은 1억6,090만원부터.

 

 

안효문 기자 yomun@autotimes.co.kr
출처-오토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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