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불황에 1톤 이하 급 상용차 판매가 큰 폭 늘고 있다. 과일·채소 판매와 택배 등 배달에 적합한 차량은 대개 불황이 깊어질 수록 인기가 높아진다.

 

 하지만 자동차 업체들은 수익성 문제로 1톤 이하 급 상용차 생산에 속도를 못 내 '생계형' 자영업자들이 출고 지연에 울상을 짓고 있다.

 

 14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올해 1~9월 1톤 이하 급 상용차는 전년 동기대비 10.8% 증가한 11만7605대가 판매됐다. 이 가운데 현대자동차 포터는 전년대비 6.9% 늘어난 6만6365대가 팔렸으며 기아차 봉고는 11.2% 증가한 3만8174대가 판매됐다. 한국GM 다마스와 라보는 각각 7387대, 5679대로 전년대비 판매가 29.6%, 44.2%씩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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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같은 기간 승용차 전체 판매가 수요 부진으로 1.7% 감소한 점을 감안하면 1톤 이하 급 상용차는 "불황에 강하다"는 점을 증명한 셈이다.

 

 하지만 차량 공급은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양상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에 따르면 포터와 봉고는 고객이 차량을 인도받기 까지 2~3개월이 걸린다. 단종이 결정된 다마스와 라보도 마찬가지. 한국GM 관계자는 "두 차 모두 계약 후 출고까지 1달 반 정도가 걸린다"고 말했다.

 

 자동차 업체들은 '수익성'에 발목이 잡혀 추가 투자를 하기도 쉽지 않다. 기아차 관계자는 "생산량 확대를 위해 시간당 생산대수를 23대에서 25대로 올리자고 노조에 제안했지만 노조가 반대하고 있다"며 "시간당 생산대수 확대 협상은 1년째 제자리 걸음"이라고 말했다. 현 상황에서 생산량을 늘리려면 인력을 더 채용해야 한다는게 노조 측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추가 채용에 따른 비용 증가분이 더해지면 판매 수익이 크게 떨어진다"며 "공장 자동화율을 감안하면 추가 채용 없이도 생산량을 끌어올릴 수는 있다"고 설명했다.

 

 다마스와 라보의 출고 지연도 '수익성'이 근본적 원인이다. 한국GM은 내년부터 강화되는 정부의 환경과 안전규제에 두 모델의 사양을 맞추려면 추가적 투자를 해야 한다. 하지만 두 모델의 가격(700~900만원)이 낮아 생산을 올해 말 까지만 하기로 했다. 불황에 따른 수요 증가에 판매중단을 앞두고 미리 차를 사 두려는 수요까지 더해져 공급이 제때 이뤄지지 못하는 셈.

 

 이에 택배와 세탁업, 도시락업 등에 종사하는 소상공인들은 두 차종의 단종철회를 요구하고 나섰고 현재 국토교통부와 환경부는 안전·환경 규제 적용을 2년 유예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한국GM이 다마스와 라보의 수익성을 맞추는 일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한국GM 관계자는 "개별 규제 적용시점이 모두 달라 유예 되더라도 수익을 낼 수 있을지 미지수"라며 "다마스와 라보 생산라인에서 같은 플랫폼을 쓰는 스파크를 생산하는 것이 솔직히 타산이 맞는다"고 말했다.

 

 

안정준 기자

출처-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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