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나타 LPG가 급발진 의심 추정 1위 차종에 올랐다. 근거는 국토교통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서 비롯됐다. 최근 5년 동안 급발진으로 의심되는 신고로 접수된 사안 중 쏘나타 LPG가 25건으로 가장 많았다고 한다. 물론 어디까지나 급발진 추정일 뿐 급발진으로 단정 지을 수는 없다. 지난 4월 자료를 제출한 국토교통부 스스로 '현재 기술로는 급발진이 발생할 수 없다'는 공식 의견을 내놨기 때문이다.

 

 
 그런데 쏘나타 LPG가 1위를 차지(?)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이기도 하다. 운행대수가 많으면 사고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 현재 전국에서 운행되는 택시는 약 25만5,000대 가량이다. 이 가운데 73%인 18만6,000대가 현대차 쏘나타 LPG다. 이른바 택시 시장의 절대 강자인 셈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영업용 택시는 하루 평균 주행거리가 221㎞에 달한다. 교통안전공단이 발표한 자가용 승용차 하루 평균 주행거리 33㎞의 7배에 달한다. 택시 한 대가 일으킬 사고 가능성이 자가용 7대와 같다는 얘기가 된다. 전국에 25만5,000대의 택시를 감안하면 자가용 승용차 175만대와 같다. 쏘나타 LPG만 보면 130만대에 해당한다. 따라서 주행거리가 많고, 운행대수가 많은 쏘나타 LPG의 급발진 의심 추정 사고 건수 1위는 당연할 지도 모른다.

 

 문제는 이번에 발표된 내용이 급발진 추정 의심일 뿐 급발진으로 판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마치 '쏘나타 LPG가 급발진 사고 1위'에 오른 것처럼 알려지는 것은 과학적으로 오류가 아닐 수 없다. 국토부도 현재 기술로는 입증 불가능한 영역이라고 선을 그었기 때문이다. 다만 그간의 여러 사례에 비춰 현상은 있는 것으로 추정할 뿐이다. 하지만 재현이 불가능하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과학적으로 인정을 받으려면 누구나 동일 조건에서 실험을 했을 때 같은 결과가 나와야한다.

 

 지난 4월 국토부가 '급발진 사고의 원인을 검증할 수 없다'고 발표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국토부가 완성차회사에 면죄부를 주었다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하지만 국토부 검증작업에 참여한 연구원들도 답답함을 호소했다. 기계에서 나타나는 특정 현상은 원인을 파악해야 하는 의무감이 있지만 현재 과학기술로는 입증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여론의 뭇매를 알면서도 완성차회사의 입장을 지지할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흔히 과학은 완전하지 못하다고 말한다. 아직 우리 주변에 일어나는 수많은 현상을 과학적으로 재현 및 입증하는 것은 쉽지 않다. 마치 어둠 속에서 빛을 찾아내는 힘든 작업이기도 하다. 그래서 급발진에 대한 연구는 지속돼야 한다. 미국 나사(NASA)가 규명하지 못했다고 우리도 포기해서는 곤란하다. 물론 이를 위해선 예산이 뒷받침돼야 한다. 국민대학교 자동차공학과 조용석 교수는 "연구가 계속될 수 있도록 정부가 정책적 의지를 가져야 급발진이 규명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국토부가 다양한 연구자들에게 급발진 검증을 제안하며 접근하는 것도 좋지만 이제는 별도 전문가 집단을 구성해 원인 찾기에 나서야 한다. 우스갯소리일지 몰라도 혹자는 급발진 원인을 찾아내는 것 자체가 노벨상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만큼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얘기다. 

 

 지금도 급발진 의심 추정 사고는 끊이지 않는다. 대부분 운전자 오조작으로 판명되지만 그렇게 보기엔 석연치 않은 사고도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원인 규명이 되지 않는 한 급발진은 오조작 아니면 귀신 현상일 뿐이다. 오조작은 이해되지만 귀신에 의해 움직인다고 하면 모두가 웃을 일이다. 그래서 더더욱 연구가 지속돼야 한다. 그게 국민을 안심시키는 일이다.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출처-오토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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